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촌 의사분포 차이 OECD 평균 보다 적어
장기요양병상 과다…재활병상 OECD 평균의 10% 수준에 불과
국민 1인당 의사 상담 건 수 OECD 국가 중 가장 많아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최근 정부가 OECD 보건통계 2021 자료를 들어 보건의료 인력 부족을 강조한 가운데, 정부가 유리한 통계자료만 공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대도시와 농촌 간 의사분포 차이는 OECD 평균보다 적어 의료접근성이 높으며, 국민 1인당 의사·상담 건 수는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2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2021을 인용해 국민건강 수준 및 보건의료 이용 수준은 높은 반면, 보건의료 인력규모는 낮은 상황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복지부는 매년 건강수준, 건강 위험요인, 보건의료자원, 보건의료이용 및 비용, 장기요양 등 7개 분야 25개 지표에 대한 OECD 보건통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복지부가 발표하는 지표 이외 우리나라 보건의료 현실을 알 수 있는 지표들을 분석했다.

치료가능사망률과 예방가능사망률의 합인 회피가능사망률.
치료가능사망률과 예방가능사망률의 합인 회피가능사망률.

의료정책연구소는 의료서비스 질과 효율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회피가능 사망률이 OECD 평균보다 낮아 OECD 국가들보다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회피가능 사망률은 효과적인 보건정책 및 의료서비스를 통해 예방하거나 피할 수 있는 사망을 의미하며, 치료가능 사망과 예방가능 사망으로 구분되고 있다.

치료가능 사망은 현재의 의료서비스 수준과 의료지식을 적용한 검진과 치료 등으로 피할 수 있는 사망이다.

예방가능 사망은 건강결정 요인 등을 고려한 광의의 공중보건정책으로 예방할 수 있는 사망을 의미한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회피가능 사망률은 2018년 기준 인구 10만명 당 144.0명으로 OECD 평균 199.7명보다 낮은 수준이다.

즉, 의사 수가 많은 미국, 독일, 프랑스 등 국가들 보다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객관적 건강상태를 측정하는 지표 중 기대수명과 영유아 사망률 역시 OECD 평균보다 낮았다.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2019년 기준 83.3년으로 OECD 국가 평균 81.0년보다 높았고,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3.3년 증가했다.

또, 2019년 우리나라 영아사망률은 출생아 1000명 중 2.7명으로 OCDE 평균 4.2명보다 낮았다.

의료 질 지표 중 만성폐쇄성 폐질환과 울혈성 심부전증, 고혈압의 인구 10만명당 입원환자는 OECD 평균에 비해 적은 반면, 천식(65.0명)과 당뇨병(224.4명)으로 인한 입원환자는 OECD 평균보다 많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근경색 환자 100명 중 사망자는 8.9명으로 OECD 평균 6.3명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었지만, 출혈성 뇌졸중 환자는 100명 중 사망자 15.4명으로 OECD 평균 22.6명보다 낮았다.

허혈성 뇌졸중 환자는 100명 중 사망자가 3.5명으로, OECD 평균 7.7명에 비해 절반 수준이었다.

유방암·대장암·자궁경부암·직장암·소아급성림프구성 백혈병·폐암·위암 등 7개 암 중 6개 암의 5년 생존율은 OECD 평균보다 높았으며, 특히 위암 생존율은 OECD 평균 29.6%에 비해 68.9%로 2배 이상 높았다.

반면, 소아급성림프구성 백혈병 생존율은 OECD 평균 85.6%보다 낮은 84.4%를 기록했다.

2019년 기준 OECD 국가별 의사·상담 건 수는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17.2회로 OECD 평균 6.8회보다 2.5배 많아 환자가 의사를 가장 많이 만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지난 10년간 연평균 2.4%씩 증가하고 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정부가 의료인력이 부족해 의료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OECD 보건통계를 가공해 발간하는 OECD Health at a Glance 2019 자료를 토대로 대도시와 농촌 간 의사분포 차이가 별로 없다는 반대 증거를 제시했다.

Health at a Glance 2019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도시와 시골지역의 의사분포 차이는 인구 1000명당 0.6명에 불과해 일본의 0.1명 다음으로 낮았다.
OECD 평균 1.5명에 비해 분포의 차이가 적어 도시와 농촌 간 의사인력이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능에 따른 병상수(2019).
기능에 따른 병상수(2019).

보건의료 자원 중 총 병상은 OECD 평균 인구 1000명당 4.4개에 비해 12.4개로 많은 수준이었다.

기능별 병상은 급성기 병상이 7.1개로 OECD 평균 3.5개보다 많고, 장기요양병상은 65세 인구 1000명당 35.6개로 OECD 평균 3.6개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정신병상은 1.2개로 OECD 평균 0.7개보다 많은 수준이었지만, 재활병상은 0.04개로 OECD 평균 0.5개의 10% 수준에 불과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이런 병상 수 차이에 대해 "저출산 및 고령화 등 인구 변화에 대비해 의료기관의 기능별 분류, 질환의 시기와 특성을 고려한 의료서비스 제공체계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총 병상수가 12.4개로 이미 과잉공급된 것으로 평가하면서, 인구 1000명당 공공병상은 1.2개로 전체 병상 수 대비 9.7%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OECD 28개 국가 평균 72.2%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태로 과거 병상공급 인프라 구축에 국가의 투자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정부가 OECD 보건지표 전반에 대해 있는 그대로 팩트에 기반해 균형감 있게 보건의료 현실을 평가하고 정책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적은 의사 수와 비용으로 모든 건강지표를 최상위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의료계의 헌신과 희생에 의한 것"이라며 "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현재 과잉 공급상태에서 기존 민간병상 인프라를 파괴하는 방식인 공공병상이나 공공의대를 늘리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우 소장은 "비영리 민간병상을 적극 활용해 병상기능을 조절하고, 병상활용에 따른 인력·시설·비용 등을 지원해야 한다"며 "1948년 영국 NHS가 출범할 당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가는 적정 가격으로 기존 민간병원을 매입해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필수의료 보장성 강화 추진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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