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배제된 소청과 정책, 5년 뒤 소아환자 생존 위협될 것
현장선 진료 포기·학술 주제까지 '탈소청과' 가속화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소아청소년과가 필수의료의 최전선에서 붕괴되고 있다는 경고가 의료계에서 거듭 제기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12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보여주기식 정책에 머무는 사이, 소청과는 이미 붕괴 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소청과는 최근 5년 사이 전공의 지원과 전문의 수급이 모두 급격히 줄어들며, 사실상 붕괴 단계에 접어들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소청과 전문의 수는 2024년 6467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5년 7월 기준 6438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필수의료를 표방하는 진료과 중에서도 유례없는 현상이다.

문제의 핵심은 인력 수급이다. 2024년 소청과 전공의 지원자는 131명에 그쳤고, 2025년에는 의정 갈등까지 겹치며 단 24명만 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과거 연평균 200명 이상이 배출되던 것에 비해 10% 수준에 불과하다. 하반기 수련 인원이 141명으로 증가했지만, 이는 전체 정원의 17.4% 수준에 그친다.

의사회는 "2018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이후 의료진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어지며 전공의들이 소청과를 기피하게 됐다"며 "현장에서는 이미 전공의 인력 부족으로 외래 진료부터 입원·당직까지 감당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더불어 세부 전임의 배출도 극심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내분비와 신생아 분과에 일부 인력이 편중돼 있으나, 소아심장, 소아신장, 소아감염 등은 연간 1명도 배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의 이탈 문제도 심각하다. 의사회는 "배출된 전문의조차 소아 진료를 지속하지 않고 성인 진료나 미용 분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통계로도 포착되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학술 활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소청과 학술대회에서는 소아질환 관련 세션이 줄어들고, 대신 성인질환, 미용, 경영관리 관련 주제가 채워지고 있다. 이는 개원가에서 소아청소년 진료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의사회는 반복되는 정책 실패와 형식적인 대응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정부는 소청과를 살리겠다고 하지만, 정작 현장의 전문의 단체와는 실질적 협의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현장 전문가 없이 짜여진 정책은 실효성 없는 행정에 그치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그동안 전공의 유입을 위한 다양한 유인 정책과 시범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대부분 단기적이며 임시방편에 그쳤다.

의사회는 "이제라도 재정 투입과 법·제도 정비를 포함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지원금보다 진료 환경과 수가 구조의 전면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의 위기는 단순한 직역 문제를 넘어, 향후 5년, 10년 뒤 소아청소년 환자의 안전과 생존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정책 판단의 오류와 혈세 낭비를 멈추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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