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염색체 우성 저인산혈증, 국내 80여명 뿐으로 극희귀질환
치료제 크리스비타 있지만 급여 되지 않는 상황
서울대 강희경 교수 "치료제 있지만 사용할 수 없어 안타깝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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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인천 청라지구에 살고 있는 12살 재원(가명)이는 또래 친구들보다 작고, 걷는 것도 힘들다.

재원의 작은 소망은 체육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고, 매일의 고통에서 벗어나 아픔을 느끼지 않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친구들이 체육시간에 피구랑 달리기를 하는 것을 보면 부러워요. 저는 그냥 구경만 할 뿐이죠. 저는 언제 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 수 있을까요?"
 

政, 희귀질환 종합계획 환자·가족 삶의 질 제고 

문재인 정부는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해 왔다.희귀질환 목록 정비 및 산정특례 적용, 희귀난치질환 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를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국가관리 대상 희귀질환은 1123개까지 확대돼 산정특례 인원은 약 29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 2월 2022년부터 2026년까지의 제2차 희귀질환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방침이다.

제2차 종합계획은 희귀질환 관리의 선순환 체계 구축·운영으로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제고를 비전으로 2대 전략 목표인 '환자·가족을 위한 지원 강화'와 '효과적 희귀질환 관리체계 구축'을 10대 전략과제 및 26개 세부과제를 추진할 예정이다.

그간 희귀질환 관련 주요 관심 분야가 진단과 치료였다면, 이번 종합계획은 진료 영역 뿐만 아니라 환자와 가족 삶의 질 제고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정부의 희귀질환 보장성 강화측면은 생명의 위협이 큰 질환 위주로 의약품 접근성을 확대해 왔다.

생명의 위협은 크지 않지만, 많은 합병증과 평생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희귀질환들에 대한 보장성은 답보상태다.
 

XLH, FGF23 호르몬 과다 작용으로 골격 기형과 치아 손실 

국내 약 80명 뿐인 극희귀질환인 X 염색체 우성 저인산혈증(X-linked hypophosphatemia, XLH)이 대표적이다.

XLH는 PHEX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의 대사에 관여하는 섬유아세포성장인자23(FGF23) 호르몬이 과잉 생성돼 신장에서 인산염 소모가 늘어나 발생하는 유전성 질환이다.

인구 2만명당 1명 정도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환자는 평생을 심각한 근골격계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희귀질환 X 염색세 우성 저인산혈증(XLH)을 앓고 있는 재원이(가명)와 어머니 전미향(가명) 씨.
희귀질환 X 염색세 우성 저인산혈증(XLH)을 앓고 있는 재원이(가명)와 어머니 전미향(가명) 씨.

12살 재원이가 앓고 있는 것이 XLH 질환이다. 생후 22개월 당시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이 느리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동네의원 주치의의 권유로 서울대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단순 구루병으로 진단됐지만, 구루병 치료제를 투약한 이후에도 치료가 되지 않아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유전자 검사 결과 유전자 10번과 11번 변이로 인해 X 염색체 우성 저인산혈증으로 확진 받았다.

지금까지 무려 10년 동안 재원이는 무릎통증, 허벅지 휨 및 치아 소실 등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매일 4번의 인 보충제 및 활성 비타민 D 투약으로 질환 악화를 막고 있지만, 신장 석회화 등 심각한 부작용 발생으로 어머니 전미향(가명) 씨는 고민이다.

전 씨는 "아이의 질환 악화를 막기 위해 현재 수입되지 않고 있는 구루병치료제인 포스파정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하고 있다"며 "포스파정이 없으면 직접 온라인에서 포스웰을 구입해 아이에게 먹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포스파정과 포스웰을 먹고 효과가 좋다면 괜찮지만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미 신장 석회화 1단계가 진행된 상태"라고 가슴 아파했다.

정상인의 인 수치는 2.5mg/dL~4.5mg/dL지만, 재원이의 경우는 2.2mg/dL 수준이다.

"제가 아이를 가졌을 때 무엇을 잘못해 아이에게 이런 고통을 안겨줬는지 죄책감과 절망감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우리 아이는 평생을 이 고통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라 생각하니 슬플뿐입니다."

전 씨는 아이에게 평생 고통을 안겨줬다는 것에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대학교병원 강희경 교수(소아청소년과).
서울대학교병원 강희경 교수(소아청소년과).

국내에서 XLH를 가장 많이 진료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희경 교수에 따르면, XLH는 1970년대 처음 유전질환으로 알려졌지만, 2000년 들어 병인 기전이 밝혀졌다.

저인산혈증 원인인 FGF23은 뼈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신장에서 인의 재흡수를 억제하고, 장에서 인의 흡수를 감소시켜 혈중 인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

FGF23의 과도한 작용이 X 염색체 유전성 저인산혈증, 종양성 골연화증 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XLH의 경우 밑빠진 독처럼 평생 인을 공급받아야 한다며, 환자들 중에는 두개골이 빨리 닫혀 뇌압이 상승하거나, 골격 기형, 뼈의 통증 및 심각한 치아 농양 등의 증상을 보인다고 XLH 증상에 대해 설명했다.

강 교수는 "XLH를 앓는 아이들은 그들의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신장 석회화로 인해 다른 장기까지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며 "이 질환에 대한 치료는 현재 경구 인산염과 활성 비타민 D를 투여해 대증적인 치료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비타, 저인산혈증 환아 최적의 치료제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쿄와기린의 FGF23 관련 저인산혈증 구루병 및 골연화증 치료제 크리스비타(성분명 부로수맙)을 승인했다.

하지만, 아직 크리스비타는 보험급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

2020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크리스비타는 XLH를 앓고 있는 소아환자 중 일부에게 무료 투약 기회를 제공했다.

강 교수는 지난 3년간 크리스비타를 투약한 환아들의 삶의 질 변화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2~3년간 크리스비타를 투약받은 아이들은 활력이 달라졌고, 키 성장도 좋아졌다. 특히 아이들의 삶의 질이 매우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크리스비타를 투약받은 아이들에서 부작용은 없었다. XLH를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최적의 치료제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재원이 역시 XLH 치료제인 크리스비타 임상 투약 기회를 얻어 3년간 투약했다. 3년의 투약기간 동안 재원이 인 수치는 3.5mg/dL~3.7mg/dL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11월 투약이 종료된 이후 인 수치는 1.7mg/dL까지 떨어졌다.

재원이 어머니 전 씨는 "좋은 약이 있어도 목숨을 잣대로 모든 짐을 아이와 가족에게 지우는 제도는 개선됐으면 한다"며 "XLH는 소아 시기가 중요해 하루빨리 치료제를 맞게 정부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정부를 향해 호소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크리스비타의 보험급여가 되지 않고 있다.

강 교수는 "소아과 의사로서 치료제가 있지만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며 "현재 정부의 보험급여 정책은 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한 평가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XLH을 앓고 있는 소아들의 치료는 조기에 이뤄져야 한다"며 "성장판이 닫히기 전 15세 이전에 크리스비타를 통한 치료가 이뤄져야 뼈의 변형이 오지 않고, 아이들의 고통도 줄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는 사람의 삶의 질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만, 의료정책은 사회 인식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강 교수는 "죽지 않는다고 심각하지 않은 병은 없다. 죽을 만큼의 고통 속에서 평생을 보내는 희귀질환 환자들의 아픔에 대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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