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삼성, 모기업 자금력 기반 적극적 투자...CJ도 바이오 CMO 진출
대기업 계열사 전통 제약업에서 바이오 CDMO로 전환..."해외시장 겨냥"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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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대기업이 유독 살아남기 버거워던 제약바이오 업계에 이들의 도전이 다시금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그룹 차원의 왕성한 투자가 부족했고 산업 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대기업 계열 제약사는 업계에서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진 모습이다.

SK와 삼성 등 제약바이오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대기업 계열 제약사가 위탁생산(CMO)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고, 헬스케어 사업을 정리했던 CJ제일제당도 3년 만에 다시금 CMO 사업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진입장벽 한계 느꼈던 대기업...번번이 '실패'

대기업이 제약산업에 진출한 건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제 성장과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약품 시장이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제약산업도 제네릭의약품과 내수 영업 중심으로 급성장했고 한화, 롯데,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들도 계열 제약사를 설립하며 적극적으로 도전했다.

하지만 시장은 녹록지 않았다. 1996년 의약사업부를 신설했던 한화는 2006년 드림파마라는 이름으로 제약산업 공략에 나섰다.

드림파마는 수준 높은 합성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개량신약을 필두로 비만 치료제 시장에 도전했다.

그러나 2014년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드림파마를 알보젠에 매각하며, 시장에서 발을 뺐다.

1982년 태평양화학 의약품사업부에서 분사한 태평양제약은 간판 제품인 케토톱을 배출해냈지만, 아모레퍼시픽그룹 편입 이후 2013년 한독에 매각되면서 한국 제약산업에서 사라졌다.

아울러 롯데제과도 2002년 아이와이피엔에프를 인수하며 롯데제약을 출범했지만, 높은 진입장벽에 한계를 느껴 10년 만에 사업을 정리했다.

업계는 대기업 계열 제약사가 부진한 이유로 시장의 특수성 꼽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기업 차원에서는 제약산업이 주력이 아니었던 만큼 관련 산업과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한 게 실패의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수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고서도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모기업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다시 도전...CDMO 주목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의 도전이 다시금 이어지고 있다. 변화된 점이라면 전통적인 제약업이 아닌 위탁생산(CMO) 사업 분야라는 것이다.

특히 과거 대기업들이 내수 시장에서 실패를 경험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도 달라진 부분 중 하나다.

최근 CJ제일제당은 헬스케어 사업을 정리한지 3년여 만에 다시 뛰어들었다. 네덜란드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75.8%를 2677억원에 사들이며 인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CJ제일제당은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매각하면서 의약품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바타비아 인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바이오 CDMO 사업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세포치료제나 유전자치료제, 백신 등을 위탁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7월 982억원에 국내 바이오기업 천랩을 인수, 바이오 의약품 사업 진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신속한 설비 확장 등 투자를 통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로의 도약을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의 헬스케어산업 재진출은 삼성, SK 등 모기업의 지원을 등에 엎고 성공 가도를 올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바이오 CMDO 사업으로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2010년 의약품 시장 진출을 선언한 삼성은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한 후 본격적으로 바이오 CDMO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3개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올해 3분기에만 로슈, MSD 등 글로벌 제약사와 위탁생산계약을 체결, 누적 수주 금액은 71억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따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조 164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66%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이미 3분기 만에 1조 1237억원의 매출과 408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36.4%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4공장을 건설 중이며, 기존 1~3공장과 함께 총 61만 8000리터 규모의 생산 시설 확보가 목표다.

SK그룹도 SK팜테코를 통해 해외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등 CDMO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SK팜테코는 SK그룹 의약품 생산법인인 SK바이오텍, SK바이오텍아일랜드, 앰팩, 이포스케시 등 4개 법인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SK팜테코는 미국, 유럽 등 현지에 생산시설을 직접 구축해 CMO 사업을 전개하는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제 자회사인 SK바이오텍아일랜드는 2017년 1700억원을 주고 인수한 BMS아일랜드 공장이 전신이다.

2019년에는 미국 바이오 CDMO인 앰팩의 지분을 100% 사들이며 미국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앰팩은 미국 캘리포니아, 텍사스, 버지니아 등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프랑스 유전자·세포치료제 원료의약품 CMO 기업인 이포스케시를 인수하기도 했다.

SK팜테코는 이 같은 전략적인 인수합병(M&A)를 통해 지난해 65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은 전통적인 제약업이 아닌 바이오 업종 또는 위탁생산을 타깃하는 방향성을 보인다"며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한편, 해외 시장에 초점을 둠으로써 한국에서의 사회적 이슈를 피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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