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국회 복지위 방문해 중증·핵심의료 지원율 개선 위한 의견 제시
수련 기피는 불만족스러운 수련환경과 사법리스크가 가장 큰 원인
한성존 비대위원장 "잘잘못 떠나 환자와 보호자의 불안감에 무거운 마음"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전공의들이 중증·핵심의료(필수의료)의 수련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사법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래세대 의료인으로서 중증·핵심의료 재건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4일 오후 국회 복지위 소회의실에서 '중증·핵심의료 재건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대전협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용해온 '필수의료' 대신 '중증·핵심의료'라는 용어 사용을 제안했다.
대전협은 이날 내부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난 중증·핵심의료 수련을 기피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안을 복지위에 제시했다.
대전협 김재연 비대위원은 "설문조사에서 수련을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답한 이들의 72.1%가 중증·핵심의료 과목 전공의다"며 "젊은 의사들이 느끼는 문제점을 함께 공유하고 대응을 모색하려 한다"고 밝혔다.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수련환경 개선과 사법리스크다. 특히 수련환경 개선은 그 중요성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전협의 주장이다.
대전협 김재연 비상대책위원은 "전공의는 노동자이자 피교육자인 특수한 상황"이라며 "수련환경 개선은 단순히 노동자로서의 권리 뿐만 아니라 수련을 잘 받아 국가 의료에 기여할 수 있는 피교육자로서의 권리 개선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증·핵심의료 과목의 수련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황으로, 설문조사에서 해당 과목의 수련을 이어가겠다고 답한 전공의 중 상당수는 수련환경 개선이 없으면 중도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진료과는 중증도가 높고, 환자 수도 많은 데 비해 지도 전문의 수는 적은 인력부족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전공의들도 수련보다는 행정 서류 작성, 단순 처방 및 처치 등의 반복 업무에 시달리게 되고, 과중한 업무 속에서 수련 기회는 낮아지고 있다는 게 대전협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중도 이탈이 타과에 비해 많이 발생하고, 남은 전공의들의 업무는 더 과중돼 다시 중도 이탈을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김 비대위원은 "어찌저찌 수련을 마치더라도 핵심적인 술기는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대형병원에도 의사들이 해야 하는 술기를 우회적으로 다른 직군에 전가해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중증·핵심의료 미래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안전도 위협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사법리스크, 환자 안전 및 의료비 증가에도 악영향
사법리스크 부담도 중증·핵심의료 지원을 가로막는 핵심 원인이다. 생명이 오가는 중증·핵심의료 진료과일수록 의료사고 발생 시 구속 등의 위험이 크고, 민사상으로도 거액의 소송전에 휘말릴 수 있어 수련을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비대위원은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2016년 지원율 123%로, 경쟁해서 들어가야 했었으나 2018년 이대목동병원 소청과 의료진 구속 사태 이후 지원율이 급감하며 2023년부터 25%의 지원율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의대생과 인턴을 대상으로 한 소청과 인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6%가 소청과 지원을 고려하지 않으며, 98%가 소송리스크가 우려된다고 답했다.
이달 초 수련을 포기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법적 부담을 원인으로 꼽은 응답자가 타과 대비 2.15배 높아 사법리스크 부담이 중증·핵심의료 지원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법리스크의 개선은 전공의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환자 이익 및 의료비 감소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대전협의 주장이다.
대전협 박경수 비대위원은 "현재 의료인들은 사법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진료 대신 방어적·소극적 진료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적극적인 진료를 할 수 있게 되면 환자에게도 이익이며,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해 추가되는 의료행위도 줄어 의료비도 감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가 중증·핵심의료 재건을 위해 내놓은 정책들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의료인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려면 현장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며 "현장의 전문가들과 함께 정책을 만들어 준다면 효율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협 한성존 비대위원장은 "그간의 사태로 환자와 보호자가 겪었을 불안함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며 "더 나은 의료라는 환자와 의료계의 공동 목표를 향해 고민과 노력을 이어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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