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손경영연구소, 국가부담률 50% 설정 시 연 2조 7천억 투입 예상
간병비 급여화 위해 요양병원·시설 기능 재정립과 법률정비돼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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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간병비 급여화 공약을 제시한 가운데, 3대 비급여의 마지막 퍼즐인 간병비 급여화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이손요양병원 부설 이손경영연구소는 최근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방안'연구 결과를 내놨다.

간병비는 박근혜 정부부터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와 함께 3대 비급여 중 하나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대표적 비급여 항목이다.

지난 2015년 시작된 급성기병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간병비 부담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상을 10만병상까지 확대할 방침이지만, 사실상 목표 달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요양병원은 이 같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상급병실 보험적용도 되지 않아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은 급성기병원 입원환자보다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요양병원 특성상 간병 수요가 높지만, 간병비 급여화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간병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연구소는 2014년 장성요양병원 방화사건과 2020년 요양병원 향정신성약물 사용에 따른 화학적 구속 문제의 원인으로 간병비 문제를 꼽았다.

요양병원들이 간병비를 경쟁적으로 할인하거나, 아예 받지 않으면서 경영적 부담을 덜기 위해 인력을 최소한으로 배치해 안전사고가 유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요양시설의 경우 요양보호사 인건비가 수가에 산정돼 있어 직접 고용이 가능하지만, 요양병원은 간병비가 비급여 항목에도 포함돼 있지 않아 간병 인력을 병원이 직접 채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16년 대한요양병원협회가 159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병인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0일 계속 근무하는 24시간 전일근무가 45.5%를 차지하고 있으며, 24시간 교대근무가 15.9%를 차지하는 등 노동조건이 열악한 상황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선 간병비 급여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이다.

요양병원 필요 간병인 수.
요양병원 필요 간병인 수.

연구소는 간병비 급여화를 위한 소요재정을 추계했다.

중등도 이상의 환자를 기준으로 간병인 수를 계산한 결과, 필요한 간병인 수는 15만 598명으로 집계됐다.

간병인들이 8시간 기준 3교대, 주 5일 근무하는 것을 가정하고, 2022년 최저임금을 적용했을 때 총 인건비는 월 4497억원이 추계됐다.

이 경우 국가가 50%를 부담할 경우 월 2249억원으로 연간 2조 7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통해 의료 필요도에 따른 간병비가 지급될 경우 환자 및 보호자의 간병비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며 "요양병원 간병의 질 향상 및 정부가 우려하는 사회적 입원 문제 완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병인 인건비 재정소요 산출표.
간병인 인건비 재정소요 산출표.

또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고려해 초기 소요 재정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환자 및 국가 부담률을 각각 50%로 설정해 실시하고, 추후 재정 상황을 보면서 급여비율을 높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간병비 급여화 전제 조건은?

연구소는 간병비 급여화를 추진하기 위한 전제 조건도 제시했다.

현실성 있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위해서는 우선 정부 주도 하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은 의학적 치료 및 요양을 필요로 하는 환자를 입원시키고 있으며, 의사와 간호사, 전문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반면, 요양시설은 가사활동 지원 또는 간병 등 생활 속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입소시키고 있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요양병원과 시설에 대해 선택적 관계로 인식하고 있어 정부가 직접 요양병원은 의료의 개념을, 요양시설은 돌봄의 개념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간병비 급여화와 관련된 법률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경우 장기요양급여의 일부를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요양병원에서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 간병비를 급여화 한다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특별현금급여와 중복문제가 발생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간병인 교육과 자격기준, 직문에 관한 기준 마련 필요성도 제시했다.

간병인에 대한 자격요건에 관한 사항들이 법제화되고, 표준화돼 전문적인 간병 교육을 이수 후 요양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어야 간병의 질이 제고될 수 있다고 연구소는 제안했다.

연구소는 간병인력 수급 확보를 위해 외국 간병인력 확대를 주장했다.

간병은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가 높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업군으로 인식되고 있어 내국인은 기피하는 직종이다.

이에 중국 간병인을 포함한 재외동포가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간병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요양병원들의 간병 인력 구하기가 매우 힘든 실정이다.

원활한 외국 간병인력 수급을 위해 외국 간병인에 대한 비자 기간, 종류, 비자 대상 국가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외국인 간병은 H-2, F-4 비자로 재외동포만 적용하고 있지만 동남아시아 전체로 확대하고, 한국어능력시험과 간병인 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요양병원 간병인 인력수급의 현실적 대안이며, 환자 간병에 대한 안전과 전문성,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덕현 이손요양병원장(전 대한요양병원협회 회장)은 "간병 문제는 개인이나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문제"라며 "차기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통해 초고령사회의 의료와 복지의 빈틈을 메워 안전과 인권을 지켜야 한다"며 "미래 복지국가로 한 단계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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