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급여평가제도로는 혁신신약 환자 접근성 제약 많아
강혜영 교수, "약제 특징 반영한 맞춤형 급여모형 도입해야"
政, 필요성 공감…국내 실정에 맞는 개선 방안 다각도 고민 중

연세대 약학대학 강혜영 교수가 '희귀유전질환 혁신신약 접근성 강화'를 주제로 한 국회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과학기술의 발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혁신신약.

수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환자들의 수요도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는데, 기존의 급여 모델과 평가 제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가의 치료비용이 특징인 혁신신약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국내 특징을 고려한 유연성 있는 맞춤형 급여모형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3일 '희귀유전질환 혁신신약 접근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속속 개발되는 새로운 치료제에 많은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이 원활히 접근하려면 건강보험 급여적용이 필수인 상황에서 어떤 개선방안이 필요한지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강혜영 교수, "기존 모델로는 평가할 수 없는 신약 많다"
혁신신약에 적합한 유형의 위험분담제도 만들고 도입해야

이날 강혜영 교수(연세대 약학대학)는 최근 혁신신약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외국에서는 빠른 보험등재를 위해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춰 혁신신약의 등재뿐만 아니라 원활한 급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일반적인 보험급여 모형에 의해 등재되기 어려운 의약품을 대상으로 환자의 접근성 향상을 보장하고 건강보험재정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맞춤형 급여모형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수한 혁신신약이 급여화되기 위해서는 임상적·기술적 혁신성과 사회적 요구 등을 만족하는 약물에 대한 유연성 있는 급여 모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희귀질환 의약품은 기술적 특성에 따라 매우 높은 약가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건강보험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나라별로 다른 제도와 정책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데, 해당 국가가 갖춘 인프라나 유병률에 따라 적합한 급여 모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고가의 혁신신약에 의해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현상이지만, 이를 해결하는 제도와 정책은 서로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강혜영 교수가 분류한 혁신신약의 급여 모형
강혜영 교수가 분류한 혁신신약의 급여 모형

강 교수는 혁신신약 맞춤형 급여모형을 △의료기술평가(Health Technology Assessment, HTA) △위험분담제도(Risk Sharing Agreement, RSA) △별도 기금마련(Fund)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그는 "다수의 국가에서 의료기술평가(HTA)를 통해 의약품 보험등재 여부를 결정하고 약가를 책정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의약품의 급여평가와 가격 결정단계에서 혁신신약에 대한 탄력적 ICER 임계치 적용이나 약가 가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은 유전자 치료제, 세포 치료제 등의 혁신신약에서는 비용분납 지불제도, 일괄 지불 모형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위험분담제도가 관찰되는데 우리나라의 RSA는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에 국한돼 있다"고 덧붙였다.

즉,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으로 특정 약품 또는 특정 질환에만 RSA를 시행하는 것은 형평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그는 "혁신신약의 맞춤형 위험분담제도를 시행할 경우, 재정적 위험을 분담하기보다는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항암제와 희귀질환 약제들은 충분한 환자수를 확보하기 쉽지 않고 그로 인한 비용·효과성도 입증하기 어려워 보험등재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기금을 이용하자는 게 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별도의 기금을 통한 급여를 고려한다면 재원의 지원 주체와 지원 대상 의약품의 범위, 혜택의 범위 등을 잘 결정해야 한다"며 "지원 대상 의약품 선정에 있어서 형평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삼성서울병원 김상진 교수(안과)는 실제 나타난 효과에 기반한 지불제도(Value-based contract, Risk-sharing agreement, Outcomes-based contract)를 제안했다.

김 교수는 "유전자 치료제와 희귀질환 치료제는 높은 가격으로 인해 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실제 효과에 따른 지불제도, 예를 들어 단기 효과(치료 30~90일 후의 개선 효과)와 장기 효과(유지여부 치료 후 30개월 효과)에 기반한 지불제도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政, 건보재정 지속성 갖는 새 급여 방안 필요성 공감
국내 실정 맞게 고민…사회적 합의 과정 선행 중요

이와 관련 정부는 건보재정의 지속성을 고려한 혁신신약 접근성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단, 사회적 합의 과정이 선행돼야하는 만큼 국내 실정에 맞게 다각도로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는 단서를 달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복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양윤석 과장은 "급여화의 원칙은 접근성 확보, 약가, 건보재정관리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며 "원샷 치료가 가능하지만 초고가인 약제에 대해서도 위험분담제 적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관리실 이용구 실장도 "희귀질환은 그동안 완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건보재정에 큰 부담을 줬지만 다양한 치료제의 등장과 급여화로 환자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약제의 장기 효과에 대한 근거 확보 및 건보재정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등 이해관계자와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김애련 실장도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율이 환자 입장에서는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다양한 제도 운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초고가 의약품은 수억원의 건보재정이 소요되는 만큼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뿐만 아니라 재정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맞춤형 지불구조에 대해서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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