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협의회, 의협, 응급의학회 모여 의료인 폭행 대책 논의
보안요원 쌍방폭행 법개정, 패닉버튼, 의료기관 안전기금 제안

1일 국회에서 열린 법조, 의료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 방지대책 긴급토론회
1일 국회에서 열린 법조, 의료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 방지대책 긴급토론회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사건이 반복됨에 따라 의료계에선 사실상 '체념 상태'라는 푸념까지 나왔다.

현장에서는 짧게 주목받는 사건에 그치지 않도록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으며 의료기관 안전기금, 응급실 및 외래진료실 환자안전관리료, 중소병원 지원 확대 등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는 1일 국회에서 법조·의료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 방지대책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근 응급실 의사에게 낫을 휘두르고 병원에 방화를 시도하는 사건에 이어 7명의 사망자를 낸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도 발생함에 따라 긴급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대한병원장협의회 이성필 기획이사는 "최근 사건은 모두 대형병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럼에도 폭력행위를 막지 못했는데, 동일한 사건이 중소병원에서 벌어졌다면 결과는 더 참담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 내 폭력행위는 큰 사건만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응급실, 진료실에서도 반복된다"며 "진료실은 모든 사람에게 항상 개방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시행 중인 환자안전관리료도 언급됐다. 이는 폭력행위에 대한 예방관리료가 아닌 낙상, 욕창예방관리 등 환자 관리 내용을 포함한다.

이 기획이사는 "환자안전관리료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등 종별로 지급되고 100병상 미만은 포함되지 않는다. 병상 80개로 응급실을 운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자안전관리료 지급기준에 따르면 100병상을 보유한 병원은 한달에 372만원의 입원환자안전관리료를 받으며, 1000병상 이상 상종은 5940만원이 지급된다.

이 기획이사는 "중소병원과 대학병원 응급실의 대체인력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중소병원은 그나마 여력이 생기면 의료장비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보안인력을 충분히 채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예방적인 조치가 가능하도록 입원환자안전관리료와 별도로 응급실 및 외래환자에 대한 안전관리료를 추가 신설하는 게 마땅하다. 이는 소규모 중소병원일수록 더욱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대한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 이수정 교수, 권재철 대구지방변호사회 홍보이사, 대한병원장협의회 이성필 기획이사
왼쪽부터 대한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 이수정 교수, 권재철 대구지방변호사회 홍보이사, 대한병원장협의회 이성필 기획이사

의료계에서는 반의사 불벌죄 조항 폐지, 보안요원 권한 강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추가 등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낫 사건과 같은 일은 자주 있었고, 의료계는 사실상 체념상태다. 진료 중인 의료인에 대한 폭행은 반드시 처벌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료법에 규정된 폭행·협박에 대한 반의사불벌조항을 삭제하고, 의료법 등에 규정된 진료 중인 의료인에 대한 가해행위 처벌 조항을 통합해 특가법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이사는 "의료인 가해행위 처벌 조항을 특가법에 규정하는게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지만, 유사한 범죄행태이면서 가벼운 처벌을 받는 범죄도 이미 규정돼 있다"며 "심지어 산에 있는 나무보다도 의사가 보호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토로했다.

 

의료기관 과징금 일부 출연한 '의료기관 안전기금' 제안

"1년에 1000만명 방문하는 응급실...과밀화 해소 필요"

2019년 1월과 4월 각각 개정된 응급의료법, 의료법에 규정된 사항을 구체화하기 위해 의료기관 안전기금 필요성도 제안했다.

보안인력 등을 포함한 세부사항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위임한다고 했지만 비용 문제로 아직 진척되지 않은 상태다.

전 이사는 "3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개선되지 않았다. 의료법을 개정해 의료기관 안전기금을 만들고 운용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에 부과되는 과징금을 일부 출연하고, 안전시설 확보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보안인력에 대한 여러 제안도 나왔다. 가해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쌍방폭행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많아 적극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는 "보안인력 1명 이상이 24시간 상주해야하고, 진료현장에 가능한 가깝게 배치해 의료진과 환자보호자에게 보여야 효과적"이라며 "쌍방폭행에서 보안요원을 보호할 법개정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응급실 폭력에 대한 처벌규정이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급심으로 갈수록 처벌이 감경돼 법적인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김태훈 정책이사는 반복되는 응급실 폭행 사건 원인을 응급실 과밀화, 대기시간, 중증도 분류 등으로 꼽았다.

김 정책이사는 "응급실에는 1년에 약 1000만명이 오지만 의사와 간호인력은 한계가 있다. 환자는 돈을 내는 만큼 빠르고 제대로 된 진료를 원한다"며 "과밀화 해소 및 의사소통방법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응급실 내 안전을 고려한 환경개선도 제안했다.

김 정책이사는 "안전요원이 리스크 환자를 수시로 주시해야 하고, 폭행이 있을 때 패닉버튼을 누르면 공간이 분리되는 기능을 정부 또는 기관에서 보조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의료진에 대한 폭력은 다른 환자까지 가해하는 행위다. 폭언·폭행을 불법행위로 인정하고, 안전하지 않으면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