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계 의사들, 정부 약제급여재평가 취지 변질 평가기준 개선 요구
뇌기능 개선제 콜린 제제보다 간장약 고덱스 급여 탈락 우려 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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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뇌기능 개선제인 콜린알포세레이트에 이어 간장약인 고덱스까지 약제급여재평가에 대한 정부와 제약사 간 힘겨루기에 내과의사들까지 가세해 약제급여재평가 향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약제비 적정관리 방안으로 약제 급여재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재평가 첫 대상이 뇌기능 개선제인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국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을 비롯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콜린 제제가 뇌기능 개선에 효과가 없으며, 다른 A7 선진국 등에서도 보험급여가 되지 않고 있어 임상적 유효성과 보험급여 적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콜린 제제 유효성 재평가를 위한 준비 작업을 2020년부터 시작해 지난해 6월 임상재평가를 위한 임상시험계획서를 승인했다.

이에 앞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약제 급여재평가를 통해 콜린 제제의 급여 적정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 결과, 급여기준을 축소했으며, 관련 종근당을 비롯한 콜린 제제를 생산하는 제약업계는 급여기준 축소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약제 급여재평가를 두고 정부와 제약사 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뇌기능 개선제 및 간장약 처방이 많은 내과 의사들이 약제 급여재평가 논란에 가세했다.

서울시내과의사회는 11일 성명을 통해 약제 급여재평가는 의사와 환자 간 불신을 조장하고, 혼란을 가중시킨다며 재평가 기준 개선을 촉구했다.
 

의료계 약제 급여재평가 관련 의견 정부 반영 안돼

서울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은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환자들은 뇌 기능에 대한 걱정이 많아 뇌기능 개선제 처방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까지 뇌기능 개선을 위해 처방했던 콜린 제제를 약효와 비용효과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방을 할 수 없다고 환자들에게 설명하면 환자들의 불만과 불신, 민원을 고스란히 의사들이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콜린 제제 약제 급여재평가 시행 당시 비공식적으로 심평원 관계자들에게 재평가 기준 개선 필요성과 재평가 시행 전 사전에 의료계와 상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의료계 의견은 반영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약제 급여재평가가 단순히 약제비 절감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의약품의 심각한 부작용에 의한 급여 퇴출은 공감하지만, 효능과 비용효과 때문에 급여를 퇴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금과  같은 약제 급여재평가 형태는 의사와 환자를 갈라치기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며 "의료계와 사전소통도 없이 일방적으로 그동안 처방하던 약제를 못쓰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특히 콜린 제제보다 내년부터 급여권에서 탈락될 것으로 보이는 간장약 고덱스(성분명 아데닌염산염 외 6개 성분) 퇴출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부광약품의 실리마린 성분의 레가론실(밀크시슬건조엑스산) 이어 지난 7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2022년 급여 적정성 재평가 결과를 통해 셀트리온의 고덱스가 급여 적정성이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약평위는 비용효과성과 임상적 유용성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급여 퇴출을 결정한 것이다.

이에 셀트리온 측에서는 급여퇴출 고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며, 법원이 셀트리온의 손을 들어줘 급여가 유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그 상황을 달라질 수 있다.
 

콜린제제보다 간장약 급여 퇴출 내과 개원가 심각하게 우려

이런 상황에서 내과계 개원가에서는 간장약인 고덱스가 급여에서 퇴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A 내과 원장은 "내과계 내부에서는 뇌기능 개선제인 콜린 제제보다 간장약인 고덱스 퇴출 여부가 더 큰 관심사다. 현재 대부분 내과에서 고덱스를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내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고덱스 등 간장약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A 원장은 "의협 집행부가 굵직한 의료 현안에 대해 정부와 논의하고 있지만, 약 처방과 관련한 부분도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 역시 "현재는 셀트리온 측에서 집행정지를 한 상황으로 내과의사회 차원에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내과 개원가에서 유일하게 사용하고 있는 고덱스가 퇴출될 경우 내과의사회 차원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정부의 약제 급여재평가와 관련해 "재평가 기준을 현재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며 "재평가를 하기 전 의료계와도 사전 논의가 이뤄져 의료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용 서울내과의사회 회장은 현재 약제 급여재평가는 당초 취지와 다르게 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약제비 절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국민 건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 지금과 같은 약제 급여재평가는 개선돼야 한다. 약제비 절감보다 국민 건강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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