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상한금액 조정·기등재 2차 평가로 내년 1월 약가인하 추진
제약업계, ICER 임계값 탄력적용과 약가 우대 대상 조건 완화 요구
政, 민관협의체 통해 신약 조기 시장 진입과 적정가치 보상방안 막바지 검토 중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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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정부가 지난 9월부터 기준급여 1차 재평가 대상 제네릭 7675개 품목에 대해 약가를 인하한 가운데, 내년 1월 중으로 실거래가 상한금액 조정 및 기준급여 재평가 2차 재평가 대상 7600여 품목에 대한 약가 조정도 진행된다.

이에 국내 제약업계는 마른 수건 짜듯 제네릭 약가를 인하시키면서, 신약에 대한 혁신성 보상은 하세월만 보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신약 혁신성에 대한 적정한 보상에 대해서는 글로벌 제약기업과 국내 상위 제약사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실거래가 상한금액 조정 계획을 공개했다. 실거래가 상한금액 조정 계획에 따르면, 12월 약제목록을 공개하고 내년 1월 1일 고시를 적용할 방침이다.

실거래가 상한금액 조정과 기준급여 2차 평가 약가인하 시기가 겹치면서 내년 1월 대규모 약가인하가 발생하고, 2개의 약가 인하 기전을 동시에 적용받아 이중 인하되는 약제도 발생할 수 있어 부담이 크다는 분위기다.
 

중소제약사, 실거래가 및 기등재 평가 통한 약가인하 이중고 한 숨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기준급여 1차, 2차 평가 통한 약가인하에 대해 부담이 크다는 입장을 전했다.

관계자는 "지난 9월 기등재 약가인하로 인해 많은 제품의 재평가가 진행돼 담당자의 업무가 과중됐다"며 "제출한 자료도 많고, 2차 평가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 제약사는 상황이 조금 낮지만, 중소제약사들은 더 힘들다"며 "약가인하는 허가, 약가 관련 담당 인력이 필요하고 정해진 기간 동안 준비를 해야 하는데, 중소제약사는 인력이 부족해 정책 이해도가 낮을수도 있고, 뒤늦게 대응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재평가를 준비하는데 있어 비용도 만만찮다"며 "중소제약사의 경우는 이런 비용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복지부는 1차 기준급여 재평가 약가인하로 제약업계 현장에서 반품 및 정산으로 혼란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2차 평가에서는 현장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책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복지부와 국내 제약업계 및 글로벌제약업계는 신약 혁신성 보장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혁신성을 입증한 신약에 대한 시장 조기 진입과 적정가치 보상을 위한 방안이 빠르면 내달 중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외 제약업계는 신약의 혁신성을 보장하고, 적정한 가치를 보상하기 위해서는 ICER 임계값의 탄력적 운영과 약가 우대 대상 조건 완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경쟁제품과 동일한 효과의 신약 개발에 대한 보상체계가 미약해 신약개발 동기를 유인하지 못하고 있으며, R&D 투자비도 회수하기 힘든 상황이다.

시장출시 제네릭을 포함한 모든 경쟁제품 가중 평균가의 90%에서 신약가격이 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적정한 신약 보상체계 미비로 인해 R&D 투자 여력이 감소하고, 기술의 진부와 혁신이 단절돼 신약 강국으로 도약이 실패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ICER값 탄력 적용과 위험분담제 대상 확대 및 경평면제 확대돼야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등재되는 신약의 가격을 글로벌시장 신약의 80~120% 수준에서 결정돼야 보상의 명확성과 예측가능성이 제고될 수 있다"며 "기초연구, 중개연구, 임상개발로 이어지는 신약개발의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신약 등재 이후 약가인하 사유가 발생할 경우 약가인하를 일시 유예한 후 특허만료 시점에 이를 일괄 적용해 인하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재정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국내 신약의 글로벌 진출도 지원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제약업계는 트레이오프(제네릭 약가 절감 재원을 신약등재에 투입하는 방식)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관계자는 "정부가 제네릭에 대해 약가인하 일변도의 약가정책을 전개하고 있다"며 "국내 산업계의 주된 수익모델은 제네릭으로, 산업계는 제네릭을 통해 거둔 수익을 R&D에 재투자하는 구조다. 정부의 중복적 약가인하 기조는 궁극적으로 산업계의 R&D 투자 위축을 초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업계 뿐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들도 신약의 혁신성 보장과 적정가치 보상에 대해 ICER 임계값 탄력 적용과 함께 위험분담제 대상 확대 및 경제성 평가 면제 제도 대상 확대 필요성을 제안했다.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경제성 평가 면제 약제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돼 여명 기간이 얼마 남지 않는 질환이 대상"이라며 "경평 면제 약제를 환자의 삶의 질이 현저하게 저하시키는 질환 약제까지 확대하는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약 혁신성 보장을 위한 민관협의체 논의 결과가 당초 이번 달 말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조금 늦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정부는 계속 국내외 제약업계가 요청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어 사실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관계자는 "정부는 신약에 대한 혁신성 보장 논의는 더딘 가운데, 사용량 약가 연동제 논의가 시작됐다"며 "정부 기조가 약가 사후관리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용량 약가 연동제가 강화될 경우 신약에 대한 약가를 1년도 안돼 깎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 글로벌 제약업계의 불만이라는 것이다.

관계자는 "정부가 제약산업에 당근과 채찍을 같이 줘야 하는데, 지금은 당근은 없고, 채찍만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정부의 기조에 대해 글로벌 제약사들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에 주력하는 국내 상위 제약사들도 불만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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