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통계 두고 “가스라이팅이다” 주장하는 의협
반면 전문가들 “의사 확대, 의료비 증가 아냐” 한 목소리
같은 날 의협, 정부와 의사 확대 논의 중단 검토

보건복지부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을 개최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을 개최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보사연을 비롯한 여러 기관 전문가가 의사 인력 확충을 비호하는 가운데, 의협만이 “의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다만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매듭지은 상황이라 정책 변동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을 개최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 날 자리는 최근 대두되는 의사인력 의사인력 수급 문제를 두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 확충 방안 논의를 위해 마련됐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그동안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결과, 필수의료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며 “정부는 상황에 대한 문제 의식과 함께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의사 인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전문가 포럼이 필요한 의사 인력을 예측하고 수급 체계를 마련하는 자리로 발돋움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보건대학원 신영석 교수
고려대 보건대학원 신영석 교수

가장 먼저 발표된 내용은 수급 추계였다. 최근까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몸담고 있던 고려대 보건대학원 신영석 교수는 그간 실시했던 연구 내용을 토대로 발표에 나섰다.

수급연구는 국내·외적으로 활발히 이뤄졌다. 국내에서는 2010년대 정형선 교수 등의 연구가 있으며, 국외에서는 미국 GMENAC(1981)·HRSA(1997) 연구 등이 이뤄졌다.

보사연에서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의료 이용량을 이용해 2025년, 2030년, 2035년에 필요한 의료 수요를 추계했다. 여기서 1인당 의료이용량은 총인구대비 1인당 의료이용량으로 나눠 연령대별 의료 이용 가중치를 산출했으며, 목표연도의 의료이용량은 △평균증가율 △로지스틱 △로그 △ARIMA 모형 4가지를 사용했다.

그 결과, 진료량 100%·진료일후 240일로 가정할 시 2035년 의사 인력이 1만 4631명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근무일수의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추계 결과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 “의대정원 확대, 가스라이팅 수준…
테크놀로지 혁신 등 고려하며 인력 관련 논의해야”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

 관건은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의대정원 확충이냐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의대정원 확대가 위험한 키워드라는 주장이다.

우 원장은 OECD 국가 데이터가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영국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18명으로 우리나라(2.5명)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는 의사 수 통제로 의료 이용량을 억제해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적 기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역시 우리나라처럼 행위별 수가체계를 적용하고 있지만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이다. 특히 일본은 오히려 의사 인력 문제를 거의 극복했다고 보고 더 이상 의사 수를 늘리지 않는 실정이다.

우 원장은 그러면서 신 교수의 연구 보고서를 지적했다. 해당 연구는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의료 남용으로 인한 의료비 급증에 대한 대책은 없어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어 의사인력 관련 논의 의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추이, 대화형 AI 챗봇인 챗GPT의 출현 등 테크놀로지의 급격한 혁신 등에 대한 종합적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필수의료를 붕괴시키는 것은 의사인력 부족이 아니라 다른 나라 대비 높은 의사 기소율 등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소청과 진료 담당할 1·2·3차 의료기관 역할 재정립 및 전달체계 복원 △응급의료체계 재정립 및 지술보상체계 개편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개발연구원 권정현 연구위원

이에 한국개발연구원 권정현 연구위원이 의대 정원 확대를 두둔했다. 해당 정책은 선제적 대응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권 연구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의료서비스 수요는 2050년까지 오르다가 이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수요가 감소한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으로 더 필요한 의사 인력이 있어 세세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 “의사 부족, 객관적 사실”

연세대 정형선 교수(보건행정학과)는 “의사가 부족한 것하다는 것은 여러 객관적 사안으로 밝혀진 사실”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의사 총량을 해결한 뒤 그 다음 문제를 풀자는 것”이라며 “전문 과목별·지역별 불균형 문제는 전체 의사인력 공급히 원활해지면 상당부분 자동 조정기능에 의해 해결된다. 이후로 균형 공급을 위한 미시적 정책들이 계속 시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김우현 교수는 미래에 대한 확실한 정보 없이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의사 인력 확대가 의료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의협의 주장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했다.

반면 연세의대 장성인 교수(예방의학과)는 기존 정원의 회복 내지 효율을 확보시키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이나 우선순위 필수분야, 기초 분야 등 졸업생들의 진로와 활동이 목표에 부합한지에 대한 결과를 반영할 것을 고려하자고 제언했다.

아울러 한의대 정원 일부를 의대 정원으로의 자율적인 전환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 역시 “의사가 증가하면 오히려 의사 월급이 줄어 의료비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OECD 대비 과도하게 높은 우리나라 의사의 높은 수입으로 인해 국민의 추가적인 진료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을 포함해 상급종합병원 확충과 공공임상교수제, 중앙 정부 지원체계 등이 함께 작동해야 지역완결형 의료체계가 해소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협은 이 날 정부가 의대 정원 논의에 환자단체 등을 포함하겠다고 밝히자 논의 중단을 검토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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