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적정수가 미달성 및 정부 국고지원 퇴보 지적
병원계, 보장성 확대 보상 상종에 쏠려 중소병원 소외 비판

보건복지부는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 4년 성과를 자축하지만, 의료현장은 불만의 목소리가 팽배해 정부와 의료계 간 보장성 강화를 두고 엇갈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 4년 성과를 자축하지만, 의료현장은 불만의 목소리가 팽배해 정부와 의료계 간 보장성 강화를 두고 엇갈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정부가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케어 시행 4년간의 성과를 자축한 가운데, 의료현장은 정부의 그런 자축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약속했던 적정수가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법정 국고지원금 확대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며, 급여화가 시급하지 않은 분야까지 급여화하는 등 정책 방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2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시행 4주년을 맞아 그간의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지난 2017년 8월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급여화하고, 노인·아동·여성·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의료비를 대폭 낮추는 것이 골자다.

보장성 대책은 △비급여의 급여화 △취약계층 본인부담 완화 △의료안전망 강화의 세 가지 축으로 2022년까지 추진된다.

문재인케어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중 선택진료비를 폐지하고, 병원급 이상의 2·3인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했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2배 이상 확대했다.

또 초음파 및 MRI 검사 등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 항목에 대해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해 국민의 의료비를 경감했다는 것이다.

특히 난임 시술, 아동 충치치료, 중증 치매 등에서 체감도가 높은 의료비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정부는 평가하고 있다.

그 결과,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약 3700만명의 국민이 9조 2000억원의 의료비 경감 혜택을 받았다고 정부는 강조했다.
 

보장성 강화 성과, 의료계 희생에 따른 열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성과 발표에 의료현장은 싸늘한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과 수가 정상화는 동시에 이뤄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비급여가 급여화되면서 의료계의 청구빈도는 증가했지만, 비급여 가격 대비 80% 이하 수준의 급여가격이 적용되면서 실질적인 수익은 감소됐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그동안 저수가 체계에서 적정수가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또 "정부가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부의 국고지원금도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목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국고지원금 확대를 위해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어려운 의료기관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정부가 내년도 예상 건강보험 수입의 20%( 일반예산 14%, 건강증진기금 6%)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지원도 늘리겠다는 정책방향을 설정했지만, 그 약속은 정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전 정권인 이명박, 박근혜 정부보다 국고지원금 지원이 축소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 정부별 건강보험 국고 지원율은 이명박 정부 당시 16.4%, 박근혜 정부 15.3%였지만, 문재인 정부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국고지원율이 13.4%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료계와 사회시민단체들이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에 비판적인 것은 정부가 정부가 담당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 이상운 부회장은 지난 4년간의 보장성 강화 정채 추진의 성과는 의료계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의 성과에는 의료계의 희생이 반영된 것"며 "올바른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국민들에게 보장성 실질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 아닌 노인 포퓰리즘 보장성 강화 비판 

의료계와 병원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번 성과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국민의 부담이 큰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해소는 박근혜 정부 당시 대부분 시행한 사업"이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2배 이상 확대됐다는 발표 역시 2022년까지 10만병상을 목표했지만 실행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2017년 2만 6381병상에서 2021년 6만 287병상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내년까지 10만병상까지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보인다.

관계자는 또 "상급종합병원 건보 보장률이 2019년 69.3%, 종합병원 보장률 66.7%로 상승했지만, 당초 목표인 70% 달성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가 아닌 노인성 치과 질환이 우선적으로 보장성 강화 정책에 포함돼야 하는지도 의문을 제기했다.

병원계 관계자는 "중증 암환자에게 필요한 면역항암제 및 중증질환 중 아직 급여화되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는 상황에서 틀니 및 임플란트의 본인부담을 우선적으로 낮추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라며 "노인을 위한 포퓰리즘적 건강보험 정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 역시 수가 정상화 미달성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관계자는 "정부는 수가정상화를 약속했지만 급여화와 연관된 행위들은 일부 수가보상이 이뤄졌지만 필수의료영역은 여전히 저수가로 인해 공급부족을 격고 있다"며 "의료전달체계 개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병원계는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이 상급종합병원과 중소병원 간 격차를 더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보상들이 상급종합병원에 쏠려 중소병원들은 오히려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보장성 강화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보장성 강화로 인한 급여화 과정에서 의료행위 보상이 대부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투입됐다"며 "그 결과, 국민이 주로 이용하는 의원급과 중소병원급은 재원 투입이 소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가 정상화는 전국 의료기관이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 보상이 상급종합병원에 쏠리면서 중소병원은 더 힘들어졌다"며 "의료전달체계 속에서 의원급과 상급종합병원이 외래를 두고 경쟁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이 부분을 해결하는데 노력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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