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수도권 대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5:5 강행 의지 밝혀
충북대병원 배장환 부원장, "섶을 지고 불길로 뛰어드는 꼴" 비판
김대중 교수 "복지부가 내과 전공의 수련을 예측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지적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집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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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 대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비율 5:5 정책 강행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수련평가위원회 회의에서 내과, 신경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등 진료과목은 전공의를 5% 증원하는 대신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외과 등 3개 과는 정원을 10% 감축하는 결정을 내렸다. 

복지부의 이 결정에 전공의 수련을 맡고 있는 학회 교수들은 복지부가 필수의료를 위해 전공의 TO를 더 배정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급격한 변화보다는 차근차근 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복지부 결정에 걱정이 가장 많은 진료과는 내과다. 전공의 수가 많아 그만큼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대한내과학회 김대중 수련이사(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복지부가 추진하는 전공의 정원 정책은 너무 급격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 수련이사는 "복지부가 무조건 5:5 원칙을 지키야 한다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복지부가 내과 전공의 수련을 예측불가능 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충북대병원 배장환 부원장(심장내과 교수)도 복지부 정책은 "섶을 이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비수도권 TO 늘려도 전공의들이 지원하지 않으면?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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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을 맡고 있는 교수들은 복지부 정책대로 가다간 수도권도 비수도권도 모두 망가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현재 내과학회의 수도권 정원은 360명, 비수도권은 241명이다. 여기에 추가된 30명을 비수도권에 배치해 비수도권은 273명인 상태다. 비율로 보자면 55:45다. 

내과학회가 이 상태로 복지부에 제출했지만, 거부당했다. 복지부가 5:5 비율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학회로 다시 되돌려보낸 것이다. 

김 수련이사는 "내과학회는 이미 30명을 비수도권에 배치했다. 그런데 복지부가 요구하는 대로 5:5 비율을 맞추려면 수도권에서 43명을 빼 비수도권에 배치해야 한다"며 "이미 추가된 TO 30명과 수도권에서 뺀 43명을 더하면 비수도권 TO는 73명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수도권에서 내과 전공의를 73명을 채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만일 내과 TO가 채워지지 않으면 필수진료과를 선택하려고 했던 소아청소년과 등 내과계 지원자들이 지원할 것이다. 그러면 지방의 필수의료는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3년 후 내과의사가 부족한 사태도 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수도권 TO를 줄이고, 비수도권 TO를 늘려도 전공의들은 지방으로 가지 않아 결국 3년 후에는 내과의사가 부족해질 것이란 얘기다.  
 
배 교수는 "예를 들어 내과 전공의 660명 중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각각 330명씩 배치한다고 했을 때, 수도권은 지원자가 넘치고, 비수도권은 미달될 것"이라며 "3년 후에는 내과의사조차 부족한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복지부가 지방에 있는 병원들을 고려해주는 것에는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환자가 더 많은 곳에 의사를 배치해야지, 의사가 없다고 환자가 적은 지방에 의사를 더 배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지 뻔하다"고 경고했다. 

 

수도권에서 전공의 TO 뺀 빈 자리는 누가 메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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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교수들이 우려하는 점은 또 있다. 수도권에 있는 병원이라고 해서 전공의 의존 비중이 낮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 비중을 줄이면 결국 교수들이 당직을 설 수밖에 없게 되고, 이로 인해 교수들이 떠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김 수련이사는 "수도권에 있는 내과 교수들이 당직을 서야 하는 일이 생기면, 몇몇 교수는 병원을 떠나 개원 등의 선택을 할 것"이라며 "수도권에 있는 병원에 교수들이 떠나면 지방에 있는 병원 교수들이 수도권으로 오고, 지방 지역의 진료는 또 공백으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배 부원장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수도권에서 전공의가 줄면 교수나 전문의 등이 그 자리를 채워야한다. 문제는 그렇게 충분한 인력을 갖고 있는 병원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배 부원장은 "수도권 병원이 전공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전문의 인력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먼저 

복지부가 전공의 배정 5:5 정책을 하기 전에 전공의 수련환경개선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필수의료와 중증의료 등을 강화하기 위해 이러한 정책을 쓰고 있다면 전공의들이 지방에서도 제대로 수련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지방에 갈 수 있는 동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과 달리 외과계 분위기는 살짝 다르다.

전남대병원 주재균 교수(대장항문외과)는 전공의 비율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5:5로 맞추는 것에 대해 주 교수는 조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복지부가 왜 외과 TO를 10%나 줄였는지 모르겠다"며 "외과를 지원하는 인력이 줄고 있지만, 필수의료과인 외과 TO를 줄이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한다.

이어 "얼마 전 지방 지방 대학병원 교육수련실장들과 회의를 했는데, 이들은 이번 복지부 정책이 조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며 "지방에 전공의 TO를 더 배정하면 외과 전공의가 4~5명 정도될 수 있고, 이 덕분에 전공의 지원도 늘어날 것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5:5 배정을 두고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복지부는 마이 웨이를 외쳤다.

복지부 관계자는 "26개 전문학회 중 전공의 배정 비율 5:5 조정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붕괴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문제점을 그대로 두고 단계적으로 조금씩 개선하기에는 현재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전공의 배정 비율 5:5 원칙은 유지될 것"이라며 "단계적 시행 역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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