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와 GSK 백신 판권 대이동…HK이노엔·SK바이오사이언스와 새동행
신규시장과 거래처 증대 등 반사이익 기대…기존 파트너사와 차별화 부담
글로벌사 방침에 흔들리지 않는 백신 주권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있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연구원(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연구원(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 간의 백신 공동판매 파트너 교체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롭게 판권 계약을 한 제약사와 판권 계약이 끝난 제약사 모두 기회 혹은 위기만 갖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롭게 계약을 체결한 제약사 입장에서는 신규시장 발굴과 거래처 증대 등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예전 파트너사에 비해 강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고, 판권을 잃은 제약사는 당장의 매출 감소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자사 제품에 집중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의 방침 하나하나에 국내 제약사가 일희일비하지 않으려면 자체개발로 대체할 수 있는 의약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백신 주권'의 길을 조속히 완성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이번 다국적사 백신 파트너사 연쇄이동에서 가장 크게 웃은 곳은 HK이노엔이며, MSD 판권을 내주고 GSK 판권 계약에 성공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GC녹십자와 유한양행 등은 잃은 판권을 대체할 새로운 글로벌제약사를 만나지 않았다.
 

HK이노엔 1400억원 규모 MSD 백신 품어

우선, HK이노엔은 올해 1월 1일부터 MSD의 백신 제품 7종에 대한 공동 판촉과 유통을 시작했다.

HK이노엔과 MSD의 계약은 지난해 11월에 체결됐는데, 해당하는 7종의 백신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인 '가다실'과 '가다실9' △대상포진백신 '조스타박스' △로타바이러스 백신 '로타텍' △폐렴구균백신 '프로디악스-23' △홍역백신 '엠엠알2' △A형 간염 바이러스백신 '박타' 등이다.

MSD의 백신판권은 조스타박스, 가다실, 가다실9의 경우 기존에 GC녹십자가 갖고 있었으며 나머지 4종(로타텍, 프로디악스-23, 엠엠알2, 박타)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맡고 있었다.

즉, 이원화 됐던 국내판권 계약이 HK이노엔으로 집중된 것.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MSD 백신 7종의 최근 1년(2019년 4분기~2020년 3분기) 매출액은 총 1414억 5000만원가량이다.

이 중 조스타박스가 491억 8000만원으로 가장 덩치가 크고 그 뒤를 가다실9 401억 9000만원, 가다실 206억 8000만원이 잇고 있다.

로타텍과 프로디악스23도 각각 120억원, 108억 6000만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고 박타는 58억 8000만원, 엠엠알2는 26억 6000만원이다.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 간 백신 판권 이동 현황 및 최근 1년 매출 규모.

HK이노엔은 MSD와의 계약이 성공한 이유로 신사업 진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크게 어필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HK이노엔의 태생이 백신 개발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이미 영업망 등은 완벽히 갖춘 상태였다고 언급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최근 자사의 다양한 신사업의 성공을 위해 인력을 확대하고 역량 투자에 집중하고 있었다"며 "이를 MSD에게 강력히 어필했고 특히, 백신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 마케팅을 제대로 시작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미 의사 영업망 등을 갖추고 있어서 큰 문제가 없겠지만 MSD와의 계약 내용 상 공동 마케팅의 채널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 MSD 내줬지만 GSK와 새출발 

SK바이오사이언스는 HK이노엔에게 MSD 백신 4종을 넘겼지만, 최근 유한양행이 갖고 있던 GSK 백신 5종의 판권 계약을 통해 반전에 성공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공동으로 판매하기로 한 GSK의 백신은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 '부스트릭스' △수막구균 백신 '멘비오' △A형간염 백신 '하브릭스' △홍역·이하선염·풍진 백신 '프리오릭스' △자궁경부암 백신 '서바릭스' 등이다.

이들 백신 5종의 최근 1년 매출 규모는 총 261억 5000만원이며, 이 중 부스트릭스가 90억 6000만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하브릭스 68억 2000만원, 멘비오 42억 1000만원, 서바릭스 39억 1000만원, 프리오릭스 21억 5000만원 순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영업력에 따라 기존 MSD 백신 4종의 매출을 충분히 메울 수도 있어 GSK와의 계약이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공고히 구축한 영업망을 토대로 부스트릭스, 멘비오, 하브릭스, 프리오릭스의 성인 시장 판매와 서바릭스의 영유아 포함 전체 시장 판매를 전담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통해 백신 시장에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며 "향후에도 자체개발 백신과 공동판매 백신을 다양하게 확보해 시장을 확대하고 선도 기업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권 얻고 잃은 회사 모두에게 위기와 기회
백신 주권으로 글로벌사 대체할 수 있어야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제약사 백신의 국내 판권 연쇄조정은 해당하는 각각의 제약사 매출 증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매출액 증감을 떠나 계약을 새롭게 한 제약사와 계약이 끝난 제약사 모두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셀트리온 생산 공장.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셀트리온 생산 공장.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백신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한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매출액을 그대로 보장하진 않는다"며 "예를 들어 기존 A사였을 때의 매출 400억원을 새롭게 계약한 B사가 똑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글로벌사가 기존 A사와 동일한 형태의 계약을 B사와 하진 않겠지만 새롭게 손을 잡은 제약사 입장에서는 자사와 글로벌사 모두에게 어떤 효과가 있을지 불확실해 일부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단지 거래처 증대와 신규시장 발굴 등의 반사이익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판권을 잃은 제약사는 담당하던 백신만큼 당장의 매출 감소는 경영상 타격이지만, 장기적으로 자사 제품의 시장 확대 등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GC녹십자는 지난해 영업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한 수두백신과 독감백신의 수출에 더욱 집중해 시장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백신을 쥐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의 경영방침에 국내 제약사가 매번 웃고 울지 않으려면 백신 주권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필수 백신 28종에서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백신은 절반 수준"이라며 "국내 제약사들이 자체적으로 개발 할 수 있는 백신이 늘면 글로벌사의 계약 조건이나 경영 방침 등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니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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