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아스트라제네카·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독감·수두백신 등이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 경쟁 구도 형성 한 몫
백신왕좌 자리 두고 업계, 'SK로 기울고 있다' VS '일시적인 현상' 엇갈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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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백신 사업만 두고 봤을 때 유일하게 GC녹십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COVID-19) 날개를 달고 향후 왕좌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미 신흥강자 수준을 넘어 전통 백신명가 GC녹십자에게 백신 주도권을 넘겨받을 준비가 됐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GC녹십자를 충분히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과 아직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의견이 그것.

반면, 서로 다른 전략을 통해 성장한 두 기업인만큼 이들의 치열한 경쟁은 해외 백신에 의존하지 않는 백신주권을 확립하고 자급화와 산업화를 앞당겨 결국 회사 양측과 국민에게 모두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의견도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개발·생산·공급기지 
사실상 코로나19 백신 관련 대부분의 국내 권리 독점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 필요한 백신 및 치료제의 개발·생산·공급에 있어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업체 중 하나다.

해외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생산 및 공급 계약을 연달아 성사시켰기 때문인데,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공동 개발한 'AZD1222' 백신의 원액 및 완제 CMO(위탁생산)와 노바백스 'NVX-Co3373' 백신 합성항원 원액 CDMO(위탁개발생산) 계약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화이자, 얀센, COVAX Facility 백신 물량 등의 국내 공급 수행기관(콜드체인 관리 및 실시간 모니터링 역할 포함)으로도 선정됐으며, 노바백스 백신의 기술 이전(License-In) 계약까지 맺었다.

사실상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대부분의 권리와 역할을 독점한 것과 다름없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대표는 최근 기업공개(IPO) 설명회에서 "코로나19로 글로벌 백신 시장이 2026년까지 매년 14%씩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백신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라며 "이 높은 장벽이 제조 및 생산시설을 보유한 우리에게 이롭게 작용해 앞으로 비약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독감백신 후발주자임에도 신기술로 시장 안착
프리미엄 백신 자체개발에 빠르게 뛰어들어

이러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비상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백신 명가인 GC녹십자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차별화된 백신 사업을 준비했고 결국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개발에 신기술을 도입, 이를 앞세워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최초 3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와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를 자체 개발했다.

(왼쪽부터) GC녹십자의 지씨플루와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셀플루와 스카이셀플루4가.
(왼쪽부터) GC녹십자의 지씨플루와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셀플루와 스카이셀플루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은 무균 배양기를 통해 생산돼 항생제나 보존제의 투여가 불필요하다.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도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유정란 백신 대비 생산 기간이 짧아 신종플루 대유행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략은 독감백신에서 그치지 않고 기타 예방 접종 항목으로 분류되는, 소위 '프리미엄 백신'으로 옮겨 붙었다.

이 또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GC녹십자와는 차별화 된 백신 신흥강자로 자리매김하게 한 요소다. 

MSD의 '조스타박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이자 국내에서 최초인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가 그 주인공.

이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7년 1209억원, 2018년 1514억원, 2019년 1839억원의 매출을 올려 연평균 23%가량의 성장률을 보였고 영업이익도 2018년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견고한 GC녹십자의 아성…백신주권 확립 위한 노력 꾸준
독감백신 안정적 성장 유지…대상포진 백신 개발 순항 중

전통 백신 강자로 손꼽히는 GC녹십자는 순수 국내 기술로 탄생시킨 백신 타이틀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1983년 세계 세 번째 B형 간염백신 '헤파박스'를 시작으로, 1990년 세계 최초 유행성출혈열 백신 '한타박스', 1993년 세계 두 번째 수두 백신 '수두박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팬데믹을 예방한 '그린플루'는 2011년에 아시아 최초로 WHO(세계보건기구) PQ(사전적격성평가) 인증을 받았고, 3가 독감백신 '지씨플루'와 4가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는 GC녹십자의 주력 백신 품목이자 자랑거리다.

