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소청과 제도 개선 특위 구성…14일 첫 회의 개최
정책수가 및 진료 인프라 유지 위한 정부 특단 대책 요구
政, 정책수가 비롯한 근본적 해결 방안 모색 위한 고민 중

메디컬업저버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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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의료계의 경영 악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진료수익 급감과 폐원이 개원을 앞지르는 등 고사 직전의 소아청소년과의 회생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소아청소년과 제도 개선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4일 첫 회의를 가졌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은백린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특별위원회는 의협 및 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아동병원협회 임원들이 참여해 약 1년 동안 관련 제도 개선 및 진료 인프라 회복을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은백린 위원장은 "소아청소년과의 현실은 최근 몇년 동안 최악의 상황"이라며 "소청과의사들이 굶어 죽는 것이 걱정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 인프라 자체가 붕괴돼 아이들이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초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 상황에서 소아청소년과 의료체계가 붕괴될 경우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이 두렵다"며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솔루션을 찾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만들게 됐다"고 제도 개선 특위 구성 취지를 설명했다.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소아청소년과를 살리기 위해 의협을 비롯한 개원가, 아동병원, 전문학회 등 소아청소년 유관단체가 의료 인프라 회복에 대한 고민을 통한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은 위원장은 "현 상황을 한 가지 해법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모든 사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과 개원 및 폐원 최근 5년간 추이.
소아청소년과 개원 및 폐원 최근 5년간 추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역시 소아청소년과의 상황이 절박하다며, 정부가 최소한 오는 8월 이전까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직격탄을 맞은 진료과는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라며 "코로나19 1년 6개월 동안 진료수익이 반토막 이상 급감했다"며 "26개 진료과 중 진료수익이 소청과가 압도적인 꼴찌로 -55%를 기록했으며, 다음으로 -22% 진료수익을 보인 이비인후과의 수입 감소보다 2배 이상 높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진료비 주요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의 평균 내원일수는 12.47% 줄었으며, 입원은 3.65%, 외래는 13.38% 줄어 외래의 감소폭이 더 컸다.

소청과 의원급의 지난해 상반기 내원일수는 전년 동기 대비 43.2% 급감했으며, 요양급여비용 역시 2367억원으로 38.3% 하락했다.

심평원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소청과 의원은 2019년 2227개에서 2020년 2181개로 46개소가 감소했다.

소아청소년과 폐원 증가 추세

특히, 최근 5년간 소청과 의원급의 개원과 폐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신규로 개원한 의원은 137개소에서 2017년 126개, 2018년 122개, 2019년 114개, 2020년 103개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폐원 추세는 2016년 107곳에서 2017년 125개소, 2018년 121개소, 2019년 98개소, 2020년 154개소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문제의 심각성은 2020년 처음으로 103개 의원이 개원했지만, 154개의 의원이 폐원함으로써 개원과 폐원 상황이 역전돼 소청과의 위기가 현실화 됐다.

이런 역전현상은 올해 3월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월 기준 신규로 개원한 소청과 의원은 32개소였지만, 폐원한 의원은 41개소를 기록했다.

임현택 회장은 "현재 소청과의사회 회원들은 진료하기 위해 의원의 문을 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 어쩔수 없이 열어 놓은 상황"이라며 "어느 회원은 1개월간 진료하고 25만원만 집에 가져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직원들의 월급만큼이라도 가정에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고 소청과 의원들의 심각한 경영위기 상황을 전했다.

또 "현재 소청과를 전공한 의사들은 봉직의로서 취직을 할 수도 없고, 개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소아청소년과는 자연적으로 진료과목 자체가 폐과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소청과 개원의들이 더 이상 의원을 경영하는데 한계에 봉착하고 있어 8월 이후에는 의료체계 인프라가 붕괴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청과 개원가가 무너지면서 소아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1차의료기관이 사라지게 되면 결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진료도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지금이 소아청소년과를 살릴 수 있는 최후의 골든타임"이라며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경우 정부의 어떤 정책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고, 내년부터 소아 환자들은 진료를 받을 수 없어 생명을 잃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소아청소년과를 살리기 위해 시급하게 정책수가를 제공하고, 진료 인프라 유지를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소아청소년과의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임 회장은 지적했다.

복지부가 소아청소년과 정책수가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득 근거를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政, 소청과 위기상황 인식…사회구조 전반 고려한 정책 수립

이에, 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 과장은 "현재 소아청소년과 관계자들과 소아청소년과 위기상황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정부로서도 소청과와 이비인후과 등 특정 진료과의 위기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청과의사회에서는 시급하게 정책수가 적용을 요청하고 있다"며 "정부로서는 정책수가 적용과 함께 인구변화에 따른 사회구조 변화까지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정부는 수가 가산을 넘어 소아청소년과 및 이비인후과 등 위기상황에 몰려 있는 특정 진료과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며 "의료계와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소아청소년과 위기는 개원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병원계도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봉착해 있다.

2021년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1년차 모집 현황에 따르면, 국내 빅5 병원들고 전공의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16명 모집에 14명이 지원해 정원을 채우지 못했으며, 삼성서울병원은 8명 모집에 3명, 가톨릭의료원은 13명 모집에 3명만 지원했다.

또, 서울아산병원은 8명 정원에 4명만 지원했으며, 세브란스병원도 14명 모집에 3명 지원에 그쳤다.

필수의료인 소아청소년과의 몰락을 막고, 회생시킬 수 있는 대책 수립을 위한 최후의 골든타임이 점차 지나가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위기의 소아청소년과 회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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