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일각서 8년 만의 변화에 '고무적' 평가..."환영할 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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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신약 제품화의 마지막 관문은 적정한 가치 반영이다. 즉 제약사와 규제당국 모두 인정하는 합리적 약가를 획득하느냐에 따라 상업화의 성패가 달라지는 것이다.

합리적 약가를 위해 정부와 제약사가 벌이는 약가협상은 비용효과 분석뿐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가격’으로만 치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본지는 2023년 계묘년을 맞아 약가 산정 척도 기준인 A7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우리나라의 약가 시스템, 그 중에서 경제성평가의 현 주소를 점검했다.

특히 개정된 경제성평가 제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다 선진화된 제도 개선 방향성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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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약가제도는 경제성평가 도입 전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상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용효과성을 분석하는 경제성평가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제외국 약가 비교평가제도를 통해 신약의 가치를 산정했다.

그러나 좋은 치료효과를 보이는 약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외국에 등재돼 있다는 이유로 무혈입성이 가능하다는 맹점이 있었다.

하지만 2007년 비용효과분석, 위험분담제 등 경제성평가 제도가 도입되면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경제성평가란, 임상연구 데이터를 근거로 비교 약제와 비용효과성을 분석하고, 진료 현장에 맞는 근거를 생산한 이후 사회나 정부가 수용 가능한 지불가치를 찾고 협의하는 과정을 말한다.

특히 경제성평가는 신약 도입에 따른 건강보험 부담 비용 증가분을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지 판단 근거로 활용된다. 선택 가능한 대안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대안을 선택함으로써 한정된 자원 안에서 효용성은 극대화하고 기회비용은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경제성평가는 비교약제에 대비 효과가 개선됐거나 투약 비용이 고가인 경우 자료 제출 대상이 된다.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등 급여 적정성 평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상적으로 유용하면서도 비용효과적인 약제를 선별하는 취지다.

때문에 제외국 등재 여부, 등재 가격, 보험급여 원리, 보험재정 등을 고려해 수용 가능하다고 평가되는 경우 요양급여 대상 약제로 선별한다.

경제성평가의 장점은 규제기관, 제약사, 환자 간에 임상연구 데이터를 근거로 의약품의 적정한 가치를 평가하는 합리적 의사결정의 도구로 활용, 객관성을 최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측정 가능한 임상 지표를 근거로 대체 약제와의 비용효과성을 분석할 수 있어 제약사가 제시한 약가 산출의 근거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단점도 있다. 임상연구 데이터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 문헌을 인용해도 질병 특이적으로 반영된 사례를 적절하게 찾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또 경제성평가는 전생애주기의 비용효과성을 분석하는 만큼 의약품의 가치가 과소 혹은 과대평가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제약업계의 불만으로는 혁신신약을 개발하는데 투입된 기술의 가치가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신약 개발은 주요 효능 뿐 아니라 부작용도 기존 약제에 비해 현저하게 낮춘 것이 많은데 실제 경제성평가에서 이를 반영한 사례는 적기 때문이다.
다만, 경제성평가를 면제받는 예외도 존재한다.

△대체 가능한 다른 치료법 또는 약제가 없는 경우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에 사용되는 경우 △희귀질환 등 소수 환자집단을 대상으로 사용되는 경우 △생존기간의 상당한 연장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이 입증된 경우 등 4개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의약품은 ‘진료상 반드시 필요한 약제’로 평가,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없이 요양급여 대상으로 선별된다.

ⓒ 메디칼업저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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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경제성평가 제도 손질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과 관련된 약제의 등재기간 단축 및 위험분담제 확대 적용을 통해 환자 접근성을 강화하겠다는 게 취지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6월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을 예고했고,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협상세부평가기준 반영 후 올해 1월 1일 신청 약제부터 개정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고가 항암제와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등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면제 약제의 보험등재 법정 처리기한 단축 △소아의 삶의 질 개선을 입증한 약제까지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이 가능하도록 위험분담제 확대 등이다.

우선 심평원과 건보공단은 급여평가와 약가협상을 병행해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과 관련된 약재의 보험등재 결정 기간을 단축키로 했다.

이에 따라 심평원의 약제 평가 기간은 기존 150일에서 120일로, 건보공단의 약가협상은 60일에서 30일로 단축된다.

특히 개정안에는 경제성평가 면제 대상 약제에 대한 부분도 새롭게 명시했다.

기존에는 대체 가능한 치료법(약제 포함)이 없는 경우,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고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에 사용되는 경우 경제성평가 자료제출을 면제했다.

정부는 이에 더해 ‘소아에게 사용되는 약제로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고,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삶의 질 개선을 입증하거나 기타 위원회에서 인정하는 경우’를 신설했다.

즉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면제를 위한 조건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소아에 한해 제외한 것이다. 소아에 사용되는 약제가 다른 조건을 만족한다면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질환에도 경제성평가 자료제출을 면제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제도 개선에 업계 일각에서는 고무적인 개선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면제 적용 대상에서 생명 위협이라는 단어를 제외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비록 소아로 한정했더라도 반영됐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제성평가 제도 도입 8년여 만에 개정이 이뤄졌다”며 “환자 수가 적으면서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지는 희귀질환에 사용되는 약제를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면제 대상에 추가한 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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