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세마글루타이드' STEP 임상3상으로 삭센다 후발주자로 주목
릴리 '터치파타이드' SURPASS-2 탑라인, 세마글루타이드 1.0mg보다 체중감량 우수
임수 교수 "터치파타이드 효과 좋지만…세마글루타이드 2.4mg과 비교해야 공정"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만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의 후발주자 자리를 두고 새로운 비만치료제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신약들이 임상3상을 통해 강력한 체중 조절 효과를 보고하면서 향후 비만치료제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그 중심에 있는 대표적인 치료제가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와 일라이 릴리의 터치파타이드(Tirzepatide)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세마글루타이드는 STEP 시리즈 임상3상을 통해 상당한 체중 감량 효과를 증명, 체중 관리 가능성을 본 약물 중재법 중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더해 릴리는 4일(현지시각) 터치파타이드의 당화혈색소·체중 조절 효과가 세마글루타이드 1.0mg(제품명 오젬픽)보다 우월하다는 SURPASS-2 임상3상 탑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터치파타이드는 GLP-1과 GIP 이중 수용체 작용제다. 

두 치료제 모두 주 1회 투여로 10%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 향후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예고된다.
 

SURPASS-2, 터치파타이드 15mg군 체중 13.1%↓

터치파타이드의 SURPASS-2 임상3상은 과체중 또는 비만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터치파타이드 5, 10, 15mg과 세마글루타이드 1.0mg을 직접 비교한 헤드투헤드(head-to-head) 연구다. 세마글루타이드 1.0mg은 제2형 당뇨병 치료로 승인받은 용량 중 고용량에 해당한다.

연구는 메트포르민 병용요법으로서 터치파타이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세마글루타이드와 비교했다. 치료 기간은 40주다.

평균 유병 기간이 8.6년인 제2형 당뇨병 환자 1879명이 터치파타이드 5mg군, 10mg군, 15mg군과 세마글루타이드 1.0mg군에 무작위 분류됐다. 등록 당시 당화혈색소는 8.28%, 체중은 93.7kg였다.

탑라인 결과에 따르면, 터치파타이드 세 가지 용량은 세마글루타이드 1.0mg보다 당화혈색소·체중 조절 효과가 컸다. 

특히 효과는 터치파타이드 15mg에서 두드러졌다. 터치파타이드 15mg군은 등록 당시보다 치료 40주째 당화혈색소 2.46%, 체중 13.1%(-12.4kg) 줄었다. 

이와 비교해 세마글루타이드 1.0mg군은 등록 당시 대비 당화혈색소 1.86%, 체중 6.7%(-6.2kg) 감소했다.

▲SURPASS-2 임상3상 탑라인 결과.
▲SURPASS-2 임상3상 탑라인 결과.

터치파타이드 5mg군과 10mg군도 당화혈색소가 각 2.09%, 2.37% 조절됐고 체중은 각 8.5%(-7.8kg), 11.0%(-10.3kg) 줄어, 세마글루타이드 1.0mg군보다 효과적이라고 분석됐다.

전체적인 터치파타이드의 안전성은 기존 SURPASS 임상연구와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에서 보고된 것과 유사했다. 

모든 치료군에서 위장관계 이상반응이 가장 일반적으로 보고됐으며 구역 또는 설사, 구토 등 발생률은 치료군 간 비슷했다. 

구체적으로 구역은 터치파타이드 5mg군 17.4%, 10mg군 19.2%, 15mg군 22.1%, 세마글루타이드 1.0mg군 17.9%였다. 설사는 각 13.2%, 16.4%, 13.8%, 11.5%, 구토는 각 5.7%, 8.5%, 9.8%, 8.3%였다. 

SURPASS-2를 이끈 미국 국립연구소 Juan Pablo Frias 소장은 "헤드투헤드 연구는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최고의 표준"이라며 "터치파타이드 세 가지 용량은 제2형 당뇨병 치료로 승인된 세마글루타이드 고용량과 비교해 당화혈색소와 체중 조절 효과가 우수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SURPASS-2에서 터치파타이드는 기존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에서 확인한 효능 이상으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특히 터치파타이드 10mg군과 15mg군의 체중이 10% 이상 감소한 결과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내분비내과)는 "체중이 10% 이상 감소하면 아주 좋은 비만치료제라고 평가한다. 현재 임상에 도입된 비만치료제 중 체중이 10% 이상 조절되는 치료제는 삭세다와 큐시미아 두 가지"라며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체중 감소 효과는 비당뇨병 성인보다 적다고 알려졌다. 이를 비춰보면 SURPASS-2에서 터치파타이드가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SURPASS-2의 구체적인 결과는 올해 6월 온라인으로 열리는 제81차 미국당뇨병학회(ADA) 연례학술대회에서 공개되며, 동료평가(peer-reviewed)를 거쳐 논문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터치파타이드가 더 좋은 비만치료제?…'NO'

그렇다면 SURPASS-2 탑라인 결과로 터치파타이드가 세마글루타이드보다 더 좋은 비만치료제라고 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1.0mg이 아닌 2.4mg으로 비만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0일 NEJM에 실린 STEP1 임상3상 결과에 의하면, 세마글루타이드 2.4mg은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의 체중을 치료 68주째 14.9%(-15.3kg) 줄였다. 

게다가 The Lancet 3월 2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된 STEP2 임상3상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 2.4mg이 1.0mg보다 체중 조절 효과가 더 컸다. 

과체중 또는 비만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로, 등록 당시와 비교한 치료 68주째 평균 체중은 세마글루타이드 2.4mg군 9.6%, 1.0mg군 7.0% 감소했다. 위약군은 3.4% 감소에 그쳤다. 

또 등록 당시와 비교해 체중이 최소 5% 이상 감소한 환자는 세마글루타이드 2.4mg군 68.8%, 1.0mg군 57%였고, 위약군은 28.5%로 조사됐다. 세마글루타이드 2.4mg군은 위약군보다 체중이 최소 5% 이상 감소할 가능성이 4.88배 유의하게 높았다(OR 4.88; P<0.0001).

즉 세마글루타이드 1.0mg과 터치파타이드를 비교한 연구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임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 1.0mg이 아닌 2.4mg과 비교해야 합리적이고 공정하다. SURPASS-2만으로 터치파타이드가 세마글루타이드보다 더 좋은 비만치료제라고 할 수 없다"며 "만약 SURPASS-2에서 세마글루타이드 2.4mg을 투약했다면 체중이 10% 이상 감소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세마글루타이드와 터치파타이드를 비교하면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며 "효과가 좋은 새로운 비만치료제가 계속 개발되면 의료진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치료옵션이 많아지기에 이 같은 개발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단, 두 치료제 모두 위장관계 이상반응은 흠으로 꼽힌다. 

삭센다는 실제 임상에서 위장관계 이상반응으로 인해 투약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다. 이 때문에 위장관계 이상반응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체중을 10% 이상 줄일 수 있는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임 교수는 "SURPASS-2에서 보고한 두 치료제의 위장관계 이상반응 발생률은 약 20%로, 아주 낮은 수치는 아니다"며 "실제 임상에서 삭센다 투여 용량을 늘리면 위장관계 이상반응이 심해져 증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삭센다보다 더 좋고 새로운 비만치료제를 기다리는 만큼, 위장관계 이상반응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체중을 10% 이상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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