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언택트 시대…온라인이 대세
②거리두기 효과? 호흡기 치료제 처방액 '뚝'

ⓒ메디칼업저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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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정윤식 기자] 코로나19(COVID-19)와 함께 했던 흰 쥐의 해인 경자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매년 순탄치 않았던 제약업계였지만, 올해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위협하면서 악재는 더 컸다. 게다가 코로나19 종식은커녕 내년에도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여 고난은 더해질 전망이다.
코로나19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업계 환경의 변화를 강제하고 변수를 창출했다. 이로 인해 예년과는 다른 형태의 변화가 다수 감지됐고, 국내·외 제약업계는 여러 방법으로 기민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했다. 대면영업을 중시해 온 국내 제약업계는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온라인 영업이 대세를 이뤘고, 글로벌 제약업계는 법인을 쪼개고 품목군을 재조정하며 대처,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 중이다.
이와 별개로 제약사에게 난감한 선택을 강요한 경자년이기도 했다. 정부가 예고한 약제 재평가 제도의 시범사업 대상에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확정되면서 연간 3500억원에 달하는 시장이 축소될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본지는 2020년 코로나19가 몰고 온 국내·외 제약업계의 변화된 모습과 달라진 환경, 그 외 핫 이슈 등을 정리해봤다.

① 언택트 시대…온라인이 대세
② 코로나19에 의약품 처방실적 '희비' 엇갈려

③ 새 옷 입은 글로벌 빅파마…실적 부진 여전
④ 코로나19, 악재속에서도 꽃피는 신약
⑤ 포스트 코로나, 임상시험도 '비대면' 접목
⑥ '임상재평가'…선택에 내몰린 제약사

올 한해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기존의 사회·경제·문화 양식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제약업계에도 점차 언택트(Untact) 즉, 비대면이 자리를 잡았다.

새로운 기준 혹은 새로운 일상이 된 코로나19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제약업계의 마케팅 및 영업활동의 문화가 변화를 겪은 것이다.

제약사는 강제적으로 저물어 버린 마케팅을 다양한 소통 채널을 활용해 진행하고 직접 만나기 어려운 의료진 간 최신지견 공유 플랫폼을 활용했다. 웹(web)과 세미나(seminar)의 합성어인 웨비나(webinar)는 변화된 제약사의 마케팅과 영업활동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

한미약품은 'HMP'라는 의료정보포털을 구축해 마케팅 채널로 적극 활용했다. HMP는 의약품 및 논문 정보와 주요 질환의 최신지견, 온·오프라인 통합 심포지엄, 맞춤형 화상 디테일 서비스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특정 질환 주제의 시리즈 특강과 더불어 단일 주제의 라이브 심포지엄도 매일 2회 이상씩 진행 중이며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매일 4회씩, 회당 최대 1500명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신제품 발매식 등도 웨비나를 이용했다. 보령제약은 고혈압·이상지질혈증 3제 복합제 '듀카로' 출시에 맞춰 전국 의료진을 대상으로 '듀카로 발매 웹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대웅제약은 해외로 강의를 송출했다. 태국의 미용피부성형학회가 개최한 '버추얼 컨퍼런스'에서 의료진 300여명을 대상으로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의 강의를 진행한 것인데, 강의를 맡은 미국 피부과 전문의 Hema Sundaram은 나보타를 활용한 최신 시술법을 설명했다.

JW중외제약은 로슈그룹 산하 주가이제약과 공동으로 웨비나를 열고 일본 내 혈우병 환자를 대상으로 '헴리브라'의 임상 효과와 안전성, 사례 등을 소개했다.

유한양행은 자체 의료정보 포털 '유메디'를 통한 마케팅을 본격화 했다. 의료진이 유메디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직접 검색할 수 있는 특징이 있으며, 국내·외 연자들의 강연을 온라인으로 시청하면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종근당도 지난 10월 병·의원 의사를 대상으로 '메디뷰'를 오픈해 비대면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했다. 메디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공되며 학술 및 제품 자료, 만성질환 정보 등을 담고 있고, 특히 외부 플랫폼을 통해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온라인 마케팅을 통합해 영업 효율을 높였다. 

