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되는 검체·영상검사 가산 재원 분배 방식 관건
개원가, 장기적 관점서 복리효과로 인한 손실 우려
병원계, 종별 기능 제대로 할 수 있는 재원 분배 필요성 제기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필수의료 지원대책 중 종별 가산 폐지·축소를 통한 저평가 항목 보상 방안이 의료계 내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종별가산 폐지 및 축소 방향은 맞지만 추가 재원 투입 없는 상대가치점수 총점 고정 상황에서 윗돌 빼 아랫돌 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말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지원대책 중 저평가된 수술·입원 등 항목 보상 강화 방안에서 종별가산을 개편안이 제시됐다.

복지부의 종별가산 개편안에 따르면, 수술, 처치, 기능검사, 검체검사, 영상검사 행위들의 상대가치점수를 15% 인상한다.

다만, 수술, 처치, 기능검사 행위는 종별가산율을 현행 15~30%에서 0~15%로 인하하고, 검체검사와 영상검사 행위는 종별가산율을 현행 15%~30%에서 0%로 폐지하는 것이다.

이 같은 개편안으로 인해 개원가와 병원계는 혼란에 빠졌다.

개원가 내부에서는 의원급의 종별가산이 0%인 반면, 병원급 이상은 5, 10, 15%의 가산이 적용돼 시간이 지나면서 병원계의 수가와 개원가의 수가 차이가 점차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일 상대가치점수 3차 개편 관련 대회원 안내문을 발송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의협은 복지부가 밝힌 종별가산 개편안은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무관하게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과정에서 나온 개편안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의협에 따르면, 이번 개편안에 따라 상부소화관내시경검사는 현행 상대가치점수가 647.21점에서 744.29으로 15% 인상된다.

현행 종별가산을 적용하면 의원은 6만 8550원, 병원 6만 1900원, 종합병원 6만 4480원, 상급종합병원 6만 7050원이다.

하지만, 개편안으로 적용할 경우 의원은 종전 그대로 6만 8550원, 병원 6만 2290원, 종합병원 6만 5250원, 상급종합병원 6만 8220원으로 0.63%에서 1.74%까지 인상된다.

검체검사 및 영상검사에 대한 수가 변동은 일반전산화단층영상진단-복부-조영제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기타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면 현행 상대가치점수가 955.31점에서 15% 인상돼 1098.61점까지 오른다.

현행 종별가산을 적용하면, 의원 10만 1180원, 병원 9만 1370원, 종합병원 9만 5180원, 상급종합병 9만 8980원인 반면, 종별가산이 폐지될 경우 의원은 현행대로 10만 1180원, 병원 8만 7560원, 종합병원 8만 7560원, 상급종합병원 8만 7560원으로 -4.17%에서 -11.54%까지 손실을 입게된다.

의협은 "모든 유형의 행위에서 의원급에는 영향이 없지만 병원급 이상에서는 수술, 처치, 기능검사 유형의 수가가 0.63%~1.74% 인상되고, 검체검사 및 영상검사 유형의 수가는 4.17%~11.54% 인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병원계의 손실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상대가치운영기획단에서 의료계, 정부, 학계 소속 위원들과 보전방안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종별가산율 개편안은 상대가치점수 3차 개편 연구 결과에 따른 것으로, 이번 필수의료 살리기 의정협의체 논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의협은 "상대가치 연구결과를 무조건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정협의를 통해 회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필수의료 살리기 정책에는 의료의 근간이 되는 일차의료 살리기가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며 "의협은 이를 우선 과제로 두고 의정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의협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개원가는 우려의 목소리는 높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안영진 보험부회장은 "정부가 추가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상대가치점수 총점 고정 안에서 조정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결국 아랫돌 빼 윗돌 괴는 것이다. 재정 순증이 없으면 의료계 전체가 모두 힘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급은 검체검사 및 영상검사를 하지 않고, X-ray 정도만 하고 있다.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만큼 검체 및 영상 검사를 하지 않는다"며 "같은 수술과 검사를 하는데 수가는 내려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의원급 결국 손해보는 구조다. 누구도 행복하지 않게 된다"고 비판했다.
 

