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D종합병원 응급실 의사 살인미수·부산대병원 방화미수 사건 발생
의료계, 가해자 엄중처벌 및 재방발지 위한 국가지원 마련 촉구
政, 안전한 진료환경 위한 가이드라인 개선 검토…재정지원은 글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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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용인 D종합병원 응급실 의사 살인미수 사건과 부산대병원 응급실 방화미수사건 발생으로 의료기관 내 의료인에 대한 폭행 재발방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는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함께 안전한 응급실 및 진료환경 구축에 필요한 재정 지원 등 국가책임성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과 국회는 아직 이렇다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용인 D종합병원 응급실 의사 살인미수 사건과 부산대병원 응급실 난동 및 방화미수사건을 되짚어봤다.

응급실 의사 상해 사건 또 발생

지난 6월 15일 용인시 소재 D종합병원 응급실에서는 70대 남성이 응급실에 근무 중이던 의사에게 낫을 휘둘러 의사의 뒷목에 자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인 70대 남성은 사건 발생 며칠전 심정지 상태로 용인 D종합병원으로 이송된 부인에 대한 병원측의 조처에 불만 때문에 사건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5일 부산대병원 응급실 난동 및 방화 미수사건 역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보호자가 응급실의 대응에 불만을 품고, 난동과 방화를 시도했다. 환자 보호자인 60대 남성은 방화시도 3시간 전 음주상태에서 부산대병원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렸지만, 경찰이 별다른 조치 없이 귀가 조치했다.

방화미수자는 응급실을 다시 찾아와 방화를 시도했다. 방화미수자는 패트병에 2리터의 휘발유를 담아와 자신이 몸과 응급실 바닥에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다행히 응급실 의료진들이 소화기를 이용해 진화했지만, 방화미수자는 2~3도의 화상을 입었다.
 

의료계 가해자·방화시도자 엄중처벌과 재발 방지 근본대책 촉구

용인 D종합병원 응급실 의사 살인미수사건이 알려지자 의료계는 일제히 가해자 엄중처벌과 함께 정부의 재발방지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긴급성명을 통해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응급의료현장이 보다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이 책임감독의 의무를 다해 달라고 요구했다.

의사회는 "지금까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며 "형량 하한제, 심신미약 무관용 원칙 등 강력한 조치들이 발표됐지만, 실제 진료현장은 1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처벌이 강화돼 경찰이나 검찰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입건하는 것을 꺼려하고, 응급의료인에 대한 폭력이 발생해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응급의료 현장은 병원 내 다른 장소보다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장소"라며 "폭력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피해자인 의료인에 그치지 않고 모든 응급환자들에게 미친다"고 우려했다.

이어, "진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고 폭력이 발생할 경우 빠른 격리와 현장의 안정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보여주기식 성의없는 대책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현장의 전문가들과 재발방지와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응급의학의사회는 임세원법 이후 의료현장 폭력에 대해 관용 없는 가중처벌을 공언한 정부가 그런 결정을 내릴 것인지 끝까지 지켜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역시 이번 살인미수사건과 관련해 직접 피해 의사를 찾아 위로하고, 용인동부경찰서장과 면담을 통해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이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故 임세원 교수가 진료하던 환자의 공격을 받아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한지 3년반이 지났다며, 의료인 폭행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관련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법은 그저 법일 뿐이라고 법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일명 임세원법인 의료법 개정안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의료인 폭행과 협박에 대한 가중처벌,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의료인 폭행 및 협박 감경조항 미적용 등 의료인 보호 조치가 강화됐다.

이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은 그동안 진료실과 응급실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 안전을 위해 어떤 실효성 있는 노력을 했나?"라고 질타하면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의료기관에 대한 비용 전가와 규제로 돌아올 뿐 예방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은 엄연히 공익 영역으로, 의료인 안전과 보호를 보장하는 것 역시 공익 활동으로서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필수 회장은 "응급실은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만큼 더욱 철저히 보호해야 할 구역"이라며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의료인 안전 및 보호 대책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안전한 진료환경과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고 즉시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병원계도 이번 응급실 살인미수에 대해 강력 처벌과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력을 촉구했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중소병원협회는 병원 종사자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 개탄스럽다며,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폭행·상해·협박 등에 의한 환자안전과 보건의료인의 안전문제 모두를 의료기관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현실에 통탄한다고 분노했다.

병원협회는 "환자 생명을 다루는 진료현장의 폭행, 상해, 협박 가해자는 음주 등 심신미약 상태와 상관없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즉각 구속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계는 응급실과 정신과 중심으로 보안인력과 비상벨 의무 설치 등 보안시스템이 도입됐지만, 병원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안인력은 긴급 상황 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병원계의 재정적 여력이 부족해 충분한 보안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병원협회는 "정부가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의료기관 내 폭행, 협박이 중대한 범죄행위이며, 의료인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사회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응급실 의사는 현재 의학적 후유 장애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 의사는 급성 스트레스성 장애로 극심한 외상의 노출 후 1개월 이내의 특징적 불안과 해리 등 증상을 보일 수 있으며, 외상 후 3개월 이내 짧게는 1주일 이내에서 PTSD, 외상 후 증후군을 겪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정신건강의학과의 소견이다.
 

政, 재발방지 대책 마련 공감…건보수가로 재정지원 중

보건복지부도 현재 방지정책에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가 주장하고 있는 보안인력 및 보안시설에 대한 정부지원 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수가로 지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박미라 과장은 "임세원 교수 사망 이후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 대해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내부적으로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안전한 진료환경 가이드라인을 보강하고, 제도적 지원방안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의 보안인력 및 시설, 장비에 대한 국가 지원에 대해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이미 관련 수가가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환자안전관리료에 보안인력 및 시설, 장비 관련 지원부분이 포함돼 있다"며 "응급실내 의료인 폭행 방지 역시 응급실 수가 인상으로 일정부분 고려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응급의료과는 지난 2018년 경찰청과 함께 발표한 응급실 폭행방지 대책에 대해 보완과 개선을 위한 의료현장의 의견을 수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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