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복지위, 건강보험 일몰제 5년 연장
OECD는 ‘기금화’ 권고…복지부는 ‘난색’
일몰제 폐지 가능성은 미지수…한시적 연장 계속 이어질 수도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국고지원일지 아니면 기금화일지, 건강보험 재정 조율 방안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5년 연장키로 합의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더불어민주당 정춘숙·김원이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내용을 수정한 것이다.

당초 야당은 일몰제 폐지와 영구 지원을 주장했으나, 국고지원 기한을 5년 연장해야 하다는 여당의 의견에 부딪쳐 이 같은 합의를 도출했다.

이런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월 기획재정부와 양자회의를 가진 뒤 우리나라 건보 관리에 대해 “매우 특이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일몰제를 통해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에 예산을 직접 투입하면서도 보험 지출 규모와 용처엔 견제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OECD 대부분 회원국은 아무리 의료보험 기금이 독립적이라도 해도 정부와 국회의 심의·동의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건보와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예산을 결정하며,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등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기금으로 운영되지 않아 회계와 지출 결정 과정이 공개되지 않는다.

OECD는 이 점을 지적, 의료보험만 굳이 다르게 취급할 필요가 없다며 사실상 건보 기금화를 권고했다.

 

기재부 제외한 관계 직역은 기금화 반대
코로나19 감염병 발생 시 신속 대응 어려울 수도

기금화는 기금관리기본법에 따라 기재부의 재정 관리를 받는 방안으로, 기재부를 제외한 의료·보건계는 반대 입장이다.

의료·보건계 가장 선두에 있는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지난 12월 기자간담회에서 “기금화가 건보 지출 효율화와 운영 투명성 제고의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라며 “국회에 자주 보고하고 주요 사안을 국민에 주기적으로 알리는 것도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 역시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기금화 방식으로 운영될 경우 국회의 정치적 의사·직역·이익 단체 등의 영향으로 자율적 운영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OECD에서 한국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섣부른 권고를 제시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 기재부가 긴축 기조인데, 기금화 도입 시 국고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얘기다.

또 의료보험 기금화를 시행 중인 다른 나라의 상황도 썩 긍정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영국만 하더라도 국민보건서비스(NHS)가 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 이후 예산 긴축 기조가 이어져왔으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간호사와 응급대원 등에게 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논란이 빚어졌다.

다만 기금화가 우리나라 상황에 전혀 안 맞는 것은 아니다.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인한 경상 의료비 증가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경상 의료비 수준은 200조원 이상으로, GDP 대비 10%다.

연세대학교 정형선 교수(보건행정학부)는 “의료비 증가를 복지부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차라리 기금화를 통해 국회나 기재부에서 힘을 보태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의료비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데, 궁극적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일몰제 폐지 가능성은 미지수
복지부, 제2차 건보 종합계획 통한 지출 효율화 호언장담

일몰제를 5년 연장하며 보건복지위는 ‘정부가 국고지원 확대 등 건강보험 재정의 국가책임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부대의견을 담았다. 그만큼 건보 재정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는 데에 의원들이 의견을 모은 것이다.

다만 일몰제가 폐지될 지는 미지수다. 이번 의결은 내년도 예산 편성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인데, 5년 뒤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 일몰제 연장이 관행처럼 자리잡은 것도 한 몫한다.

정 교수는 “당연히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라면서도 “연장이 거의 당연시하게 여겨지는 감이 있다”고 말했다.

전 국장 역시 “여·야간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내용이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며 국회의 소극적 태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오는 9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수립해 지불제도 다변하와 수가체계 개편, 효율적 재원 조달, 재정관리 투명성 향상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당초 복지부가 해당 종합계획을 통해 지출 효율화를 꾀하겠다고 단언한 만큼 주목 필요성이 높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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