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계기로 전통 제약사도 사업 진출 의지…대웅제약 등 첨생법 통과
배양기 규모·영업력·기술력 등 기본 요소…외부기술 도입 및 M&A 등 필요
업계 일각, "첫 시작부터 뛰어들지 않으면 대규모 자본력 없이 성공 어려워"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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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고속 성장하고 코로나19(COVID-19)를 계기로 백신·치료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CDMO(항제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개발) 사업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위탁생산)와 CDO(Contract Development Organization, 위탁개발) 사업에 이미 적극적이던 기존 바이오 업체 외에 전통적인 제약사들까지 출사표를 던짐에 따라 전반적인 분위기로까지 확산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업계 일부에서는 원활한 CDMO 사업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공장 설비와 영업력, 기술력 등은 기본 요소이고 이를 극대화할 외부기술 도입 및 인수합병(M&A)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제약사 대거 가세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2026년 5000억 달러 성장 예상
해외 주요 기업들도 외형 성장에 적극 투자하는 추세

한국바이오협회가 최근 공개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바이오의약품 CDMO 추진동향'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증가함에 따라 CDMO 시장도 성장 중이다.

실제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19년 기준 2660억 달러에서 2026년 5050억 달러로 급성장이 예상된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바이오의약품 중에서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2019년 42억 달러에서 2026년 259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중 50% 이상이 CDMO를 통해 생산된다.

해외에서는 론자(Lonza),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스(Fujifilm diosynth), 우시 바이오로직스(Wux biologics), 카탈렌트(Catalent),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등 다수의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서비스를 목표로 대륙 각지에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으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기존 사업장의 가동 시설을 늘리는 등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외형 성장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항체의약품 제조 서비스에서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영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기술력을 외부로부터 적극 도입하고 있다.

아울러 대부분 미국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출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유럽, 중국, 남미 등 세계 각지에 사업장을 넓혀가고 있다

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를 수용하기 위해 해외 기업들은 외부 기술력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 제약사들, 잇따라 사업진출 고려하며 간 보기
기존 CDMO 강자들도 사업 확장 통해 차별화 노력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바이넥스, 에스티팜 등이 오래전부터 CDMO 사업을 경험한 것으로 유명하고 SK바이오사이언스와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CDMO 사업 의지를 다졌다. 

주목할 점은 바이오 기업 외에 기존 전통 제약사들마저 방식과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CDMO 사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중요한 먹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시밀러의 파이프라인을 늘리기 위해 후발주자임에도 제약사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대웅제약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받아 CDMO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번 허가는 첨단바이오의약품 관련 사업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확보해야 할 첫 번째 조건이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에 따르면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을 갖추고 식약처장의 허가를 받은 기업만 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 등을 취급할 수 있다.

대웅제약은 이번 허가를 바탕으로 세포치료제를 포함한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와 개발부터 품질시험, 인허가 지원, 보관, 배송·판매까지 아우르는 '올인원(All-in-one) 패키지'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GC녹십자는 지난해 10월 CEPI(국제 민간기구 전염병대비혁신연합)의 백신 CMO 대상자로 선정돼 코로나19 백신 완제품 생산을 맡게 됐고, CDMO 전문 회사인 바이넥스와 각자의 강점을 살린 동반성장을 목적으로 지난 1월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외에 한미약품이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중심으로 mRNA 생산 기술력과 시설을 앞세우고 있고, 원료의약품 전문회사 에스티팜도 대표이사 직속의 mRNA 사업개발실을 신설해 백신 CDMO 신사업 확장을 천명했다. 

또한 줄기세포 연구개발(R&D) 기업인 차바이오텍이 세포치료제에 특화된 CDMO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전통 제약사 및 신규 바이오 기업 등을 가리지 않고 CDMO 사업이 달아오른 상황.

일찍부터 CDMO 사업에 발을 디딘 기업들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인지해 경쟁력 강화와 차별화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까지 약 25만 6000리터의 슈퍼 플랜트 제4공장을 건설해 글로벌바이오 의약품 물량의 30%를 담당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어 '위탁연구(CRO)-위탁개발(CDO)-위탁생산(CMO)'에 이르는 '엔드투엔드 원스톱 서비스(end-to-end one stop service)' 체계를 구축해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 아시아태평양을 통해 다케다제약 아태지역 제품군에 대한 권리 자산 인수에 나서 CDMO 사업 기반을 견고히 다지고 있으며, 청주공장 내 피하주사 제형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한 프리필드시린지 생산라인을 준공하고 글로벌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인증을 준비 중이다.
 

규모·영업력·기술력 등 기본 요소…대규모 자본력 필요
외부기술 도입 및 M&A 필요성도…차별화 전략 중요

업계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CDMO 사업의 매력이 한층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부터 CDMO 사업을 표적해 성장한 기업 또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제약사가 아닌 이상 과열 분위기까지 가진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실 국내에 바이오의약품이 별로 없다. 결국 글로벌제약사 품목을 수주해 생산해야 하는데, 초기에 CDMO 사업을 시작한 일부 이름 있는 기업과 자본력이 뒤를 받쳐주는 대형 기업이 아니면 사업의 기본조차 갖추기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규모가 작으면 큰 메리트가 없는 사업인 만큼 제약사들이 너도나도 투자할 여력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해외 기업들은 이미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인 데다가 앞으로는 위치, 가격, 생산규모, 품질 등에서 차별화된 마케팅이 필요해 CDMO가 예전만큼 리스크가 낮은 사업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리액터(bioreactor, 배양기)의 다양한 규모, 영업력, 인프라 구축 능력, GMP 획득 능력 등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틈새전략을 짜야 한다"며 "공장 가동률 즉, 가동되지 않는 공장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바이오협회 관계자도 "해외 기업은 생산규모와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M&A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 성장보다는 외부 기술도입과 M&A를 통한 패스트무브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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