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국 산업 보호 빗장 풀어 의약품·헬스케어 기회의 땅으로 변모
대웅제약·이노엔, P-CAB으로 공략…한미약품 '타짐' 우선처방 등재
JW중외제약, 통풍 치료제로 노크…GC녹십자 '헌터라제' 품목허가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및 각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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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세계 의약품 시장의 기회의 땅이자 헬스케어산업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변모하고 있는 중국.

최근에는 혁신 신약 개발 장려 목적으로 임상시험 승인이나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소위 '자국 산업 보호'라는 빗장을 풀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분위기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은 코로나19(COVID-19)로 잠시 주춤했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내 품목 허가 획득부터 완제품 및 기술수출 계약, 우선 처방 목록 등재 등 제약사별로 각자 지닌 카드도 다양하다.
 

성장 잠재력 높은 중국…군침 나는 매력적인 땅

중국은 2009년을 기점으로 정부 차원에서 건강보험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확립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자원을 투자했다.

제도 초기 인구 대비 의료 보험 보장비율은 65%에 불과했지만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95%를 넘어섰으며, 필연적으로 의약품 시장도 꾸준히 성장했다.

중국의 시장조사기관 따쉐컨설팅(Daxue Consulting)에 따르면 중국 의약품 시장은 2023년 전 세계 시장의 30%인 약 1618억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헬스케어산업의 성장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산업동향 361호에 의하면 중국 헬스케어산업은 현재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성장세는 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제13차 5개년 계획', '건강 중국 2030(Healthy China 2030)', '중국제조 2030(Made in China 2030)'과 같은 각종 제도와 세율 혜택 특혜 제공 등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장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화이자와 로슈 등 주요 다국적 제약사와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한 건수는 총 271건으로, 사상 최고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매력이 없었던 중국 시장이 각종 산업 규제를 철폐하면서 기회의 땅이 됐다"며 "특히 의약품 분야, 원격의료, 헬스케어 등에 대한 외국 투자를 반기고 있기 때문에 현지 진출이 아니더라도 국내사들이 파고들 수 있는 영역은 다양하다"라고 말했다.
 

국내사, 장점 살려 중국시장 '활짝'…영향력 높인다

이 같은 중국 시장에 대한 매력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공략에 나선 국내사는 많다. 단, 공략 방식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을 특화하거나 장점을 부각하는 등 제각각이다. 

GC녹십자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가 중국의약품감독관리국(NMPA) 품목 허가 획득에 성공했다.

헌터증후군 치료제가 중국 내에서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현재 헌터증후군을 희귀질환 관리 목록에 포함해 관리 중인데, 이번 품목 허가로 인해 GC녹십자가 중국 헌터증후군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환경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JW그룹은 회사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수액과 통풍치료제로 중국 시장을 선점 중이다.

우선, JW중외제약은 지난 2019년 중국 심시어 그룹과 통풍치료제 'URC102'에 대한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URC102는 배출저하형 통풍에 유효한 신약후보물질이다. 

국내에서 임상2b상까지 성공해 높은 안전성과 혈중 요산수치 감소효과를 입증, 기세를 몰아 중국 시장에 최초로 기술 수출했다.

중국의 통풍 환자는 전 세계 통풍 환자의 약 40%인 1400만명이지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7년 아이큐비아 기준 전 세계 시장의 4%에 불과해 무한한 성장 가능성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JW그룹이 수액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이미지 출처: JW중외제약 홈페이지)
JW그룹이 수액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이미지 출처: JW중외제약 홈페이지)

JW중외제약 측은 "지난해 12월 NMPA로부터 중국에서의 임상1상 시험 계획을 승인 받아 40명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URC102의 안전성과 내약성 평가에 돌입했다"며 "현지 임상 시험 시작에 따라 심시어 그룹을 통해 1차 마일스톤을 수령했다"라고 말했다.

지주회사인 JW홀딩스는 수액 분야 기술 수출로 중국 문을 열었다.

지난해 산둥뤄신제약그룹과 3체임버 종합영양수액 '위너프'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번 계약은 JW생명과학이 완제품 공급까지 전담한 계약이며, 반환 조건 없는 선 계약금 500만달러를 수령한 상태다.

