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웨비나 등 비대면 영업활동 성행
온라인 제품설명회 참석으로 받은 포인트, 온라인 몰에서 현금처럼 활용
대행 업체의 리베이트 줄타기 서비스 횡행..."문제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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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 개원의 A씨는 제약사 영업사원으로부터 웨비나(Webinar, Web+Seminar)로 제품설명회를 진행한다며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영업사원이 소속된 제약사가 직접 진행하는 게 아닌 대행 업체가 진행하는 웨비나였지만, 평소 관심이 있었던 질환에 대한 최신지견이 다뤄지기에 흥미가 생겼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질환과 치료법의 최근 동향을 공부하지 못한 A씨는 평소 진료 케이스가 많았던 질환이었던 만큼 자신을 찾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도 있었다.

영업사원으로부터 웨비나 접속을 위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받고 짬을 내 웨비나에 접속했다.

여러 교수가 새로 공개된 연구 결과부터 치료를 위한 처방약에 대한 설명, 처방 패턴 등이 발표됐다.

웨비나가 끝나고 몇일 뒤 영업사원이 다시 찾아 웨비나에 참석해 줘 감사하다며 포인트를 건냈다. 이 포인트로 웨비나를 진행했던 대행 업체의 몰(mall) 웹사이트에 접속해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마침 일회용 니트릴 라텍스 장갑을 구비해놔야 했던 A씨는 영업사원이 건내준 포인트로 구매했다. 사이트를 둘러보던 A씨는 웨비나 참석 포인트를 모은다면 여러 물품들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했다

 

'위드 코로나' 준비 중...진화하는 영업·마케팅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업 생태계 전반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이는 제약업계도 마찬가지였고, 제약업계 안에서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영업 분야였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영업사원의 의료기관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서 그동안 영업활동의 핵심이었던 대면영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다수 제약업계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업무가 일상화되면서 영업 분야도 디지털 마케팅으로 전환했다. 제품 디테일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진행하고, 제품설명회 역시 웹 세미나를 통해 진행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몇몇 제약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비대면 디지털 마케팅 시대에 발빠르게 대응, 계열사 등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2월 방문 영업, 오프라인 학회 및 세미나 등 대면 활동이 전월 대비 68% 감소했다.

반면 비대면 디테일링 85%, 이메일링과 디지털 미팅이 각각 64%, 12% 증가하며 디지털 채널 성장이 두드러졌다.

실제로 한미약품, 종근당, 유한양행, 일동제약 등은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 운영 중인 대표적 국내 제약사다.

의사들은 이 플랫폼에 회원으로 가입해 해당 업체가 제공하는 제품 정보나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이 같은 비대면 영업 방식, 즉 '웨비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세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리베이트 경계서 '줄타기'

웨비나가 위드 코로나 시대의 영업·마케팅 방법의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경계의 시선이 꽂히고 있다.

웨비나와 같은 비대면 영업·마케팅 플랫폼은 제약사 또는 대행 업체 등 정보 제공자의 의지와 달리 정보를 수용하는 의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공간이 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처럼 정보 제공자의 요구가 큰 공간이라면 정보 수용자의 참여를 이끌기 위한 '유인책'이 개입된다는 게 문제다.

제약업계가 뿌리 뽑고자 하는 '불법 리베이트'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실제로 의료계와 업계에 따르면 회원으로 가입한 의사 회원이 비대면 영업·마케팅 플랫폼에 접속해 제품설명회나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 일정점수의 포인트가 적립된다.

참석에 따라 적립되는 포인트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지만, 이 포인트는 대행업체가 구축한 온라인 몰에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하다. 특히 포인트가 쌓이면 상당 액수의 물품도 구매할 수 있다.

오프라인 제품설명회였다면 불법일 수 있는 서비스가 오고가는 만큼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공정경쟁규약 4차 개정과 약사법 등에서는 웨비나 등 비대면 제품설명회를 규정한 내용은 없다.

공정경쟁규약 제10조에 따르면 제품설명회의 경우 보건의료 전문가에게 식음료 및 자사의 회사명 또는 제품명이 기입된 소액의 판촉물을 제공할 수 있다.

약사법 47조 제2항에도 제품설명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협의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의 경제적 이익을 허용하고 있다. 그 범위는 약사법 시행규칙에서 식음료라면 1일 10만원 이하(월 4회 이내로 한정), 기념품이라면 5만원 이하, 판촉물이라면 1만원 이하로 정하고 있다.

즉 공정경쟁규약과 약사법, 약사법 시행령 어디에도 웨비나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경쟁규약과 약사법은 오프라인에 대한 규제일 뿐 웨비나 등 온라인에 대한 규제는 없다"며 "이 때문에 해당 규정을 온라인에 그대로 준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영업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이른바 '그레이존'이 발생했다"며 "향후 여러 비대면 영업 플랫폼이 생겨나면 경쟁은 가열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제약업계·정부 "리베이트 가능성 높아"

제약업계와 정부는 온라인으로 변화하는 영업 마케팅 방법에 과거 오프라인 마케팅 시대에 만들어진 규제와 법령이 적용되면 의도한 것과 달리 불합리가 야기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변화된 현장에서 분명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리베이트를 비롯한 잠재적 범죄행위가 양산되거나 위법행위를 감행한 제약사가 우위를 점하고, 법과 규약을 성실시 지킨 제약사는 도태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법조계는 불법 리베이트로 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A 변호사는 "회사나 제품 로고가 없는 건 기념품이나 판촉물로 볼 수 없다. 게다가 포인트를 식음료로 보기도 어렵다"며 "웨비나를 대행하는 업체가 포인트를 지급하는 걸 행사를 의뢰한 제약사가 알고 있음에도 이를 묵인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리베이트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운용 중인 공정경쟁규약과 약사법에서는 웨비나 등 비대면으로 제품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을 규정한 내용이 없다는 이유다.

때문에 웨비나를 통한 포인트 지급 등 경제적 이익 제공은 공정경쟁규약 위반 뿐 아니라 약사법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제약바이오협회는 "부당한 경제적 이익 제공 시 공정경쟁규약과 약사법, 약사법 시행규칙의 위법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며 "허용되지 않은 경제적 이익이 제공되는 만큼 리베이트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시각도 마찬가지다. 공정경쟁규약에서 허용하는 항목 이외에는 어떤 경제적 이익도 리베이트 제공에 따른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웨비나 참석을 통해 제공하는 포인트가 오프라인 제품설명회에서 허용하는 경제적 이익 한도 이내라도 온라인 웨비나는 공정경쟁규약에서 포함되는 범주가 아니기 때문에 리베이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웨비나를 포함한 온라인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공정경쟁규약에서 허용하는 범주에 포함시킬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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