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부의 일방적 강행이 의료 시스템 망가뜨려
정은경 장관 환영 분위기는 갈등 회복의 호신호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1년 4개월째 이어지는 의정 갈등 사태에 이재명 대통령이 신뢰 회복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적절한 영역에서 타협해 나가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2학기(하반기)에 의대생과 전공의가 가능한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을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 내겠다고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기자회견에서 의정갈등 해결 방안을 묻는 기자의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이 대통령은 "전 정부의 과도하고 억지스러운 정책 추진이 문제를 악화시켰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일방적 강행이 의료 시스템을 훼손하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취임 전부터 여러 국가적 현안을 검토했지만, 가장 자신 없었던 분야가 바로 의료 사태였다"며 "최근 일부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도 나타나는 등 정부가 바뀌면서 의정 간 긴장감과 불신이 조금은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인 관측을 내놨다.
특히,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로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지명한 것에 의료계가 환영의 뜻을 밝힌 점을 강조하며 '하나의 희망적인 징조'로 해석했다.
의정갈등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료계와 소통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2학기(하반기)에 의대생·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을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 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의료계와 빠른 시간내 솔직한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예전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전 비대위원장 등 의료단체장들과 면담했을 때 불신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며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를 충분히 하고, 적절하게 필요한 영역에서 타협을 해나가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의정 갈등에 대한 첫 공식 메시지다.
청와대 기자회견에 이어 열린 대통령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의료대란 문제는 내가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의제"라며 "의사단체 및 관련 단체와의 대화를 치밀하고 섬세하게 진행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즉각 화답 "대화 가능한 환경 마련됐다"
이 대통령의 적극적 의정대화 의지에 의료계도 즉각 화답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같은 날 오후 의협회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의료사태에 협회와 유사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정부가 신뢰 회복 의지를 보인다면 협회도 국민 건강과 의료시스템 정상화를 위한 대화에 적극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전공의들이 수련을 중단한 상황에서 복귀를 위한 제도적 유연성 확보와 학사 조정이 필요하다"며 "의대생들도 다시 공부할 수 있도록 각 대학이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한성존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의 발언은 그간 문제의 본질을 외면해 온 태도와는 다른 접근"이라며 "이제야 진짜 대화가 가능한 환경이 마련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갈등으로 축소하지 않고, 수련 환경과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다루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대전협은 정부와의 실질적 대화 재개에 대비해 9월 복귀를 위한 사전 설문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설문에는 복귀 조건, 정부가 제공해야 할 제도적 조치, 학사 보완 방안 등에 대한 구성원 의견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한 사직 전공의는 "대통령이 문제의 본질을 '불신'으로 짚은 데 공감한다"며 "신뢰가 회복된다면 대화의 물꼬는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환영의 메시지가 나왔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종태 이사장은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에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점을 원칙적으로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학사 운영 원칙과 각 대학의 개별 사정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한 신중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복지부 2차관에 이형훈 전 보건산업정책국장을 임명하고 의정 대화 채널 복원을 위한 내부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정은경 후보자가 장관으로 공식 임명되면, 대화 테이블이 본격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갈등 상황에서 정부의 태도 전환과 해결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 발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료계와의 대화가 조속히 재개될지,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복귀 수준을 넘어 구조적 해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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