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정은경 장관 후보 내정 환영 및 갈등 해결 기대
정 후보자 "의료계와 적극 소통하며 신뢰 회복 최우선"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새 정부의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지명되자, 한 달 가까이 대화 파트너를 기다려온 의료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정 후보자가 의사 출신 관료인 만큼, 지난 정부에서 격화된 의정갈등 해소와 무너진 의료체계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대통령실은 지난 달 29일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질병관리청 정은경 전 청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정책을 총괄하는 제2차관에는 한국공공조직은행 이형훈 은행장이 임명됐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현 오유경 처장이 유임됐다.
대통령은 정 후보자가 코로나19(COVID-19) 유행 당시 질병관리청장으로서 'K-방역' 최전방에서 뛰어난 정책 조율 능력을 입증한 점, 의료 대란 등 위기 상황에서도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점을 들어 지명했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정 후보자의 인선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가 8년 만에 임명된 의사 출신 장관인 데다, 의료계로부터 신뢰가 높고 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간 복지부 장관 인선 지연으로 정체됐던 의료개혁 논의 및 후속 대화가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도 한 몫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후보자 발표 당일 성명서를 내고 "정 내정자는 유례없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의료 전문가로, 그가 가진 전문성과 공공의료에 대한 깊은 이해는 현재의 의료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가적 위기 극복에 헌신해 온 인물이 중책을 맡게 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도 "의료계하고 신뢰가 형성이 된 분으로, 소통 등이 비교적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전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입장문에서 "이번 인사가 우리 의료체계의 회복과 재정비를 위한 진정성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으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이선우 비대위원장도 "의료 전공자로 의대생을 이해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다"고 전했다.
전공의 복귀 협상 속도 내나···공공의료 확충 등 당면 과제 산적
의료계의 기대에 부응하듯 정 후보자 역시 의료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 달 30일 서울 중구 T타워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가진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의정갈등의 가장 큰 문제는 불신으로,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의료계와 신뢰 및 협력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라며 "국민은 물론 전문가와 의료인의 소리를 잘 담아 의료개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후보자 앞에 놓인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전공의 복귀 및 의대생 수업 복귀 △내년 의대생 트리플링 문제 △필수의료에서의 형사특례 △공공의대 등 공공의료 확충 공약 등 예민하면서도 시급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중에는 의료계와 국민 정서가 상반되는 경우도 많아 자칫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전공의 복귀는 당장 7월 말부터 하반기 모집이 시작되는 만큼 특례조항 등 협상에 빠른 속도가 요구된다.
정 후보자도 "9월 전공의 모집 일정이 있는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며 "현장 의견을 충분히 듣고 복귀 방안을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임명이 이뤄지는 대로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필수의료 및 지방의료 붕괴와 건강보험 재정 고갈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의료개혁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모두 쉽지 않은 숙제라는 평가다.
정 후보자는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장애인, 노인, 아동 등 취약계층에 대한 실질적 지원 방안을 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야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 남편의 주식 보유 문제를 집중 조명할 것을 예고해,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정은경 전 청장의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매우 유감"이라며 "정 후보자는 코로나19 방역 책임자 시절 배우자가 진단키트·마스크 등 코로나19 관련 주식을 대량 보유한 사실을 은폐한 의혹이 짙은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모두가 방역에 협조하며 고통을 감내하던 시기에 한편에선 사익을 취한 전형적인 이해충돌 행위였고, 일부 주식은 재산 신고조차 누락된 정황까지 드러났다"며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로서 정은경 후보자의 도덕성, 전문성, 그리고 오만함까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이 같은 논란에 "잘못 알려진 점이 많다. 청문회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이 새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이 개혁보다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 후보자와 복지부 이스란 1차관, 이형훈 2차관 모두 의료계의 이해가 높은 인물이며,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의도가 개혁 보다는 의료현안 해결에 방점이 찍혔다고 볼 수 있다"며 "현 관료로 큰 잡음이 없는 오유경 처장 유임도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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