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JAK 억제제에 심장질환·암 등 위험 경고…식약처, 안전성 서한 배포
국내외 처방량 급감 전망
CVD 위험으로 퇴출된 바이옥스 사례 재현 우려도
미국 내 아토피 피부염 등 적응증 확대 여부에 관심

▲(좌부터) JAK 억제제 화이자의 젤잔즈, 릴리의 올루미언트, 애브비의 린버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화이자의 JAK 억제제 젤잔즈(성분명 토파시티닙)의 안전성 경고 파장이 심상치 않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젤잔즈의 시판 후 안전성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젤잔즈가 심장마비, 뇌졸중, 암, 혈전, 사망 등 위험을 높인다고 1일(현지시각) 최종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이 같은 경고를 같은 계열 JAK 억제제인 릴리의 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 애브비의 린버크(우파다시티닙)에도 적용했다. 

두 치료제는 젤잔즈와 같이 대규모 안전성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작용기전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젤잔즈와 같이 중증 심장 관련 사건, 암, 사망 등에 대한 경고를 라벨에 추가하도록 했다.

FDA 조치를 토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세 가지 치료제가 심장마비 등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3일 배포했다.

이들 성분은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궤양성 대장염 등 만성 염증성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국내에는 46개 제약사의 총 51개 품목이 허가돼 있다.

식약처는 해당 의약품에 대한 우리나라, 유럽, 미국 등 국내·외 허가현황, 사용실태, 조치현황 등을 검토하고 전문가 자문 등을 종합해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필요한 안전조치를 신속히 취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시장에서 JAK 억제제의 처방량 감소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게다가 심혈관계 부작용 이슈로 시장에서 퇴출된 선택적 COX-2 억제제 바이옥스(로페콕시브) 사례가 젤잔즈에서도 재현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ORAL Surveillance, CVD 위험요인 가진 RA서 젤잔즈 위험 확인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FDA 결정은 젤잔즈의 시판 후 조사인 ORAL Surveillance 연구의 최종 결과를 근거로 한다.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가졌고 50세 이상인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전체 환자군은 젤잔즈 5mg 1일 2회 또는 10mg 1일 2회 복용군(젤잔즈군)과 TNF 억제제 투약군(TNF 억제제군)에 무작위 분류됐다.

TNF 억제제는 미국, 캐나다, 푸에르토리코에 거주하는 환자에게는 휴미라(아달리무맙)를, 그 외 국가의 환자에게는 엔브렐(에타너셉트)을 투약했다.

젤잔즈 두 가지 용량을 종합해 평가한 최종 결과, 악성종양 발생률은 100인 년당 젤잔즈군 1.13명, TNF 억제제군 0.77명으로, 젤잔즈군에서 악성종양 위험이 48% 더 의미 있게 높았다(HR 1.48; 95% CI 1.04~2.09).

이와 함께 젤잔즈군은 TNF 억제제군 대비 주요 심혈관계 사건, 혈전증, 사망 등 발생률이 높았다. 폐암 및 림프종 발생률도 젤잔즈군에서 더 높게 보고됐다.

이에 따라 FDA는 의료진에게 JAK 억제제를 처음 처방하거나 계속 처방하기 전 위험과 혜택을 고려하도록 당부했다. 또 위험 대비 혜택을 확실히 하기 위해 TNF 차단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JAK 억제제를 투약하도록 제한했다. 

JAK 억제제 처방 감소 불가피…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번 경고로 국내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시장에서 JAK 억제제 처방량 감소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서 JAK 억제제의 치료 효과가 좋아 많이 처방됐으나 앞으로는 조심스럽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젤잔즈의 국내 원외처방액은 2019년 126억원, 2020년 126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는 10억원이 처방됐다. 같은 기간 올루미언트는 각 13억, 53억, 14억원을 기록했다. 린버크는 국내 출시 후 올해 2, 3월에 800만원의 원외처방액을 올렸다. 

A 대학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이전부터 JAK 억제제가 심혈관질환, 특히 혈전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FDA 경고에 따라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는 JAK 억제제 사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고려해 치료를 결정해야 하며, 기존 항류마티스약물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으면 다음 치료단계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젤잔즈는 JAK 1, 3을 억제하는 것과 달리 올루미언트와 린버크는 JAK 1, 2를 억제한다는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조사를 통해 위험이 명확하게 확인된 젤잔즈의 처방이 다른 약물들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악의 상황은 2004년 심혈관계 부작용 이슈로 퇴출된 바이옥스 사례가 젤잔즈에서 재현되는 것이다.

바이옥스는 뇌졸중, 심장마비 등 심혈관계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시장에서 철수했다. 반면 같은 계열인 선택적 COX-2 억제제 쎄레브렉스(세레콕시브)는 심혈관 안전성 논란만 있을 뿐 임상에서 처방되고 있다. 같은 계열의 치료제일지라도 이상반응은 계열 문제가 아닌 약제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B 대학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이번 FDA 경고가 시장 퇴출을 의미하진 않지만, 환자 보호 차원에서 치명적이라고 판단돼 위험을 경고한 것"이라며 "현재로서 모든 JAK 억제제의 시장 퇴출을 장담할 수는 없으나 향후 진행되는 연구를 토대로 같은 위험이 나타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기되던 미국 내 적응증 확대…이유는 '안전성'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번 경고로 JAK 억제제의 미국 내 적응증 확대에도 제동이 걸릴지 관심이 모인다.  

대표적으로 JAK 억제제는 듀피젠트(두필루맙) 독주 체제였던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긍정적인 결과를 근거로 올루미언트는 유럽과 우리나라에서, 린버크는 유럽에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그러나 미국 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FDA는 안전성 문제로 JAK 억제제의 적응증 확대에 대한 심사기간을 연장했던 상황. 화이자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개발한 JAK 억제제 신약 아브로시티닙도 적응증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아토피 피부염 뿐만 아니라 젤잔즈는 강직성 척추염에, 린버크는 건선성 관절염에 적응증 확장을 노리고 있지만 FDA의 심사는 계속 연기돼 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Arthur Kavanaugh 교수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ORAL Surveillance 결과가 처음 발표된 후 많은 류마티스내과 전문의가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환자와 이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FDA 경고가 JAK 억제제의 승인에 영향을 미칠지 확답할 수 없으나 제품 라벨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C 대학병원 피부과 교수는 "올루미언트 등 JAK 억제제의 위험에 대한 우려가 있을지라도 혜택을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도 "단, FDA가 경고한 만큼 추후 국내외 승인받은 JAK 억제제에 대해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 데이터를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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