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이슈 타고 유통 계약 연달아 체결
HK이노엔, 바이오의약품·식품 등 다양한 무기 강점…케이캡 고속성장
가치 상승 이슈 소멸 시 대응책 마련 중요…리스크 관리도 신경써야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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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연초부터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 열기가 달아오른 가운데 묻지마식 도전이 아닌 충분한 근거를 기반으로 한 도전이 대세가 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위기 상황을 기회로 삼고 있거나,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집중해 파이를 키우고 선점한 사업영역을 토대로 IPO 가치를 높이려 노력 중이다.

많은 제약·바이오기업이 IPO를 통해 공모에 도전하지만 당초 기대보다 낮은 실적 및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장에 실패하거나, 성공하더라도 제대로 된 가치를 시장으로부터 평가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결국 IPO 단계부터 신뢰할 만한 근거를 쌓는 기업이 성공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인데, 올해는 업계 최고의 '대어(大漁)'로 꼽히는 업체들이 솔선수범해 근거 쌓기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기업가치 상승 요인의 소멸 위협도 있는 만큼 위기 대응책까지 미리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장과 신뢰도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창출 중
종식 이후 플랜 중요…신약개발社 이미지 아닌 것 한계 

첫 번째 대물로 주목받고 있는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NH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12월 1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 올해 1분기 안에 코스피(KOSPI) 입성을 꿈꾸고 있다.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한 세포배양 독감백신과 대상포진백신, 수두백신을 판매하고 있고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의 지원 아래 국제백신연구소와 장티푸스백신, 글로벌 기구 PATH와 소아장염백신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연구원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연구원

또한 사노피 파스퇴르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폐렴구균백신의 경우 미국에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 11월에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NBP2001'의 임상에 돌입, 영장류 대상 효력 시험에서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청보다 높은 중화항체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아 추가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GBP510'도 지난 1월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을 승인 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코로나19 백신과의 인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통·보관 계약 체결에서도 계속됐다.

지난해 7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8월 미국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고 기존 1억 5000만도즈의 생산설비를 약 5억도즈까지 늘렸다.

여기에 질병관리청은 오는 2월로 예상한 코로나19 백신접종 계획에서 유통 및 보관체계 구축·운영을 SK바이오사이언스에 맡겼다.

이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얀센,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코박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백신 물량의 유통·보관을 담당하게 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관련 호재는 코로나19 백신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초 유한양행이 갖고 있던 GSK 백신 5종(부스트릭스, 멘비오, 하브릭스, 프리오릭스, 서바릭스)의 판권 계약을 따내면서 연 260억원가량의 매출 증대 기회를 얻게 된 것.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IPO를 통해 코로나19 감염 확산 등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혁신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할 방침"이라며 "백신과 바이오 영역에서 연구개발 및 생산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회로 창출한 코로나19가 되려 위협요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계했다.

코로나19로 기업 가치가 과대평가 될 우려가 있고, 종식 이후 위탁생산 매출이 감소할 경우 독자적인 신약개발 회사라곤 할 수 없는 SK바이오사이언스로서는 시장에서의 매력과 장점이 모두 사라져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신종 감염병 위협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전국민의 이목이 쏠린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보관·유통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중·장기 성장 잠재력은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코로나19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게 기회이지만 종식 이후에는 위기가 될 수 있다"며 "IPO 기대주로서의 주주 관심과 다양한 백신 관련 사업을 통한 국민 관심을 동시에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적으로 신약을 적극 개발하는 회사라고 볼 수 없는 것도 코로나19 종식 이후가 우려되는 이유"라며 "하지만 이 기회에 '백신은 곧 SK바이오사이언스'라는 이미지를 견고히 구축하는 데 성공하면 장기적으로 시장에서의 매력과 이점은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HK이노엔, 케이캡 통한 시장선점 효과 톡톡
의약품·식품 라인업 탄탄…성장속도 조절이 중요 

두 번째 대어는 CJ제일제당의 제약사업부문이 전신인 HK이노엔이다.

HK이노엔은 한국콜마와 살림을 같이한 이후 컨디션과 헛개수 등을 파는 기업 이미지에서 탈피, 글로벌 빅파마로서의 모습을 서서히 갖추고 있다.

실제로 오송·대소·이천에 위치한 생산시설에서는 항암제, 완제의약품, 원료의약품, 바이오의약품, 수액제 등을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다.  

이에 HK이노엔의 IPO 근거 쌓기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그것과는 다소 모양새가 다르다.

HK이노엔 본사 전경
HK이노엔 본사 전경

HK이노엔의 의약품 형제 라인업 중 최근 가장 잘나가는 효자는 P-CAB 제제 시장을 선점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다.

케이캡은 2019년 3월 출시 이후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 725억원의 원외 처방액을 기록, 단숨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1위로 등극했다.

케이캡은 국내 출시 이후 중국, 베트남, 중남미 국가, 몽골, 싱가포르 등에 진출해 현재 약 24개국에서 신약 허가 절차를 밟고 있고 국내외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적응증 확대 임상도 진행 중이다. 

연 15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MSD 백신 7종에 대한 공동 판촉과 유통을 올해 1월부터 맡게 된 것도 HK이노엔의 든든한 백업 자원이다.

백신 7종은 △조스타박스 △가다실 △가다실9 △로타텍 △프로디악스-23 △엠엠알2 △박타 등으로, HK이노엔이 △인유두종바이러스 △대상포진 △로타바이러스 △홍역 △A형 간염 등의 예방에 관여하게 됐다.

또한 늦게 뛰어들긴 했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착수, 지난해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신종바이러스(CEVI) 융합연구단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기술이전 받은 바 있다.

이 외에도 3D 프린팅 인공피부를 활용한 신약개발, 면역세포 유전자 치료제 사업 진출 등 IPO를 앞두고 다양한 연구개발(R&D) 및 전략적 투자 계획을 공개해 글로벌 제약사로의 성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IPO 시점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로 몸집 불리기에 나선 HK이노엔의 가장 큰 장점은 의약품 외에 식품, 건기식, 화장품 등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 해당 분야는 매번 새로운 경쟁 제품의 등장이 반복되는 시장이고, 효자 노릇 중인 케이캡도 P-CAB 제제 나아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전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순 없어 호흡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의견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식품과 의약품 분야에서 확실한 제품을 손에 쥔 채로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을 계속하는 HK이노엔의 시장가치는 예상보다 높을 것"이라며 "달리 말하면 다른 사업영역도 확실한 준비를 통해 넓혀가야 위기를 최대한 피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제약사 입장에서 IPO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고 사회적 신뢰와 평판이 올라가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수개월 동안 철저히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그 속에서 예상되는 위기와 위협 요인을 함께 분석해야 시장에서 매매 대상이 됐을 때 오랫동안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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