담뱃세·주류세 등 암 유발 요인 물질 세금으로 추가재원 투입해야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응진 병원장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응진 병원장

병원계 역시 이번 종별가산 개편안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대한외과학회 신응진 이사장(순천향대 부천병원장)은 "건보재정 및 국고지원 등 전체 파이 확대 없이 재정중립 차원의 보상은 의미가 없다"며 "외부의 추가재원 투입이 필요하다. 담뱃세나 주류세 같은 암 등 중증질환을 유발하는 원인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해 필수의료에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신 이사장은 이어, "종별가산 축소로 인해 병원계 수익이 감소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필수의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소병원 및 대학병원들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재원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필수의료 보상방안으로는 부족하다. 추가 재원으로 필수의료에 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응진 이사장은 정부의 상대가치점수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검사보다 의사들의 행위 및 업무량에 더 많은 가치가 부여되는 방향에는 공감한다는 것이다.

신 이사장은 "이제까지 의사의 진료행위가 저평가되고, 검사에 많은 비용이 투입됐다"며 "그 결과, 병원들이 최신기기 도입 등 중복투자를 하면서 과잉진료의 원인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대가치점수 총점을 고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상대가치점수 총점을 확대할 수 있는 추가 재원 마련과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소병원계 A병원장은 복지부가 상대가치점수 개편과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구분없이 발표한 것이 의료계의 혼란을 야기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단순한 피검사로 많은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지양하고, 의사들의 의료행위에 수가를 인상하는 것 상대가치 개편 방향은 바람직하다는 것이 A병원장의 입장이다.
 

종별가산 폐지 따라 중소병원계도 손실만큼 보상이뤄져야

하지만, 검체검사 및 영상검사에 들어가는 재원을 어느분야에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병원장은 "중소병원계는 이번 상대가치점수 개편과 필수의료 지원대책이 선택진료비 폐지 당시처럼 암, 희귀질환 및 심뇌혈과분야를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에만 집중 지원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며 "검체검사 및 영상검사 종별가산을 폐지하는 것은 중소병원계에도 그만큼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종별가산 폐지 및 축소는 전체 의료계에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며 "이번 정부의 종별가산 폐지 및 축소에 대한 의료계의 반응 과민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병원장은 "이번 종별가산 폐지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손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검체검사와 영상검사에서 많은 수익을 올렸는데, 개편으로 인해 수천억의 수익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필수의료 분야에 손실분만큼 지원한다고 하지만 100% 보전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결국 병원계는 미보전분만큼은 손실을 안고 경영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종별 간 대립 보다 진료과목별 대립…진료과목 간 균형 필요

한편, 이번 종별가산 폐지 및 축소 문제가 단순히 의료기관 종별 간 문제가 아닌 진료과목 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개원가에서 이번 개편안에 대해 반발이 큰 것은 내과계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큰 방향이 기본진료료 개편으로, 외래진찰료와 입원료 개편이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외래진찰료가 포함되지 않아 외래진찰료 인상을 기대했던 내과계의 불만이 이번 종별가산 개편으로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외래진찰료 개편을 위해서는 재원이 7조원에서 10조원까지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상대가치개편을 위해 진료과목별 외래진찰 난이도를 조정하는 작업이 매우 어렵다"며 "결국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서 외래진찰료는 포함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내과계 위주의 이번 종별가산 폐지 및 축소 불만은 상대가치점수 3차 개정 자체에 대한 불만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관계자는 종별가산 폐지 및 축소는 개원가 및 병원계 간 종별 대립이라기 보다 진료과목별 대립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조직 병리검사와 초음파검사에 대한 수가 보전 방안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관계자는 "예를 들어 병원급에서 검체 및 영상 검사 수가가 빠져 손실이 나더라도 중증, 응급, 분만 및 소아진료에 대한 수가가 인상되면서 경영상 큰 손실이 나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만, 진료과목별로는 수익구조가 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진료과목별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직 병리 검사는 의사가 직접 검사하는 것으로, 수술, 처지 행위와 업무량이 비슷해 조직 병리 검사는 가산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며 "영상 검사에서 CT·MRI와 달리 초음파 검사는 의사들이 직접 시행하고 진단하기 때문에 어떻게 의료계에 보상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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