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지역 간 비율 조정 반대와 함께 정원 자체 늘려야
외과, 지역의료 위해 비율 조정은 긍정, 상대가치 자체 판 바꿔야
산부인과, 수평위 반대 예상…불가항력 의료사고 법적 문제 선결돼야
소청과, 전공의 23% 지원으로 무슨 배정과 조정 필요한가? 반문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정부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활성화 차원에서 전공의 배정 및 정원 조정을 추진할 예정인 가운데, 내외산소 학회는 핵심이 빠져 있는 정책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저평가했다.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추진하면서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을 확대하고, 국립대병원 및 지방의료원 간 전공의 파견 수련을 활성화해 지역 의료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존 전공의 지역 간 배정 비율인 수도권 60%, 비수도권 40%를 수도권 및 비수도권 각각 50%씩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것이다. 또 26개 전문과목 별 적정 전문의 수요를 기반으로 전공의 정원을 관리하되, 필수과목은 충분히 배출되도록 조정할 방침이다.

즉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전공의 배정은 늘리고, 비필수의료분야인 미용 및 성형외과 등 진료과에 대한 전공의 정원은 줄이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전공의 배정 비율 조정과 정원 조정 정책 추진에 대해 필수의료이면서 기피과목으로 전공의 지원이 저조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수장들은 핵심이 빠져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전공의 자원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배정 비율 조정과 정원 조정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이다. 전공의들이 지원할 수 있는 토대 자체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政,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대정원 확충에 방점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전공의 양성 및 재배치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방점은 의대정원 증원 확대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시각이며, 정부도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의대정원을 늘려 전공의들이 필수의료 분야 및 지역의료에 더 지원하고, 근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판단이다.

그 일환으로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간 전공의 공동수련과 필수의료에 대한 공공정책수가 적용 등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의대정원만 늘린다고 필수의료 분야에 전공의들이 지원할 것이라는 정부의 판단에 의료계는 회의적 입장이다.

대한외과학회 신응진 이사장은 정부의 전공의 수도권 및 비수도권 배정 비율 조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필수의료에 전공의들이 지원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이사장은 "지역의료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지역 간 전공의 배정 비율 조정은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다"면서도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전공의 지원 자체가 저조한 상황에서 전공의 정원 조정 자체가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필수의료 진료과에 대한 정원을 더 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전공의들이 어떻게 하면 지원할 수 있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이 필수의료 진료과에 지원하도록 하려면 현재 적용되는 상대가치점수 체계 자체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신 이사장의 판단이다.

신 이사장은 "정부가 필수의료에 전공의 지원을 늘리기 위해 공공정책수가 등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근본적이지 않다"며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상대가치 점수 체계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상대가치점수가 낮게 설정돼 있어 상대가치점수 제도 판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공의 정원과 배정 문제 수평위 의견 중요

대한산부인과학회 박중신 이사장 역시 정부의 전공의 배정 비율 및 정원 조정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나타냈다.

박 이사장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지역 간 전공의 배정 비율 조정과 진료과목 간 정원 조정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들의 반대 의견이 만만찮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산부인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전공의들의 지원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 마련이 선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중신 이사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전공의 배정 비율 조정과 진료과목 간 전공의 정원 조정은 과거에도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며 "제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을 당시에도 수평위 위원들의 반대가 많아 진행되지 못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전공의 정원과 배정 문제는 수평위의 의견이 중요하다"며 "수평위 내에서도 의견 통일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 이사장은 "필수의료 분야에 전공의 정원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다"면서도 "내외산소 등 필수의료 분야 모두 전공의 지원이 저조하니 정원을 늘리는 것은 좋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못된다"고 지적했다.

필수의료 분야에 전공의들이 지원하지 않는 것은 근무환경 자체가 힘들고,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최선을 다한 진료와 치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및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의료진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의사들이 법적 분쟁에서 안심하고 소신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시급하게 선결돼야 전공의들의 필수의료 분야 지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25%에도 못미치는 상황에서 지역 간 전공의 배정 비율 및 전공의 정원 조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소아청소년과 자체가 폐과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및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율 조정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현재 소청과를 살리기 위해 정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변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

소청과학회는 전공의 유입 회복과 진료인력난 해소를 위해 2·3차 수련병원의 기본 입원진료 수가 10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또, 2·3차 병원의 부족한 인력이 중증질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경증질환 대비 중증도에 따른 가산율 인상, 전공의 임금지원과 PA 보조인력 비용지원 적용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전공의 수련과 수련담당 지도전문의 인력 비용에 대한 국가지원과 소청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신설을 제안하고 있다.

연령가산과 진료 시간에 대한 보상 적용, 소아청소년 필수진료지원 TF 운영과 복지부 내 소아청소년건강정책국 신설을 촉구하고 있다.
 

전공의 정원과 배정 정책 전문학회 의견 적극 반영돼야

한편, 대한내과학회 박중원 이사장은 정부의 수도권 및 비수도권 간 전공의 배정 비율 개편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정부가 전공의 정원 조정 및 배정 비율 정책을 추진하면서 관련 전문학회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전문학회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내과 전공의 배정 수를 현재보다 50~70명 이상 늘려 700명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과학회 전공의 배정 수는 기초정원이 603명, 복지부 정책 정원까지 포함할 경우 630~650명 수준이다.

현행 내과 전공의 기초정원은 수도권 361명, 비수도권 242명으로 6:4 비율이 적용되고 있다.

박중원 이사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율을 5:5로 개정하는 것은 수도권 전공의 60명을 비수도권에 넘기는 것"이라며 "비수도권 전공의 육성 정책에는 찬성하지만, 수도권 전공의 수를 줄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수도권 전공의 배정 수는 그대로 두고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과 전공의 배정 수를 현행 603명에서 700명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박 이사장은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전문과목별 전문의 수요를 기반으로 전공의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고 입장을 나타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