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내원일수·요양급여비용 가장 큰 폭으로 하락
빅5병원도 소청과 레지던트 미달 현상 나타나
검진항목 확대 속 '신생아검진 수가' 보완 목소리도

ⓒ메디칼업저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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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며 나타난 첫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코로나19(COVID-19) 여파와 맞물려 소아청소년과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의 주민등록 인구는 5182만 9023명으로 전년도 말보다 2만 838명(0.04%)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주민등록 인구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지난해 처음으로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지며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작년 출생자는 27만 5815명으로 전년보다 10.65%(3만 2882명)이 감소한 반면,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3.1%(9269명) 증가한 30만 7764명을 기록했다.

특히 출생자 수는 2017년 40만명 아래로 떨어진 뒤 3년 만에 30만명 선까지 무너지며 저출산 심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작년 상반기 폐업한 소청과 의원 89개소

2021년 레지던트 모집에서도 심화된 '소청과 기피'

소청과의 어려움은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진료비 주요통계(진료일 기준)'에 따르면 의원급 소청과와 이비인후과가 직격탄을 맞았다.

전체 의료기관의 평균 내원일수는 12.47% 줄었다. 입원은 3.65%, 외래는 13.38% 줄어 외래의 감소폭이 더 컸다.

특히 의원급 소청과의 지난해 상반기 내원일수는 전년 기간 대비 43.2% 급락했고, 요양급여비용 또한 2367억원으로 38.3% 하락했다. 

코로나19(COVID-19)의 여파로 이비인후과 또한 내원일수가 29.9%, 요양급여비용은 5666억원으로 20.5% 급감했지만 소아청소년과의 하락폭이 더 컸다.

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소청과 의원은 2019년 2227개소에서 2020년 2181개소로 46개소가 감소했고, 2020년 상반기에 폐업한 소청과 의원은 89개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현상은 2021년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소청과 기피' 현상으로 이어졌다. 빅5병원조차도 소청과의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이 16명 모집에 14명이 지원해 가장 많은 전공의를 확보했지만 삼성서울병원은 8명 모집에 3명, 가톨릭의료원은 13명 모집에 3명 지원, 서울아산병원은 8명 모집에 4명 지원, 세브란스 병원 또한 14명 모집에 3명 지원에 그쳤다.

수련병원은 지난 6일까지 미달된 진료과를 중심으로 추가모집을 실시했지만, 소청과는 추가 지원자를 찾기 어려웠다.

가톨릭의료원은 9명 모집에 지원자가 0명이었고, 세브란스병원은 11명 모집에 2명 지원, 삼성서울병원도 5명 모집에 3명만 지원했다.

소청과의 기피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저출산과 코로나19 등 여파로 '기피과' 불명예는 더욱 확고해진 모양새다.

의료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빠른 고령화로 일본을 따라가고 있고, 코로나19 여파로 소아청소년과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현실"이라며 "향후 전공의 수급 불균형이 계속되면 소청과 의사 수련체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아이들 의료재단 산하 병원 두 곳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제4주기 1차년도(2021~2023) 전문병원 101곳 중 소아청소년과로 이름을 올렸다.

정성관 이사장은 "전문병원이 된 것은 기쁘지만 사실 부담감이 크다. 소청과 전문병원으로 첫 지정됐기 때문에 잘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아과 의사도 잘 안하려 하지만 앞으로 전문병원에 진입하려는 아동병원이 생겨 그 길을 따라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특히 정 이사장은 소청과 진료의 패러다임을 기존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이전에는 아이들이 앓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포커스가 있었지만, 미래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질병을 찾아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다"며 "아토피피부염, 천식과 같은 소아 만성질환 관리도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소청과 내부에서는 신생아검진 수가, 상담수가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신생아검진 수가가 영유아 검진보다 낮다. 신생아에게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한데 수가가 더 낮게 책정돼 걱정된다"라며 "소청과 특성상 모유수유와 같은 보호자와의 상담도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유아검진, 신생아검진은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 다른 진료과보다는 소청과 전문의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소청과의 미래를 위해선 이런 부분은 제도적으로 힘이 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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