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병원계 희망 반의사불벌 조항 삭제·특가법 적용 장기과제로
응급실 진료환경 일부만 개선…실효성은 의문·재발 가능성 우려 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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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지난해 6월 용인 다보스병원과 부산대병원에서 일어난 응급실 의사 살인미수 및 방화미수 사건 재발방지를 위해 출범했던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TF가 큰 성과 없이 사실상 해산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출입 전문기자협의회 취재 결과, 지난해 8월부터 가동된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TF는 지난해 10월 29일 이후 회의가 중단됐다.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TF는 지난해 8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 7개 단체가 참여해 1차 회의를 시작으로 3차 회의까지 진행됐다.

의협과 병협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들을 복지부에 제안했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전달한 방안에 따르면, 법·제도 개선사항으로 ‘의료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 ▲반의사불벌 규정 삭제 ▲주취자 감형의 원천적 제한 ▲가중처벌 적용 ▲응급실 등 의료기관내 폭행·폭력 사건 신고 활성화 ▲응급의료 방해 금지대상 확대 및 적극적 대응을 위한 법적근거 마련 ▲응급실 출입제한 및 응급의료제공 거부권 인정 등의 법제화를 주장했다.

또 재정적·행정적으로는 사회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정부 및 지자체 등의 지원이 필요하며, 응급실 내 안전진료를 위한 재정지원 강화와 경찰 대응원칙 강화 및 범정부 협조체계 구축을 건의했다. 

응급실 내 안전진료를 위한 재정지원 강화로는 사전 예방적 측면에서 ▲보안 인력 상시 배치를 위한 충분한 재정지원 ▲응급실 및 외래 환자안전관리료 신설 및 인건비 지원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확충 및 인센티브 적극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후 대응적 측면으로는 폭행·난동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신속한 회복을 위해 응급의료기금 등을 활용해 치료비용과 수리비용을 대지급 후 가해자에게 구상하는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경찰 대응원칙 강화 및 범정부 협조체계 구축에 있어서는 보복범죄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피해자 신변보호 강화를 위해 ▲현행범 체포를 대응 원칙으로 한 구속수사 및 무관용 원칙 적용 ▲경찰 순찰 동선에 응급실 구역 추가 ▲피해자에 스마트워치 지급 등으로 보복방지 대책 강구 ▲범부처 차원 주기적인 조사체계 마련으로 안전한 진료환경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책 발굴 지속 추진을 제시했다.

사회적 인식 개선은 응급실 이용시 긴 대기시간과 진료 등에 대한 불충분한 정보제공, 종사자의 응대 태도 등에 불만족해 폭행 등을 유발하게 한다는 국민들의 지적에 대해 왜곡된 응급실 이용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응급실 진료상담 담당자 배치로 이용자 친화적인 응급실 환경 조성 ▲신뢰와 배려문화를 위한 캠페인 시행 및 공익광고 등을 통한 대국민 홍보 추진이 시급함을 건의했다.

특히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진료실 및 응급실에서 폭행 및 폭언을 한 가해자에 대한 반의사불벌 제외 및 특정범죄가중처벌 적용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의료계 및 병원계의 희망은 법무부의 반대 의견으로 인해 장기과제로 넘어갔다.
 

TF 8개월 운영 3차례 회의…현장 의견 반영 거의 없어

8개월 동안 운영됐던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TF에 참여한 복지부 주무과는 보건의료정책과, 의료기관정책과, 응급의료과 등이다.

보건의료정책과는 법과 제도 측면의 개선사항. 즉 반의사불벌 조항 삭제와 특가법 적용을 위해 법무부와 협의 진행이었다.

의료기관정책과는 TF 간사로서 TF를 운영하고, 의료기관 내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전반에 대한 매뉴얼 개선작업이었다.

응급의료과는 응급실 폭행 관련 사항을 주관했다. 응급의료과는 지난 3월 제4차 응급의료 기본법을 발표하면서, 안전한 응급실 조성을 위한 방안을 담았다.

환자가 안심하고 응급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안내·상담 전임 인력을 지정하고, 응급실 환자 경험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응급실 폭력 예방관리와 관련된 법적 근거를 정비하고 보안인력 업무 지침을 수립하는 등 폭력 발생시 대응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보건의료정책과는 반의사불벌조항 삭제 및 특정범죄가중처벌 적용과 관련해 법무부와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법부무는 반의사불벌 조항 삭제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 간 개인적 분쟁 해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특가법 적용에 대해서는 폭력행위에 대해 형법이 충분히 규정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법무부는 의료기관 내 폭력 및 폭언 가해자에 대한 반의사불벌 조항 삭제 및 특가법 적용을 장기과제로 넘겼다.
 

TF 왜 구성해 8개월 운영했나?

실효성 없는 방안만…재발 우려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진행된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TF는 사실상 해산 수순"이라며 "TF 논의의 80% 이상이 응급실 관련한 부분으로 응급의료과에서 이미 관련된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반의사불벌 조항 삭제 및 특가법 적용은 법부무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했다. 장기과제로 넘어갔다"며 "의료기관정책과는 병원협회에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직원용 및 환자용 개선 매뉴얼을 전달한 것으로 사실상 TF의 활동이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당초 TF 활동에 대한 결과 발표를 10월 말 경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0월 29일 이태원 사태가 발생하면서 복지부의 모든 인원이 이태원 참사 수습에 참여해 TF 활동 결과를 발표하지 못했다"며 "이후, 응급의료과에서 먼저 응급실 폭력 방지 방안을 발표해 결과 발표 시기를 놓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반의사불벌 조항 삭제 및 특가법 적용 등 의료계와 병원계가 희망했던 사항들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들이 반영되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와 병원계는 기대했던 결과물에 비해 TF의 성적은 초라하다는 평가다.

병원계 관계자는 "지난해 다보스병원과 부산대병원 응급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부와 의료계, 병원계는 이번에는 제대로 개선방안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며 "하지만 결과물은 왜 TF를 구성해 8개월 이상 논의를 했는지 의문밖에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방만들만으로는 또 다른 다보스병원 및 부산대병원 응급실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며 "응급실 및 진료실 의사 및 의료인들은 모두 계속해서 폭력 발생에 대한 불안에 떨며 진료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응급실 관련 대책 중 보안 인력에 대한 업무지침과 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내용이 없다.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보안인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보안인력이 가해자를 저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병원들이 보안인력을 더 채용할 수 있는 정부 지원 방안도 제시됐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는 TF 논의를 나름 의지를 가지고 시작했다며, 반의사불벌 조항 삭제 및 특가법 적용이 법무부에 막혀 안타깝다고 전했다. 

전 법제이사는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법적용 대상과 관련해 국민 형평성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다르게 처우되면 안 된다는 의견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에 장기과제로 넘어간 것 같다"며 "많이 아쉽다. 전향적으로 바꿔서 반의사불벌죄 부분이 의사 특혜를 원해서가 아니라 환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부분을 이해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전 법제이사는 "법무부는 궁극적으로 환자보호를 위해 반의사불벌 조항 삭제와 특가법 적용이 이뤄지는 것으로 접근해 줬으면 좋겠다"며 "장기적으로 더 설득할 필요가 있을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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