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유행 때는 병의원 이용 증가, 메르스·코로나19는 감소
10세 미만·경증환자 의료기관 이용 큰폭 감소...메르스와 비슷
코로나19 장기화로 정신과 질환 늘어, 20대 증가세 뚜렷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신종플루와 메르스, 코로나19(COVID-19) 등 신종 감염병의 특성에 따라 의료이용의 행태가 상이하게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우리나라의 전체 의료이용량은 둔화되거나 감소했고, 10세 미만과 경증환자가 의료이용을 큰 폭으로 줄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메디칼업저버 DB

최근 국회예산정책처 김진이 추계세제분석관은 '코로나19 등 감염병의 확산에 따른 의료이용 변화와 시사점'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신종플루(2009~2010년), 메르스(2015년), 코로나19(2020년) 등 신종 감염병이 5년 주기로 발생했다.

보고서는 메르스의 경우 치명률이 높고 감염률은 낮았던 반면, 코로나19는 치명률은 낮지만 감염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분석관은 "감염률과 치명률의 반비례 관계는 숙주를 매개체로 감염되는 바이러스의 특징에 기인한다"며 "치명률이 높으면 감염자의 활동이 제한돼 바이러스의 확산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내 감염자 수를 살펴보면 신종플루(70만 6911명), 코로나19(2만 7000명, 11월 6일 기준), 메르스(186명) 순으로 신종플루의 감염자가 가장 많았다.

반면 치명률은 메르스(20.4%), 코로나19(1.75%), 신종플루(0.037%) 순이며, 계절독감은 일반적으로 1% 미만으로 알려져있다.

보고서는 감염병의 특성에 따라 의료이용의 행태와 진료비 지출이 미치는 영향이 상이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2010년에는 병의원 이용이 급증해 건강보험 재정이 일시적자로 전환된 반면, 메르스 유행시기(2015년)에는 일반환자의 병원 이용 빈도가 줄면서 지출도 감소했다.

원인으로는 신종플루 유행으로 신종플루감염전문관리료, 신종플루 검사 임시 급여인정 등 건강보험 급여항목이 늘어남과 함께 진단에 필요한 검사항목 증가가 꼽혔다.

반면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유행시기에는 병의원이 주요 감염경로가 되면서 일반환자의 병원 입내원일수가 전년대비 0.5% 감소했다.

특히 메르스의 절정기였던 6~7월 외래환자의 의료기관 방문 기피와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외래 내원일수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의료기관 방문횟수 줄었지만 의약품 장기처방 증가

감염성 유행병 발병 감소...신종플루 때도 유사

연도별 건강보험 진료인원 및 입내원일수,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율 (국회 예산정책처 제공)

코로나19가 발생한 올해는 전국적으로 코로나19 검사 및 진료가 이뤄졌지만, 전체 의료이용량(총진료비, 진료인원, 내원일수)은 전년 동기 대비 둔화하거나 감소했다.

최근 3년간(2017~2019년) 건강보험 진료비는 평균 9.5% 증가했지만, 올해 상반기는 0.3% 증가에 그쳤다.

특히 진료인원과 입내원일수는 각각 3.5%, 12% 줄었다.

이렇듯 의료기관 방문횟수를 줄이는 대신, 의약품 장기처방 증가의 영향으로 내원일당 진료비는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

김 분석관은 "2~3월 대규모 확산이 있었던 대구·경북의 전체 진료인원, 입내원일수, 진료비 감소가 컸다"며 "의료이용량 감소가 코로나19 확산에 기인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년도 상반기 대비 연령별, 중등도별 의료이용 현황 (국회 예산정책처 제공)

연령별로는 10세 미만, 중증도별로는 경증환자가 의료기관 이용을 큰폭으로 줄이는 경향이 나타났고, 이는 메르스 유행 시기에 관찰된 결과와 유사했다.

김 분석관은 "10세 미만의 두드러진 감소는 감염에 취약한 유소년기의 특성과, 병원이용이 보호자에 의해 결정되는 환자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도 보인다"고 해석했다.

진료과목별로는 외래 다빈도 질환 중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질환의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

2010년 신종플루 이후에도 손씻기 등 위생상태 개선과 독감 예방접종률 증가 등으로 2011년과 2012년 감염성 유행병의 발병률이 감소된 바 있다.

반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으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수면장애와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 질환이 증가했다.

특히 취업난과 실업 등의 여파로 20대에서 우울증 진료 환자 수가 전년대비 큰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와 관련해 김 분석관은 "정신질환은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신건강 위험요인의 조기발견이 중요하다"며 "코로나19 등 감염병의 주기적인 발생으로 인한 의료이용 행태의 변화가 국민의 건강과 중장기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보건의료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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