제약업계, 경평면제 약제 확대 긍정 평가속 또 다른 허들 우려
ICER 임계값 현실화와 혁신시약 약가 우대 필요 강조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최근 보건복지부는 고가 중증질환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 제고와 급여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복지부의 방안 후속조치로 약제의 요양급여대상 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규정안을 사전예고했다.

제약업계는 복지부와 심평원의 이 같은 방안 마련에 대해 고무적인 조치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또 다른 허들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복지부의 고가 증증질환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급여평가 및 협상을 병행해 신속 등재하고, 환자단위 성과기반 위험분담제를 도입, 운영하며, 고가약 관리 국제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치료효과 및 안전성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고가약 사후관리를 위한 자료수집체계를 구축하며, 약제 사용 후 중단기준을 주기적으로 검토해 개정하고,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도 담았다.

급여관리 강화를 통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고가약 사전승인제도 기반을 구축하고, 경제성평가 생략 제도를 개선하면서 외국약가 조정가 참조기준을 개선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심평원 약제의 요양급여대상 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일부개정규정안 사전예고안에 따르면, 고가 항암제,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평가 방법인 경제성 평가 자료제출 며제 약제의 보험등재 법정처리 기간을 단축한다.

소아의 삶의 질 개선을 입증한 약제까지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이 가능하도록 해 위험분담제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소아에 사용되는 약제로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고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삶의 질 개선을 입증하거나 기타 위원회에서 인정하는 경우 경제성 평가 자료 제출을 생략할 수 있도록 개정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전예고안은 지난 2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경평면제 위한 근거 생산 곤란 사유 새로운 규제 우려

이런 정부의 신약 등재 개선 방안에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우려의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이제까지 희귀질환 치료제 및 항암제들 중 경제성 평가 면제 대상은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에 대한 치료제로 한정돼 왔다.

하지만, 이번 지침 개정으로 생존의 위협과 함께 소아 환자 중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되는 희귀질환 치료제까지 경평면제 대상으로 확대돼 제약업계는 헬스케어의 의사결정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로 평가했다.

그러나, 심평원의 개정안에는 경평면제가 가능한 약제 조건이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시선이다.

대상 조건에 따르면, '대상 환자가 소수'이어야 하며, 대조군이 있는 2상 임상시험으로 3상 조건부 없이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약제여야 한다.

또, 기타 근거생산이 곤란하다고 위원회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근거생산이 곤란하다는 것을 관련 업체가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에는 대상 환자가 소수일 경우 근거 생산이 곤란하다는 점이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근거 미생산을 사유를 따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

글로벌 A 제약사 관계자는 "생존에 위협을 넘어 소아의 삶의 질 개선을 입증한 약제까지 경제성평가 면제가 확대된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경평면제를 위한 조건이 기존보다 엄격해진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A 관계자는 "기존에는 희귀질환의 특성상 소수의 환자로 인해 임상적 유효성과 비용효과성에 대한 근거를 생산하기 어렵다는 것이 인정됐다"면서 "이번 개정 지침에 따르면 대상환자 소수와 함께 근거 미생산 사유를 따로 제시해야 하는 규제 조건이 첨가돼 제약업계로서는 새로운 규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관련 제약업체가 근거 생산 곤란 사유를 소명하더라도 인정하지 않을 경우 경평면제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A 관계자는 "명목상으로는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경평면제 대상이 확대됐지만, 실질적으로는 더 엄격한 규제가 될 수 있다"며 "근거생산 곤란 사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심평원의 지침에서 경제성평가 면제와 관련된 세부 평가기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는 심평원 내부 평가기준과 함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세부지침이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이번 경평면제 대상 확대가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할지 가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는 또 희귀질환 치료제 급여 기준의 유연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희귀질환 급여기준 실제 임상 반영되도록  유연성 있게 적용돼야

희귀질환 치료제의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RCT 임상시험은 매우 엄격하게 통제된 조건에서 진행된다.

RCT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급여기준이 마련되고 있지만, 실제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임상현장은 RCT 임상시험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고가 의약품의 경우 보험급여를 적용하기 위해선 엄격한 급여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급여기준이 합리적이지 못할 때는 실제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투약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급여기준을 설정할 때 정말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에게 투약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급여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희귀질환의 특성을 고려해 RCT 임상시험 결과에 근거한 급여기준 설정에 임상현장 의견이 반영된 유연성 있는 급여기준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최근 초고가 의약품 환자 접근성 개선 및 합리적인 급여관리 방안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희귀·난치질환연합회측은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 방안과 동일질환 중증도에 따른 경제성 평가 생략제도 차등 적용 방안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환자단체들은 고가 의약품에 대한 선치료 및 후평가와 후지급 제도 도입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정부의 고가 의약품 관리방안이 발표되면서 제약업계는 고가의약품 이외 현재 정부의 보험약가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적응증이 다양한 혁신적 항암 신약에 대한 정당한 가치 평가를 위해 적응증 기반의 가격 책정(IBP) 제도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신약이 제공하는 임상적·경제적 가치는 적응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률적인 단일약가제도가 환자들의 접근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약제가 없거나 기존치료제보다 효과가 월등히 좋은 새로운 적응증이 급여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적응증 별로 신약의 가치에 기반한 새로운 지불방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제약업계는 또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 임계값의 현실화 필요성도 제안하고 있다.

신약 보험급여 적정성 평가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ICER 임계값이다.

현재 정부는 ICER 임계값에 대해 1GDP 수준인 2000만원~2400만원을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국민 소득 2만불 시대인 2008년에 설정된 것이다.

제약업계는 현재 국내 경제수준을 감안해 3000만원 수준으로 ICER 임계값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ICER 임계값을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제약업계와 정부 간 ICER 임계값 현실화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는 혁신형 제약의 약가제도와 관련해서도 최소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투입한 R&D 비용을 회수하고 재투자를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가격 보상기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약 가격 결정 과정에서 제네릭을 제외한 기존 신약 가격과 비교해 약가를 산정해야 하며, 국내 임상수행 혹은 제형 개선 등 산업적 가치를 반영한 가산제도가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적응증 추가 등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약가 사후관리 측면에서 청구액 증가 이외 연구개발에 대한 가치보상과 재정중립적인 제도 운영 등 다야한 가치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대체약제 가격의 100% 수준의 신약 약가우대 및 사용량-약가연동 시 약가인하 대신 기부금 대체 등을 제안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현실적 지원책 마련이 글로벌 신약 개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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