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질환·비만치료제 특징 고려한 약제 선택 중요성 강조
부천성모병원 김성래 교수 '비만 관련 동반질환 기반한 비만치료제 선택 알고리즘' 제안
국내 전문가 "동반질환에 따른 비만치료로 체중감량·동반질환 개선 가능"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만 환자의 동반질환에 따라 비만치료제를 선택하는 환자별 맞춤처방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비만 환자는 체중 감량뿐 아니라 동반질환 관리가 중요하므로, 동반질환과 비만치료제 특징을 고려해 최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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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조절에 더해 동반질환 위험을 줄인다는 측면으로 비만치료에 접근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인다.

동반질환에 따른 비만치료제 권고안 無

비만은 유전적, 생물학적, 환경적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질환이다. 비만 환자에게 가장 먼저 권고되는 치료전략은 식이요법, 운동 등 생활습관 중재다. 

그러나 많은 환자가 생활습관 중재만으로 장기간 체중 감량에 도달·유지하기 어려워 임상에서는 보조요법으로서 비만치료제를 고려한다. 국내외 비만 진료지침에서는 비약물치료로 체중 감량에 실패한 경우 생활습관 중재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고혈압, 제2형 당뇨병, 만성 콩팥병 등 동반질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비만치료제를 제시한 권고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현재 임상에서는 식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식욕억제제를 처방하는 등 비만치료제의 기전에 따라 약제를 선택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내분비내과)는 "비만 환자의 동반질환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하도록 제시한 권고안은 아직 없다"며 "당뇨병 치료에서는 투약할 수 있는 항당뇨병제가 10가지 이상이기 때문에 동반질환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하도록 권고안에서 제시한다. 이와 달리 장기사용 가능한 비만치료제는 네 가지로 제한돼 있어, 임상에서는 치료제별 특징을 숙지해 처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별 선택할 수 있는 장기사용 가능 비만치료제는?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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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품의약국(FDA)이 승인했고 국내에서 12주 이상 장기사용 가능한 비만치료제는 △제니칼(성분명 오르리스타트) △콘트라브(날트렉손/부프로피온)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 △큐시미아(펜터민/토피라메이트) 등 네 가지다. 

이들 비만치료제는 식욕을 억제하거나 지방 흡수를 줄여 체중 감소를 촉진한다. 그러나 치료제간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심혈관, 신경정신 등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제니칼의 심혈관 안전성이 명확하지 않으며 콘트라브도 심혈관 안전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큐시미아는 신경학적 이상반응 위험으로 엄격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삭센다 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는 LEADER 연구를 통해 심혈관질환 고위험인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러한 가운데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손장원·김성래 교수(내분비내과)는 Diabetes & Metabolism Journal 지난해 12월 23일자 리뷰논문을 통해 '비만 관련 동반질환을 기반으로 한 비만치료제 선택 알고리즘'을 제안했다(Diabetes & Metabolism Journal 2020;44(6):802~818). 

현재 처방 가능한 네 가지 장기사용 허가 비만치료제를 조명하면서 각 약물의 특징과 비만 관련 동반질환을 고려해 환자별 맞춤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중점을 뒀다.

먼저 비만은 BMI 30kg/㎡ 이상 또는 BMI 27kg/㎡ 이상이고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로, 아시아인이라면 BMI 25kg/㎡ 이상 또는 23kg/㎡ 이상이며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로 정의했다. 

비만치료제는 생활습관 중재의 보조요법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이어 심혈관질환 위험요인과 비만 관련 동반질환을 고려해 비만치료제를 선택하도록 주문했다. 

동반질환에 따른 비만치료제를 보면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다낭성 난소증후군(PCOS)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등을 동반했다면 삭센다를 가장 우선 선택하도록 제시했다. 

고혈압 환자라면 △제니칼 △큐시미아 △삭센다를 선택하도록 제안했다. 단 큐시미아와 삭센다는 심박수 증가 가능성이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는 △제니칼 △삭센다를 주의해 투약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중등도 간 장애 환자는 △큐시미아(8/90mg) △콘트라브(7.5/46mg)를, 우울증과 불안장애 환자는 △제니칼 △콘트라브 △삭센다를 선택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체중이 충분하게 줄고 건강도 개선됐다면, 치료제 투약을 지속하면서 3개월간 추적관찰하도록 제안했다. 체중 감량과 건강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환자라면 치료제 투약을 중단하고 재평가를 시행하도록 했다.

김성래 교수는 "비만 환자는 무조건 체중만 줄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체중 감량에 더해 어떤 환자는 혈압 조절이 필요할 수 있고, 어떤 환자는 우울증을 동반해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약제 사용을 피해야 할 수도 있다"며 "비만 환자 그리고 비만치료제마다 특징이 다르므로 이를 고려해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환자별 동반질환을 고려해 비만치료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반질환 개선 측면에서 비만치료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동반질환에 따라 비만치료제를 선택하는 환자별 맞춤치료를 통해 약물의 효과를 높일 뿐만 아니라 동반질환을 개선하는 일석이조의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 교수는 "동반질환에 따른 비만치료를 진행하면 체중 감량뿐 아니라 동반질환이 많이 좋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이 개선될 수 있다"며 "국내에서는 비만을 미용 문제로 주로 접근하지만, 환자의 건강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동반질환의 위험을 줄여준다는 측면으로 비만치료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일부 비만치료제는 혈압을 올리거나 중추신경계에 작용할 수 있으므로 환자별 맞춤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예로 혈압이 조금 상승한 환자라면 혈압강하 효과가 있는 비만치료제를, 지방간이 있는 환자라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를 선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의료진들이 비만치료제의 특징에 대해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그래야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 교수는 이어 "앞으로 더 많은 비만치료제가 개발돼 약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면 동반질환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치료제를 다룬 진료지침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동반질환을 고려한 비만 환자별 맞춤치료가 필요하기에,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위원회에서 관심을 갖고 관련 권고안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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