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요양급여비용 0.72% 증가, 내원일수는 13.92% 감소
개원가는 정신과·피부과 제외하고 일제히 내원일수 줄어들어
비뇨의학과·산부인과는 매출 상승..."급여화로 인한 통계 착시"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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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지난해 확산된 코로나19(COVID-19)로 의료기관의 내원일수가 급감한 가운데, 의원급의 타격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과목별로는 산부인과가 내원일수 감소에도 매출이 가장 많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의 어려운 현실은 이번 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20년 진료비통계지표' 중 '진료일 기준'으로 작성된 지표에서 확인됐다. 앞서 심평원은 분기별로 진료비 주요통계를 발표해왔지만, 이번에 공개된 지표는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전체 기간을 포함했다.

우선 지난해 연간 요양급여비용은 86조 6432억원으로 전년 대비 0.72% 증가했다. 이는 의료기관과 약국을 합산한 것으로 이들은 각각 0.99%, -0.33%의 요양급여비용 증감률을 기록했다.

의료기관 종별로는 의원의 요양급여비용이 16조 9162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15조 4299억원, 종합병원 14조 8773억원 순으로 많았다.

다만 상급종합병원(2.64%)과 종합병원(1.27%), 병원(1.34%), 요양병원(2.78%)은 요양급여비용이 2019년과 비교해 소폭 증가한 반면, 의원급은 오히려 0.14% 감소하며 이 중에선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수도권의 한 개원의는 "전반적으로 내원일수가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환자들은 규모가 큰 병원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상황 속 정부의 각종 지원금이 병원에 집중돼 의원급은 상대적으로 지원이 적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지난해 전반적으로 요양급여비용이 소폭 증가했지만, 내원일수는 크게 감소했다. 전체 의료기관의 내원일수(9억 3688만일)는 2019년(10억 6837만일)보다 12.31% 줄었다.

약국의 발길도 뚝 끊겼다. 지난해 약국의 방문일수는 4억 2565만일로 2019년(5억 1455만일)보다 무려 17.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내원일수와 매출 증감률 '상위권' 유지

산부인과 환자 줄었지만 매출은 상승? "초음파 급여화 때문"

의원급 매출만 살펴봐도 내원일수의 급격한 감소가 확인됐다. 지난해 의원 표시과목별 총 내원일수는 2019년과 비교했을 때 15.4% 감소했다.

특히 2018년 대비 2019년 지표를 비교했던 1년 전에는 외과와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3개 진료과목만 내원일수 감소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2개 진료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 환자 내원이 줄었다.

의원 표시과목별 요양급여비용
의원 표시과목별 요양급여비용

내원일수가 증가한 진료과목은 정신건강의학과(10%)와 피부과(0.2%)다. 이 두 진료과목은 내원일수와 요양급여비용이 유일하게 함께 증가했다.

정신건강의학과가 두자릿수의 내원일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정신건강의학과의 내원일수는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해왔다.

이런 추세와 함께 지난해에는 '코로나블루'라는 단어까지 생겨나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났다.

결국 정신건강의학과 환자가 꾸준히 증가해온 것에 더해,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장기화까지 겹치며 급여 매출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반면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는 코로나19로 인한 직격탄이 기정사실화 됐다. 소아청소년과의 지난해 내원일수는 전년 대비 46.8% 감소하며 반토막이 났다. 이비인후과의 내원일수 또한 34.7% 급감했다.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는 요양급여비용 또한 각각 41.9%, 23.7% 감소했다. 지난해 요양급여비용이 감소한 진료과목은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 일반의 등 3개 뿐이다.

소아청소년과는 2018년 대비 2019년 통계에서도 내원일수 감소를 경험했지만 이번 통계보다 훨씬 적은 2.59% 감소에 그쳤다. 당시 소아청소년과는 요양급여비용 또한 1.14% 증가를 기록했다.

이비인후과도 2018년 대비 2019년에는 내원일수와 요양급여비용이 각각 0.21%, 8.76% 증가했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생활방역을 준수하며 감기를 포함한 호흡기질환이 지난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요양급여비용 증감률만 두고 보면 산부인과(22.5%)가 정신건강의학과(17.6%)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정신건강의학과 다음으로는 비뇨의학과(11%)의 증감률이 컸다.

이러한 배경으로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후속 조치가 꼽힌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자궁·난소 등 그간 비급여로 시행되던 여성생식기 초음파 검사의 급여화를 시행했다.

당시 정부는 초음파 급여화로 600만명에서 700만명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 김동석 회장은 "기존 초음파 비용이 8만원 정도로 비쌌지만 급여화되면서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늘어난 결과다. 환자의 부담이 줄었기 때문에 그대로 지표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환자의 산부인과 진료 내원일수는 감소했다. 초음파의 급여화로 인한 통계 함정일 뿐"이라며 "의원과 산부인과는 여전히 경영이 쉽지 않다. 전공의들이 산부인과에 오지 않으려고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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