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소청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의사회 공통 설문조사 진행
90% 이상 불충분한 진찰로 오진 위험 우려
비대면 플랫폼업체·수익 추구 일부 의료기관 철저한 조사·조치 필요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내과계 4개진료과 개원의들의 70%이상이 비대면 진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대한내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등 4개과 의사회는 비대면 진료 찬반 공동 대회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6월 14일부터 6월 28일까지 모바일 응답식으로 진행됐으며, 전국 총 2588명이 참여했다.

4개과 의사회는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에 대한 회원들의 견해는 감염병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시기상조라는 응답이 54.4%로 가장 많았다.

진료의 기본 개념이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절대 안된다는 의견은 18%에 달했다.

즉 비대면 진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72%에 달했다.

이번 결과는 지난해 10월 1079명의 내과의사회 회원 설문조사 결과인 60%의 부정적 견해보다 10%이상 증가한 수치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내과계 의사들의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인식이 더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회원들의 94%는 환자를 충분히 진찰하지 못해 오진의 위험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으며, 69%의 회원들은 비대면 진료 전문의원 출현, 원격의료 관련 플랫폼 업체의 난립(66%)을 걱정했다.

특히,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 심화에 대해 59% 회원들이 우려했다.

설문에 참여한 회원들은 산업적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가 정착되면 비대면 진료 전문의료기관이 발생하고 관련 플랫폼 간 경쟁과 불필요한 의료수요가 증가해 의료영리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비대면 진료 도입에 대해 진료 범위는 감염질환 대유행 등 국가위기 상황에 한시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77.9%를 차지했다.

또, 도서벽지 같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62.4%, 장애인이나 거동 불편자에 대해서만 해야 한다는 응답도 51%로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보다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범위로 국한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회원들의 90% 이상은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설문조사 당시 초진, 재진 관계없이 처방전 발행이 가능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 70%와 대비해 이번 결과는 50%로 감소한 것이다.

비대면 진료가 대면진료에 비해 충분한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인식이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 주체와 관련해 회원 90% 이상은 1차의료기관에서 시행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제한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은 7.8%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1차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진료할 수 있는 환자를 상급종합병원이 진료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의료전달체계붕괴를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설문에 응답한 회원들의 87.5%는 일부 플랫폼 업체들이 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 및 건강상담과 의약품 배송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 중 79%는 플랫폼 업체와 연계된 전문의료기관의 환자 쏠림현상을 경계했다.

또 플랫폼 업체 간 경쟁 심화에 따라 환자 건강보다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의견이 77%나 나왔으며, 70%에 달하는 회원들은 산업계 주장대로 초진 환자까지 비대면 진료가 포함된다면 불충분한 진찰, 의료쇼핑, 약물남용 등으로 국민 건강에 위해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회원의 66%는 정부와 약사회가 구축하려는 모바일을 이용한 전자처방전 전달 시스템 도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전자처방전 전달 시스템이 도입되면 대체조제가 활성화되고, 복약지도 부실해지며 성분명 처방 및 처방전 리필로 이어져 의약분업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 입법이 현실화됐을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응답한 회원 9%에 불과했으며, 21% 회원들은 현재의 대면진료만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비대면 진료 전망에 대해서도 42% 회원들은 의료취약지 등 특수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봤으며, 26%는 의료 접근성을 고려했을 때 비대면 진료가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4개 단체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적인 도입을 추진하기 보다 의료취약지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제한적 범위에서 시범사업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가 도입되라도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을 막기 위해 인증된 1차의료기관과 의료진이 재진환자만을 대상으로 한정된 지역과 제한된 인원 안에서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4개 단체는 "비대면 의료 서비스 플랫폼과 수익만 추구하는 일부 의료기관에 대해 보건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해 제도 도입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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