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K 억제제, 심장질환, 암 등 안전성 경고로 암운 드리워
머크·화이자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등장…'게임체인저' 기대감

▲머크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
▲머크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와 함께 했던 2021년 신축년(辛丑年)이 저물어가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제약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임상에 도입된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재택치료가 가능한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했다. 국내 제약사 역시 국산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와 함께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개발과 적응증 확대를 위한 노력도 계속 됐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연구를 통해 적응증 확대까지 탄탄대로를 걸은 치료제가 있었지만 반대로 허가 과정에서 시끄러웠던 치료제도 존재했다.

국내 제약사의 R&D 노력도 이어졌으나 임의제조 사태에 더해 또다시 의약품 불순물 검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쉽지 않은 2021년을 보냈다. 

본지는 올 한해 국내외 제약업계를 뜨겁게 달군 치료제와 주요 이슈를 조명했다.

[송년특집-①] 제약업계, 적응증 획득 두고 희비 교차

[송년특집-②] 호재·악재로 '롤러코스터' 탄 제약업계

[송년 특집-③] 국내사, 코로나 극복은 웃었지만, CSO는 씁쓸

[송년 특집-④] 임의제조에 불순물까지…악재 터졌다

JAK 억제제, 심장질환·암 안전성 이슈 악재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JAK 억제제는 심장질환, 암 등 안전성 경고를 받아 암운이 드리웠다. 

FDA는 화이자의 JAK 억제제 젤잔즈(토파시티닙)의 시판 후 안전성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젤잔즈가 심장마비, 뇌졸중, 암, 혈전, 사망 등 위험을 높인다고 지난 9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경고를 같은 계열 JAK 억제제인 릴리의 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 애브비의 린버크(우파다시티닙)에도 적용했다. 두 치료제는 대규모 안전성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젤잔즈와 작용기전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중증 심장 관련 사건, 암, 사망 등에 대한 블랙박스 경고를 라벨에 추가하도록 했다. 

FDA는 의료진에게 JAK 억제제를 처음 처방하거나 계속 처방하기 전 위험과 혜택을 고려하도록 당부했다. 또 위험 대비 혜택을 확실히 하기 위해 TNF 차단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JAK 억제제를 투약하도록 제한했다

FDA 조치를 토대로 식약처도 세 가지 치료제가 심장마비 등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이에 따라 JAK 억제제의 미국 내 적응증 확대에도 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FDA는 안전성 문제로 JAK 억제제의 적응증 확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 왔다. 젤잔즈는 강직성 척추염에, 린버크는 건선성 관절염에 적응증 확장을 노리고 있지만 FDA의 심사는 계속 연기됐던 상황이다.

적응증 확대뿐 아니라 국내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시장에서 JAK 억제제의 처방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라면 블랙박스 경고문으로 인해 약 30%가 약물 선택을 주저한다고 알려졌기 때문. 

다만 올루미언트는 장기간 안전성 결과를 공개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올루미언트로 치료받은 활동성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를 최대 9.3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이전과 유사한 안전성 프로파일이 나타났고 새로운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올 한해 안전성 문제로 고초를 겪은 JAK 억제제가 2022년에는 위험 대비 혜택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근거를 도출하고 새로운 적응증을 획득해 처방 저변을 확대할지 또는 심혈관계 부작용 이슈로 퇴출된 바이옥스 사례를 재현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먹는 치료제, 코로나19 대응 '게임체인저' 될까

코로나19 확산세가 전 세계적으로 계속되는 가운데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등장에 관심이 모였다. 먹는 치료제라는 장점으로 재택치료가 가능하기에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다.

대표적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는 미국 머크앤드컴퍼니(MSD)의 라게브리오(몰누피라비르)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PF-07321332/리토나비르)이다.

라게브리오는 리보뉴클레오사이드 유사체(ribonucleo-side analog)로 코로나19 감염을 일으키는 SARS-CoV-2를 포함해 여러 RNA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한다. 바이러스에 무작위 돌연변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치료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1회당 4알을 매일 2회 복용해 5일의 치료기간 동안 총 40알을 먹는다. 가격은 1인당 700달러(약 83만원)다. 

팍스로비드는 SARS-CoV-2-3CL 단백질분해효소 억제제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복제하는 SARS-CoV-2-3CL 단백질분해효소의 활성을 차단한다. 1회당 3알을 매일 2회 복용해 5일의 치료기간 동안 총 30알을 투약한다. 가격은 1인당 약 530달러(약 62만원)다.

라게브리오는 11월 영국에서 조건부 승인받은 데 이어 지난 1일 FDA 자문위원회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권고받았다. 라게브리오는 입원하지 않은 경도~중등도 코로나19 성인 환자 대상의 중간 분석에서 29일 동안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을 50%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FDA에 제출한 최종 분석에서는 중간 분석 결과를 뒤집고 30%로 효과를 하향조정했다.

최종 분석에서 라게브리오의 효과가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보고되면서 실제 임상에서의 치료 효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화이자는 FDA에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로서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 팍스로비드는 입원하지 않은 경도~중등도 코로나19 성인 환자의 28일 동안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을 89% 의미 있게 낮췄다.

재택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 도입이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라게브리오와 팍스로비드는 바이러스 노출 후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과가 확인된다면 두 치료제를 광범위하게 처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두 가지 치료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달 라게브리오의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팍스로비드는 허가심사 사전검토 단계에 있다. 장기화된 코로나19 대유행과 위중증 환자 급증으로 보건의료체계의 부담이 상당한 만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필요성에 따라 추후 국내 도입은 긍정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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