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부족한 지방 대학병원 저연차 전공의에서 이탈 움직임
고된 근무환경과 사법리스크 등 고질적 문제 여전···유인책 필요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레지던트 1년 차 시험 접수가 완료되고 수련협의체의 논의도 마무리 단계를 밟으면서, 올 하반기부터 전공의 수련 정상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인다.
그러나 일부 필수의료과 전공의들은 단체 움직임과 별개로 복귀하지 않으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방 대학병원에서 이 경향이 두드러져 전공의 복귀 절차 후에도 지역·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공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5일 레지던트 1년 차 필기시험 원서 접수를 마무리했다. 이번 접수는 병원별이 아닌 개인별 접수 방식으로 4~5일 전공의 전형시스템에서 진행됐다. 7일에는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3차 수련협의체'를 열고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방안을 최종 결정했다.
전공의 지원 및 복귀 절차가 진행되면서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기점으로 전공의들이 다시 병원을 채우며 수련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그러나 전공의 전체 움직임과 별개로 필수의료과 전공의들에서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복지부의 협의 결과 등에 상관없이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병원에 전달한 필수의료과 전공의들이 늘고 있다.
지방 모 대학병원 교수는 "필수의료과 전공의들이 전공의 단체의 복귀와 관계없이 돌아오지 않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대전협 복귀 결정에 따라 함께 복귀했으면 하는 희망이 있지만, 마냥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른 지방 대학병원의 필수의료과 교수도 "제자들과 따로 만나서 이야기해 본 결과, 우리과 저연차 전공의 중 30~50%는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군 입대, 취업·유학 등 현실적 사정도 있지만, 필수의료과 전문의 취득 필요성 자체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지방대 교수들 수도권으로 흡수, 수련 지도할 여력 없어
전공의 미복귀 현상은 필수의료과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특히 지방 대학병원에서 두드러진다.
대전협 정정일 대변인은 "지방 대학병원의 저연차 바이탈과(필수의료과) 전공의들이 복귀를 망설이거나 전과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주요 원인으로는 지방 대학병원의 심각한 교수 인력난이 지목된다. 의료사태를 거치면서 지방 필수의료과의 교수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수련할 환경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지방의 필수의료과 교수들을 흡수해간 상황"이라며 "남은 교수들이 부족해 진료와 전공의 수련 지도를 동시에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곳도 많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때문에 특히 저연차 전공의들에서 수도권 대학병원이나 다른 진료과로 이동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사법리스크와 인력 부족 등 문제 여전, 별도 유인책 필요
의료사고 위험 노출 및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고된 근무 등 필수의료과의 고질적인 문제 역시 전공의들의 복귀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대전협이 지난달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발표한 내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증·핵심의료 과목(필수의료과)의 전공의 상당수가 수련환경 개선이 없으면 중도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대전협 김재연 비대위원은 "이들 진료과는 중증도가 높고, 환자 수가 많은 데 비해 전문의 수는 적어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전공의들도 수련보다는 과중한 업무를 반복하다가 중도 이탈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중도 이탈하면 남은 전공의들의 업무는 더 과중돼 또 다른 중도 이탈을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의료사고 위험과 이로 인한 사법리스크도 필수의학과 수련을 포기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사법 부담 때문에 수련을 포기하겠다고 답한 필수의료과 전공의들이 타과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필수의료과의 전공의 이탈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전에도 필수의료과의 전공의 지원율은 매년 감소해 소위 Big 5 병원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2024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산부인과의 충원율은 67%, 흉부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각각 38%와 26%에 불과했다. 특히 소청과와 흉부외과는 Big 5중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한 4곳이, 산부인과와 응급의학과도 Big 5 중 3곳에서 정원을 미달했다.
정정일 대변인은 "전공의 3대 요구 조건 중 수련연속성은 수련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고 있지만, 필수의료과 회복을 위한 의료사고 법적 책임 완화 및 필수의료 패키지 재검토 협의체 등에는 정부가 어떤 메시지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필수의료과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해서라도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공의 복귀와 별개로 지역·필수의료를 지탱하기 위한 별도의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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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醫 "사직 전공의 수련 연속성 보장해야"
- 전공의 "수련 규칙 표준안 외 법적·제도적 보완 필요, 정부 지원도"
- 레지던트 1년차 필기시험, 전형시스템에서 직접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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