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지원 미달 정부 적극적 지원 필요
비뇨의학 전공의 충원 상승…10년 뒤 상황 좋아진다는 희망 보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2023년도 전기 레지던트 모집 결과 소청과 지원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폭락하면서 소청과 진료 인프라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전통적인 기피과 역시 전공의 지원 미달 사태가 여전한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지원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관련 학회 및 의사회는 암울한 미래와 정부의 소극적 대응 때문인 것으로 진단했다.

전공의 지원을 높이려면 수련 이후 전문의로서 미래가 보장된다는 희망이 담보돼야 하며, 그런 희망을 제공할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2023년 모집정원 201명 중 33명만 지원한 소아청소년과는 2022년 지원율 23.5% 대비 폭락한 16%에 불과해 진료과 자체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번 전공의 지원에 대해 평가할 것 자체가 없다며, 소청과 존폐 위기를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데 원론적 얘기만 하고, 전혀 실행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 이사장은 "전공의 지원과 위기의 소청과 생존을 위해 조만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지난 몇 년간 계속 일관되게 학회와 의사회가 정부에 요구안을 건의했지만 정부의 입장은 변화되지 않고 있다. 소청과 소멸은 시간 문제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청과를 지원하겠다고 하면 가족과 주변에서 말릴 정도"라며 "소청과의 현실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상황이다. 계속 위험이 보이지만 사고가 난 후에 정부가 사후약방문으로 땜질만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소청과 위기는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라고 규정한 김지홍 이사장은 필수진료과인 소청과는 초저출산 시대에 비정상적인 저수가와 감소되는 진료량으로 존폐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이 아닌 국가 재정을 동원해서라도 진료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수가 3%, 5% 인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상대가치점수를 올리면서 직접적으로 30%~50%의 수가 인상이 이뤄져야 현재 위기상황을 전환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 "교수들이 응급실 야간당직을 담당하는 병원비율이 75%를 넘어서고 있다"며 "소아응급을 보는 병원이 전국 40%가 안 되고 있다. 정부는 종합병원들이 소청과를 운영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복지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전국 어린이병원 적자를 보전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김 이사장은 어린이병원 적자 보전만으로는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소청과 전공의 임금 정부 50% 지원하는 사업 시급하게 추진해야

소청과를 지원하는 전공의들에게 직접적으로 50%의 임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적극 시행해야 전공의 유입이 가능해 질 수 있다는 것이 김지홍 이사장의 생각이다.

흉부외과 지원율이 최악일 때 정부가 흉부외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임금 지원 사업을 시행한 것과 같이 소청과 전공의에게도 임금 지원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홍 이사장은 "곧 소청과 진료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며 "올해는 전공의 4년차가 150명 정도 배출되지만, 내년 이후부터는 50명도 채 안되는 전문의가 배출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소청과 살리기 정책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 자체가 고갈돼 정책 자체가 추진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응급실에 갈 수 없는 실정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역시 소청과 지원이 폭락한 이유에 대해 전문의로서 미래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임 회장은 "지난 5년 전부터 소청과 위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지만,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위기의 소청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책수가를 제공해야 한다"며 "현재 서울시내에서도 아이들이 응급실에 갈 수 있는 병원이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에 따르면, 현재 소청과 전공의 4년차는 170여 명이지만,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을 위해 현장을 벗어나게 된다.

전공의 2년차는 현재 57명 중 10%가 중도 포기하면서 50명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며, 올해 33명이 지원했다.

전공의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내년 2월~3월이면 소청과 진료대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소아들의 특징은 급성기 경과가 매우 빠르게 진행는 것이다. 사망하는 아이들이 속출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소청과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라며 "개원가는 폐업율이 최고를 기록하고 있고, 봉직의 임금 역시 타 진료과 보다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지원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임현택 회장은 "정부가 대학병원만 지원한다고 소청과는 생존할 수 없다"며 "전공의가 수련을 마치고, 봉직의로서, 개원의로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지원율이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지원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응급의학과 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필수의료 의료사고 법적 보호장치 마련 시급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전공의 지원율 하락은 예측된 결과라며, 응급의학이 필수의료지만 위험하고 힘든 진료과로서 자긍심과 보상이 없기 때문에 지원이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의사들은 보람과 인정에 대한 욕구가 크다"면서도 "현재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이 강화되고, 법적 보호조치가 없는 상황이 필수의료인 응급의학 지원 감소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학과 지원율이 100% 달성했던 2015년은 정부가 권역센터를 40곳까지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해 지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는 응급의학과를 지원한 전공의들의 10% 이상이 중도 포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 회장은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미국은 응급의학 전공의 1% 정도만 중도포기를 하지만 우리나라는 10% 이상 기록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부가 그런 현상을 파악해 필수의료인 응급의학 전공의들에게 희망의 시그널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정부가 필수 진료과목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는 것이다.

비뇨의학과, 전공의 충원율 100% 달성

한편, 비뇨의학과는 전통적인 기피과였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공의 충원율이 100%를 달성했다.

그 이유에 대해 조규선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회장은 비뇨의학과의 5년~10년 뒤 미래가 밝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평가했다.

조 회장은 "그동안 전공의 지원율이 바닥이었던 이유는 개원가 여건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개원가의 여건이 좋아지고, 비뇨의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원율이 높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비뇨의학과는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전립선 관련 질환이 증가하고, 그동안 초음파 등 비급여 항목이 급여화가 이뤄지고 있다.

고령환자 증가와 함께 급여화를 통한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공의 지원이 증가했다고 비뇨의학과 현실이 완전히 좋아진 것은 아니라고 진단한 조 회장은 현실의 여건은 여전히 힘든 상황이라며, 각 지방대학 비뇨의학과 지원은 여전히 낮고,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또 다른 이유로 여성 비뇨의학과 전공의 증가를 들었다.

조규선 회장은 "이제까지 비뇨의학은 남성만의 진료과로 인석됐던 것이 여성 비뇨질환도 진료한다는 국민적 인식 전환에 따라 여성 전공의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여성 전공의가 늘어나면서 지원율이 높아진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들의 교원 임용 수요도 증가하는 점이 전공의 지원율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며 "현재는 여전히 힘든 상황이지만, 5~10년 뒤 개원 및 봉직의 여건이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면서 전공의들의 지원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