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들 코로나19 재택치료 이후 비대면 진료 반대 의견 더 높아져
대형병원들 비대면 진료 움직임에 개원가 다시 부정적 기류로 전환
정부 비대면 진료 법제화 위한 의료계 설득 노력 필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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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진료에 대해 일정 부분 긍정적이었던 의료계의 분위가 심상찮게 변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연말까지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가능하도록 법제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지난 74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환자안전을 우선 고려해 1차의료기관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에 대해 논의할 것을 집행부에 위임한 바 있다.

특히, 대의원들은 1차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고, 수가를 대면진료보다 1.5배 높게 책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전까지 강한 반대 입장을 보여왔던 의료계가 IT기술 발전과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해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비대면 진료 정책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환했던 것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역시 비대면 진료 정책 방향 설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며, 기존 반대 입장에서 선회한 바 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와 가장 밀접한 대한내과의사회는 유보적 입장을 보여왔다.

반대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회원들의 뜻에 따라 입장 변화 가능성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었다.

내과의사회는 지난해 10월 비대면 진료에 대한 대회원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설문조사 결과, 비대면 진료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가진 회원이 60% 이상을 차지한 반면, 긍정적 의견은 20%가 되지 않았으며, 나머지 응답자는 관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회원들의 분위기에 따라 내과의사회 집행부는 반대 기조를 유지하면서 의협과 공조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내과의사회는 의료계와 협의가 없는 비대면 진료 추진는 절대 안된다는 의견을 견지했다.

그러나, 의협이 전향적으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정책 방향 수정에 따라 내과의사회 역시 강경한 반대 입장에서 유보적 입장으로 전환한 것.

이에, 내과의사회는 지난 6월 14일부터 25일까지 다시 비대면 진료에 대한 대회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박근태 회장은 "전체 내과의사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찬성과 반대 및 비대면 진료의 방향성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며 "의협 대의원회를 비롯한 의료계 내부의 분위가가 비대면 진료 반대에서 주도적 역할 모색으로 분위가 전환되고 있어 회원들의 뜻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재택치료와 비대면 진료를 가장 경험한 내과의사들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내과의사회의 비대면 진료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과의사 70% 비대면 진료 반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과의사들의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인식은 지난해 진행됐던 설문조사 결과보다 더 부정적으로 변화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60%의 회원들이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면,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70% 이상으로 부정적 의견이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내과의사회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표면적으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지만, 의협 및 의료계 내부 분위기가 비대면 진료를 참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어 내과의사들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

비대면 재택치료 등을 하면서 전화 목소리만으로는 환자의 고통 정도나 환자의 기침이 단순한 기침인지 폐렴 증세가 있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과의사들의 이런 부정적 평가로 인해 정부가 추진하는 비대면 진료 법제화 속도전에도 일정부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비대먼 진료 대상 질환이 대부분 고혈압, 당뇨병 등 내과 만성질환으로 내과의사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제도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

여기에,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들의 비대면 진료 움직임이 보이면서 개원가들의 당초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이 자체 개발한 고객가이드 앱 및 종합정보시스템(OCS·EMR)을 연동해 비대면 진료 및 전자처방전을 발행을 시작했다.
 

政 비대면 진료 위한 수가·플랙폼 규제 의료계 목소리 반영 돼야

대형병원들이 비대면 진료를 시행할 경우 만성질환 환자들의 쏠림현상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개원가의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성심병원 측은 기본 진료방침은 대면진료이며, 향후에도 정부 정책 및 의협 방침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결콘 신환 유치나 본격적인 비대면 진료 확대 등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서울지역 내과계열 A개원의는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외 다른 대형병원들은 비대면 진료를 위한 시스템을 개발해 놓은 상황일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들이 비대면 진료를 하게되면 만성질환 환자들이 상급종병으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1차의료기관 위주의 비대면 진료가 아니라면 개원가에서 비대면 진료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가 명확하게 비대면 진료를 1차의료기관에서만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내과 계열부터 시작된 비대면 진료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로 인해 정부의 비대면 진료 법제화 시간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의료계에 수가, 책임 소재,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규제 등을 확실하게 약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내과의사들이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결과, 제도의 한계점, 관련 진료수가, 오진 및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소재 명확성을 정부가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며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규제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 정부가 이런 부분에 대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대면 진료 추진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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