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전반기 복지위원들과 '안전한 응급실 진료환경' 토론회 개최
"목소리 큰 사람부터 진료한다는 인식, 관대한 음주문화 개선 필요"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의료인 폭행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근절 및 개선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사 결과 의원보다는 병원급에서, 그리고 병상 수가 많을수록 폭행 발생 비율이 급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병원 종사자와 전문가들은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응급의료를 국가가 지원하고 응급실 설명 간호사 배치, 보안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대한병원협회와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김원이, 신현영,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11일 '안전한 응급실 진료환경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한라병원 김원 부원장(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경찰에 접수된 응급실 범죄가 2009년 42건에서 2018년 490건으로 10년사이 11.7배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폭행 발생 비율은 병원 11.8%, 의원 1.8%로 병원급이 더 높았고 50~100병상 6%, 100~300병상 12.4%, 300병상 이상 39% 등 규모가 커질수록 폭행 발생 비율도 늘었다.

제주한라병원 김원 부원장

김 부원장은 △주취자 및 응급의료법 위반자 출입 제한 △경찰 순찰선에 응급실 포함 △환자 및 보호자 친화적 응급실 환경 조성 △왜곡된 응급실 이용 문화 개선을 제시했다.

김 부원장은 "응급실은 더 위중한 환자부터 봐야 하지만, 치료를 받던 환자와 보호자는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불만이 폭발하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라며 "응급실 설명 간호사를 배치해 진료 특성을 설명하고, 목소리가 큰 사람부터 진료한다는 이용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기진압과 인식 개선 측면에서는 응급의료법 대상이 보안요원, 청원경찰을 포함하고 경찰은 손괴·업무방해 단계에서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부원장은 "응급의료법으로 이미 가중처벌을 받고 있음에도 폭행사건이 줄지 않는 이유는 인식 개조와 초기 대응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일각에서는 위험인물에 대해 건보자격을 박탈하거나, 신고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을 개인병원에서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공의료로 재정을 지원하고, 환자와 보호자간 공감이 확대되도록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은 의료진 폭행시 최대 12개월 형량...관련 법 필요"

경찰력 상시 배치, 보안전문가 양성, 치료비 선지급 등 제안

대한응급의학회 정성필 학술이사(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과 건강검진센터 사진을 비교하며 "모든 병원들이 건강검진센터를 더 잘 짓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응급실은 가장 의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응급실에서 근무하면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응급실에서 폭행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응급실 폭력을 포함한 직장폭력(보건의료) 법제화 △신고의무제 △보안전문가 양성 등을 개선방향으로 제시했다.

정 이사는 "영국은 의료서비스 종사자를 폭행할 경우 최대 12개월 형량에 처한다. 우리도 광범위한 법을 만들어 의료인 대상 폭력을 다뤄야 한다"며 "폭력을 저지른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응급실 환경 및 서비스 디자인을 분석해 개선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는 보안전문가 학회가 있고, 자격 프로그램도 관리 중이다. 우리나라도 보안요원을 단순히 배치하는 것을 넘어 법 개정으로 실질적 권한을 주고 쌍방폭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안전한 응급실 진료환경 개선방안 모색' 패널 토론 모습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안전한 응급실 진료환경 개선방안 모색' 패널 토론 모습

법무법인 세승 조진석 변호사도 사전 예방적 측면에서 경찰력 상시 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안 인력을 두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응급의료관리료를 감액하도록 하고 있지만, 경찰이 아닌 경비원은 사전예방을 위한 검문이나 무기사용 등 적극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조 변호사는 "응급의료관리료만으로는 내원 환자수에 따라 충당되지 않을 수 있고, 규모가 적은 병원일수록 더 그렇다"며 "균일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분담이나 응급의료기금을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 병원 이익이 아닌 공공망 확충"이라고 강조했다.

사후 대응적 측면에서는 응급의료종사자의 회복을 위해 국가 또는 지자체가 우선적으로 치료비용 또는 수리비용을 대지급한 후, 대지급자가 가해자에게 구상하는 제도를 제시했다.

정부는 잇따른 의료현장 폭행 사건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앞서 만들어진 제도의 실효성부터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김은영 응급의료과장은 "최근 발생한 사건들은 그간 만들었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일정 소지품을 검사하도록 하거나, 보안인력을 동행해 환자를 만나도록 하는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 인식개선, 진료환경 개선으로 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정부가 마련한 대책에서 미진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며 "이를 보완해 환경을 개선하고, 응급실 이용 기준 등 홍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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