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환경, 실습부족, 법적책임 구조적 착취 문제 해결해야
"저수가·인력 착취 구조의 본질적 재정비 기회 삼자" 목소리도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의료계 초유의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는 어느새 1년 반을 넘어가고 있다. 의대 증원 정책을 밀어붙인 윤석열 정권이 물러서고 새 정권이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그들의 복귀는 지지부진하다.

의료계는 새 정부에 이들의 복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달라고 당부하고 있으나, 지난 1년간 병원들은 그들의 공백을 기술과 인력으로 메웠다.

정치권도 더 이상 그들과의 대화에서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돌아올 이들은 다 돌아왔다"는 기조가 팽배하다. 의대증원 철회, 전공의 추가모집, 필기시험 면제, 입영 특례 등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사용했음에도 그들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부에 '명분'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명분이란 무엇인가? 돌아오고 싶다고 외치는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진짜 문제는 무엇인지 알아본다.-편집자 주

① 위기의 전공의 수련, 왜 그들은 돌아오지 않는가? 上

② 위기의 전공의 수련, 왜 그들은 돌아오지 않는가? 下

③ 바뀐 환경 속 전공의 수련, 나아 갈 방향은? 上

③ 바뀐 환경 속 전공의 수련, 나아 갈 방향은? 下

전공의 공백을 부른 의료개혁 정책을 추진한 정권이 물러 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으나, 전공의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1년 넘게 이어진 전공의 부재는 이제 고착화 수순으로 넘어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대답 없는 전공의와의 대화를 포기하고 있으며,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 등 수련병원 현장에서는 진료지원 간호사(PA)와 신기술 등이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의 60%는 복귀 대신 개원가로 흩어지며 전공의가 아닌 일반의를 선택했다.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전공의 복귀를 정부 우선과제로 삼아야 주장한다. 이들의 수련 부재가 더 장기화될 경우 국가 의료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전공의가 몇 명 복귀하느냐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의대정원이 원점으로 돌아갔음에도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원인이 거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나게 한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복귀한다고 해도 언제든 이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귀 '명분' 요구 전공의, 회의적인 정치권의대 증원 등으로 전공의 집단 사직의 도화선에 불을 당긴 윤석열 정권이 막을 내릴 때 전공의 복귀도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였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정부는 마지막 수단으로 지난 5월 전공의 추가모집을 허용했으나 응답한 이들은 5.9%(860명)에 그쳐, 올해 상반기 수련에 참여하는 전공의 수는 전년대비 18.7%(2532명)에 불과하다. 

"명분이 없다"는 전공의, "더 이상 줄 카드 없다"는 정부

당시 전공의들은 “새 정부 출범 후 협상하겠다”며 복귀를 미뤘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후에도 복귀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지난달 9일 공개된 연세의대 전공의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전공의 상당수는 아직도 복귀에 유보적인 입장이다. 그들이 요구한 ‘7대·8대 요구안’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비대위는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해 '명분'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태도는 심드렁하다. 의대증원 철회, 전공의 추가모집, 필기시험 면제, 입영 특례 등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사용해 더 이상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것.

한 여당 관계자는 "전공의들도 자신들이 말하는 명분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로는 요구안도 없다. 돌아오고 싶지 않은 것 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돌아올 전공의는 다 돌아왔다며 추가적인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여전히 복귀를 원한다고 말한다. 수도권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 A씨는 "이미 개원가에서 자리 잡은 전공의들이 있어 모두 복귀하지는 않겠지만, 기회가 되면 돌아오고 싶어하는 전공의들이 많다"며 "개원가에서 전문의와 일반의의 처우 차이가 크고, 특히 영상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 등은 전문의 자격이 중요해 이를 마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공의 B씨는 "7대 요구안 전면 수용이 복귀의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전공의들은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라며 "전공의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부가 협상안을 내밀어서 대화가 시작되면 이를 기회로 가을 정기모집이나 내년 상반기 복귀를 고려하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목소리와 별개로 복귀 논의 시점마다 전공의들은 돌아오길 망설였다.

일각에서는 전공의 집단 사직의 시작은 의대정원 졸속 증원 및 필수의정책 패키지였으나, 본질적으로는 낡은 수련환경의 구조적 문제와 폐단이라고 진단했다. 고된 노동, 실습 기회 부족, 법적 책임 전가, 최근 의대 증원 논란 속에서 불거진 시스템에 대한 불신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폐단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전공의들이 복귀를 한다고 해도 언제 다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김지예 기자 jykim@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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