(왼쪽부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바리셀라와 GC녹십자의 수두박스.
(왼쪽부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바리셀라와 GC녹십자의 수두박스.

GC녹십자의 유정란 배양 방식 독감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세포배양 방식보다 생산원가가 저렴하고 대량생산한지 오래돼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장점을 지녔다. 

이 같은 다양한 백신 타이틀은 GC녹십자가 백신명가로 거듭나게 한 자양분인데, SK바이오사이언스에 상대적인 약점을 보이던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도 뛰어든 상태다.

GC녹십자는 미국 자회사 큐레보가 현지에서 개발 중인 대상포진백신 'CRV-101'의 임상 1상에서 전 시험 대상자에게 항체 형성을 확인하고 해당 결과를 최근 열린 세계백신회의에서 발표한 바 있다.

CRV-101은 순도 높은 합성물질로 구성된 신개념 면역증강제를 활용한 유전자재조합 방식의 차세대 대상포진백신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아직 임상1상이지만 3등급 이상의 중증 부작용이 없었고, 주사 부위 통증 등 2등급 부작용도 전체 시험군의 6.5% 이하에서만 발생해 부작용 최소화 가능성을 보였다"며 "기존에 시판 중인 대상포진 백신보다 안전성이 개선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CRV-101은 합성물질로만 구성된 재료로 면역증강제를 만들기 때문에 제품화가 된다면 생산에 큰 제약이 없을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백신 국산화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발돋움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C녹십자의 백신 제제 매출은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조 2278억원의 GC녹십자 전체 매출(별도재무제표 기준)에서 백신 매출의 비중은 약 29.4%로, 2018년 25.7%에 비해 3.7%p가량 상승했다.
 

주요 백신 매출 규모 용호상박…시장 성장 동반 견인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사업부의 객관적인 덩치 비교는 수출 물량과 정확한 생산 물량 등을 종합해야 정확한 차이를 알 수 있지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를 기준으로만 볼 때는 용호상박이다.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요 백신 최근 5년 매출 현황(기준: 아이큐비아)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요 백신 최근 5년 매출 현황(기준: 아이큐비아)

수두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바리셀라'가 2018년 6월에 시판허가를 받아 기간 차이로 인해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3가와 4가 독감백신은 두 업체 모두 매출 규모의 상승과 하락 변화 흐름이 같았다.

아울러 지난 5년(2016~2020년) 동안의 매출액을 단순 합산했을 때 SK바이오사이언스(3가 415억원, 4가 1141억원)가 GC녹십자(3가 397억원, 4가 994억원)를 소폭 앞서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꾸준히 동반 성장하며 시장 확대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왕좌 'SK로 기울고 있다' VS '아직 이르다' 의견 분분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을 계기로 GC녹십자의 백신왕좌 자리 턱밑까지 왔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백신 주도권이 GC녹십자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로 서서히 넘어가는 추세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게 됐다"며 "후발주자임에도 GC녹십자의 독감백신을 빠르게 위협했고 특히, 이번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독점 권리 등을 확보한 게 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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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오랫동안 백신 명가에 이름을 올린 GC녹십자의 수십 년간 축적된 경험을 무시할 수 없고, SK바이오사이언스가 주목받게 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아직 왕좌 자리가 교체되긴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백신전문 기업으로 시작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빠른 성장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주목을 받은 것도 사실인데, 팬데믹이 끝난 후의 성장이 GC녹십자와의 백신 주도권 싸움에서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서로 다른 전략을 통해 각각 성장한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치열한 경쟁과 노력이 진정한 의미의 백신 주권 확립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존재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서로의 자리를 뺏는 개념으로만 생각하면 작은 매출과 수출 변화에도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각자 다른 성격을 지닌 두 기업인만큼 이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향후 양사 모두의 지속적인 성장과 백신주권 확립, 백신 자급화와 산업화, 국민 건강 증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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