의료전문 포탈 형태를 지닌 또 다른 플랫폼은 일동제약의 '후다닥'이 있다. 후다닥은 의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후다닥 의사'와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후다닥 건강'으로 나뉜 것이 특징이다. 후다닥은 이 같은 특징을 기반으로 지난 7월 콘텐츠경영학회와 한국빅데이터학회가 주관하는 '2020 모바일브랜드대상'에서 의약전문 포털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안국약품은 신속하고 정확한 비대면 소통이 가능하도록 영업사원을 위한 인공지능(AI) 챗봇(chatbot)을 개발, 영업력 지원에 나서 이목을 끌었다. 영업사원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24시간 언제라도 자사 제품정보를 간편하게 확인하도록 한 것인데 기존 제약사들이 의사, 약사, 환자를 대상으로 챗봇 서비스를 제공한 것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제공되는 정보는 △의약품목 기본정보 △디테일 포인트 서비스 △FAQ △경쟁품 비교 △보험심사기준 등 다양하다. 
 

보통 국내 제약사들이 다양한 대·내외 변수로 인해 매출과 영업 등에 어떤 타격을 받았는지는 연말 공시되는 재무제표를 통해 대강의 짐작이 가능하지만 제약사 의약품 품목별로 그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긴 쉽지 않다. 단지 큰 이슈와 이변이 있을 경우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한 해 동안 발생한 특정 요인이 의약품 매출에 얼마나 큰 변수가 됐는지를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다. 

즉, 올해가 바로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이슈가 일부 의약품 품목별 처방 실적에 눈에 띄는 변화를 준 해라는 것이다. 우선, 코로나19 대유행 여파에 의료기관은 고전을 면치 못한 것과 달리 당뇨병 치료제 처방은 크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동아에스티의 슈가논과 슈가메트, LG화학의 제미메트, 한독의 테넬리아엠 등이 선방했고 SGLT-2 억제제 시장과 DPP-4 억제제가 동반성장하고 있는 모습도 뚜렷했다. 

2020년 3분기 기준 누적 원외처방액이 지난해 실적에 얼마나 도달했는지를 확인하는 '달성률'로 보면 당뇨병치료제의 선전은 더 뚜렷해진다. 슈가논과 슈가메트의 달성률은 각각 104.2%, 111.1%로 이미 2019년 처방실적을 가뿐히 넘겼고, LG화학의 제미메트도 89.8%의 달성률을 보이고 있다.

그 뒤를 제미로우(87.5%)와 제미글로(78.5%)가 잇고 있으며 JW중외제약의 가드렛은 100% 달성에 단 1.1%만 남겨둔 98.9%를 기록했다. 이어 한독의 테넬리아와 테넬리아엠은 각각 82.5%, 86% 수준까지 지난해 전체 원외처방액 전체 실적에 도달한 상태다. 

이어 또 다른 만성질환인 고혈압 치료제의 처방 실적도 당뇨병약치료제와 비슷하게 전반적인 상승 추세에 있었다. 한미약품 아모잘탄, 보령제약 카나브, 종근당 텔미누보, 안국약품 레보텐션 등이 지난해 동기간보다 처방 실적이 좋았던 것이다.

고혈압·당뇨병 치료제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인 의약품도 있다. 그 주인공은 거담제와 기침약 등 호흡기 치료제인데 3분기 기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처방액이 최소 9.6%에서 최대 57.9%까지 역대급 폭락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료이용량 감소, 특히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전국민 생활방역 실천으로 초래된 호흡기감염 환자 수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다.

아이비엽(Ivy leaf) 성분의 대표 품목인 안국약품의 시네츄라는 지난해 3분기까지 231억 5000만원의 누적 처방액을 기록했지만, 올해 3분기에는 26.1% 감소하면서 171억원에 머물렀다. 이어 한화제약의 움카민은 이 기간 동안 31.7%까지 처방액이 감소했고, 하나제약 푸리판도 절반 이상(57.9%)이 깎였다.

레보드로프로포진 계열 주요 의약품 중 코오롱제약의 드로피진은 25억원에서 11억 6000만원으로 전년과 비교할 때 53.6%까지 처방액이 감소해 낙폭이 가장 컸고, 그 뒤를 한미약품의 레브로콜이 40.8%로 잇고 있다. 현대약품 레보투스와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레보틱스CR도 각각 36.5%, 21.7%의 감소율을 보였다.

코데인과 디히드로코데인 성분 호흡기 치료제에서는 영진약품의 코디프로가 지난해 3분기 대비 올해 47.3%가량 처방액이 줄었고, 삼아제약 코데날 29.4%, 보령제약 네오메디코푸 29.2%, 종근당 코데닝 29%, 대원제약 코대원 28.5% 순으로 처방액 감소폭이 컸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겨울철에 증가하는 호흡기질환 환자가 마스크 착용의 생활화, 사회적 거리두기, 외부활동 감소 등으로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 체감될 만큼 치료제 처방액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여전히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은 만큼 현재까지 집계된 처방 실적과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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