또한 단계별 마일스톤은 덤이며, 이 외에도 허가 이후 산둥뤄신의 중국 내 순 매출액에 따른 로열티와 함께 완제품 수출에 따른 추가 매출도 기대된다.

중국 정부로부터 의약품 공식 인증을 받은 제약사도 있다.

주인공은 한미약품으로, 지난 3월 주사 항생제 '타짐(성분명 세프타지딤)'이 중국 전역 의료기관에서 우선 처방 목록에 등재됐다.

중국의 고품질 의약품 인증 제도인 '일치성 평가'를 통과했기 때문인데, 이는 중국 정부가 의약품 품질 향상을 목적으로 2016년에 도입한 제도로, 기존 오리지널 제품과 효능이 동일함을 입증하는 검증 시험이다.

평가를 통과하면 중국 전역에서 우선 처방 목록에 등재되는 혜택을 받게 되며, 공공의료시설인 국공립병원 공급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중국 내 외국계 제약사 제품 중 일치성 평가를 통과한 항생 주사제는 타짐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한미약품 세파플랜트가 제조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타짐 주사제

한미약품 관계자는 "오랫동안 축적한 우수 제조기술 덕분에 중국 정부의 까다로운 품질 심사를 통과했다"며 "공식 인증 받은 고품질 의약품으로 중국 의료진과 환자에게 더욱 신뢰받는 한국 제약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별도로 한미약품은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 연구소를 통해 이중항체 플랫폼기술 '펜탐바디'를 적용한 혈액암 등 고형암 면역항암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다.

아울러 중국 내 기업인 이노벤트 등 여러 파트너사와 고형암 환자 대상의 면역항암과 표적항암의 시너지 효과를 찾는 연구도 실시 중이다.

글로벌 P-CAB(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제제 시장을 선점하려는 inno.N(HK이노엔)과 대웅제약의 레이더망에는 중국도 포함돼 있다.

대웅제약은 중국 양쯔강의약그룹 자회사 상해하이니와 펙수프라잔의 라이선스아웃 및 공급계약을 3월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한화 약 3800억원이며, 이는 선수금 68억원과 단계별 마일스톤 136억원 등 약 204억원의 기술료가 포함된 액수다. 

상해하이니는 중국에서 펙수프라잔의 임상개발 및 허가 진행하고 모회사인 양쯔강의약그룹은 영업을 담당할 예정이다. 

대웅제약 박현진 글로벌사업본부장은 "이번 계약은 의약품 시장 규모 세계 2위인 중국시장의 최고 제약사가 펙수프라잔의 제품력을 인정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inno.N은 효자 품목으로 등극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 최근 중국에서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2015년 캐이캡과 9500만달러 규모의 기술 수출을 계약한 중국 뤄신사는 지난해 4월 중국에서 케이캡의 임상3상 시험을 마치고 NMPA 산하 의약품평가센터(CDE)에 역류성 식도염 신약으로 허가 신청 접수를 완료했다.

이에 케이캡은 중국 의약품 분류 중 '중국 또는 해외시장에 등재되지 않은 혁신신약(분류1)'으로 심사 받게 됐다. 

중국에서 해외 도입 신약(분류5)으로 허가 받은 동일 계열의 경쟁제품과 달리 케이캡은 뤄신을 통해 중국 현지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친 게 특징이다.

inno.N 관계자는 "분류1 신약으로 허가받는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제네릭 진입을 방어할 수 있는 자료독점권이 주어진다"며 "중국 내 케이캡의 자료독점 기한이 동일계열 경쟁제품이 가진 자료독점 기한보다 길기 때문에 시장 지위를 강화하는 데 용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 의약품 시장 최대 잠재력은 '인구'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사의 도전은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국 시장의 최대 매력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에 있다"며 "게다가 고령화와 함께 의약품 시장 규모는 계속 성장할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놓쳐서는 안 되는 시장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첨단 기술 개발과 코로나19 같은 국제적으로 예상하기 힘든 변수 때문에 각국 제약사의 해외 시장 진출 방식은 점차 다양해질 것"이라며 "국내사도 본인이 자신 있는 방식과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해외 시장 판로를 개척하는 게 조금이라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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