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글루타이드 STEP1 임상3상 결과, 위약 대비 평균 체중 약 12%p 감소
국내외 전문가 "세마글루타이드, 비만치료제 게임체인저될 것"
부천성모 유순집 교수 "효과 큰 약 선택보단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 찾아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만치료제 시장을 뒤흔들 게임체인저가 등장했다.

항당뇨병제로 개발된 노보노디스크의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제제)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가 그 주인공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STEP1 임상3상에서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의 체중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입증했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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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 2.4mg을 주 1회 피하주사한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군은 위약을 투여한 환자군 대비 치료 68주째 체중이 약 12%p 더 감소했다. 

체중은 15kg가량 줄었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임상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의 SCALE 임상3상 결과보다 더 큰 체중 감소치다. 

게다가 삭센다는 매일 1회 투여하지만 세마글루타이드는 주 1회 투여만으로 체중 조절이 가능하다. 세마글루타이드가 비만치료제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GLP-1 제제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위장관계 이상반응은 이번 연구에서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세마글루타이드가 비만치료제로 임상에 도입된다면 위장관계 이상반응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에서 투여한 세마글루타이드 주 1회 투여 용량은 2.4mg이다. 미국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 용량으로 승인받은 주 1회 0.5mg, 1.0mg(제품명 오젬픽)보다 고용량이다.

STEP1 임상3상 결과는 NEJM 2월 10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STEP1 임상3상, 세마글루타이드군 14.9%↓ vs 위약군 2.4%↓

이중맹검으로 진행된 STEP1 임상3상에는 16개국 129곳에서 총 1961명의 과체중 또는 비만한 성인 환자가 모집됐다. 제2형 당뇨병이 없다면 BMI 30kg/㎡ 이상, 체중 관련 동반질환을 최소 한 가지 갖고 있다면 BMI 27kg/㎡ 이상인 환자가 등록됐다. 

백인이 76%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아시아인은 13%였다. 평균 BMI는 38kg/㎡, 평균 체중은 105kg이었다. 4명 중 3명은 한 가지 이상의 동반질환이 있었다. 

전체 환자군은 세마글루타이드 주 1회 2.4mg 피하주사군(세마글루타이드군, 1306명)과 위약군(655명)에 무작위 분류돼 생활습관 중재와 함께 치료를 진행했다. 생활습관 중재로 매일 500칼로리가 부족한 식단을 진행하면서 매주 150분씩 걷고 매일 식단과 운동을 기록하도록 했고 4주 간격으로 개별 상담세션을 시행했다. 

세마글루타이드군은 치료 첫 4주 동안 주 1회 0.25mg 피하주사 후 4주 간격으로 용량을 적정해 16주까지 주 1회 2.4mg 투여로 증량했다. 환자가 이상반응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용량을 낮췄다. 

공동 1차 목표점으로 먼저 치료 68주째 체중 변화율을 평가한 결과, 세마글루타이드군은 14.9%, 위약군은 2.4% 감소했다(P<0.001). 게다가 등록 당시 대비 치료 68주째 체중은 세마글루타이드군이 15.3kg 줄었지만 위약군은 2.6kg 감소에 그쳤다.

또 다른 공동 1차 목표점인 치료 68주째 체중 5% 이상 감소 도달률은 세마글루타이드군 86.4%, 위약군 31.5%로 세마글루타이드군의 10명 중 8~9명이 체중 5% 이상 감량에 성공했다. 체중 10% 이상 감소 도달률은 세마글루타이드군 69.1%, 위약군 12.0%, 15% 이상 감소 도달률은 각 50.5%와 4.9%였다(모두 P<0.001).

안전성 평가에서 세마글루타이드군의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구역, 설사였지만 대부분 경도~중등도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진정됐다. 

하지만 구역, 설사, 변비 등 최소 한 가지 위장관계 이상반응이 발생한 환자군은 세마글루타이드군 74.2%, 위약군 47.9%로 세마글루타이드군에서 더 빈번했다. 위장관계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세마글루타이드군이 위약군보다 더 많았다(각 4.5% vs 0.8%).

담낭 관련 장애(gall bladder-related disorder) 발생률은 세마글루타이드군 2.6%, 위약군 1.2%로 세마글루타이드군이 더 많이 보고됐고 대부분 담석증이었다. 경도 급성 췌장염은 세마글루타이드군 3명에게서 발생했지만 위약군은 없었다.

STEP3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체중 16% 줄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와 함께 지난해 미국비만주간(obesity week interactive 2020)에서 공개된 STEP3 임상3상 결과도 세마글루타이드가 비만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강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무작위 이중맹검 다기관 연구로 진행된 STEP3에는 평균 BMI가 38kg/㎡인 비만 환자 611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세마글루타이드 주 1회 2.4mg 피하주사군, 위약군에 무작위 분류됐다. 두 군 모두 전문가들이 참여한 행동치료, 식이요법, 칼로리 조절 등 집중적인 행동치료를 병행했다.

그 결과, 치료 68주째 세마글루타이드군의 평균 체중은 16% 줄었고 위약군은 5.7% 감량에 그쳤다(P<0.0001). 

게다가 치료 68주째 체중 감량 도달률은 △5% 이상: 세마글루타이드군 87% vs 위약군 48% △10% 이상: 75% vs 27% △15% 이상: 56% vs 13% △20% 이상: 36% vs 4% 등으로 세마글루타이드군의 도달률이 유의하게 높았다(모두 P<0.0001).

그러나 세마글루타이드의 위장관계 이상반응 문제는 이 연구에서도 드러났다. 세마글루타이드군 83%에서 위장관계 이상반응이 발생했고 위약군은 63%로 조사됐다.

세마글루타이드, 왜 '게임체인저'인가?

국내외 전문가들은 세마글루타이드가 기존 치료제보다 큰 체중 감량 효과를 얻었다는 점에 무게를 두며, 세마글루타이드가 비만치료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STEP1 연구를 진행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Robert F. Kushner 교수는 "STEP1에서 세마글루타이드군의 50%가 초기 체중보다 최소 15% 줄었고 3명 중 1명은 최소 20% 감량했다. 세마글루타이드가 비만치료의 게임체인저라는 결과"라며 "세마글루타이드는 체중 관리 가능성을 본 약물 중재법 중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위식도 역류질환, 체중 부하로 인한 관절염 등 체중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최소 10%의 체중 감량으로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 약 70%의 세마글루타이드군이 체중 10% 이상 감량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유순집 교수(내분비내과)는 "세마글루타이드는 체중 감소 효과가 커서 오래전부터 많이 기대했던 치료제다. 주사제와 경구제 모두 효과가 좋다"며 "비만치료의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약"이라고 전했다.

미국 하버드의대 Julie R. Ingelfinger 교수는 STEP1 연구 논평을 통해 "이번 연구에서 세마글루타이드군이 유의미하게 더 많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체중 감량에 도달했다"면서 "비만의 유행을 조절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임상 이름인 'STEP1'처럼 좋은 시작"이라고 밝혔다. 

세마글루타이드, 국내 시장 왕좌 '삭센다' 후발주자?

현재 비만치료제로도 승인받은 GLP-1 제제는 세마글루타이드와 같은 회사의 치료제인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 3mg/1일)가 유일하다. 삭센다는 국내 출시 후 매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세마글루타이드가 임상3상에서 상당한 체중 감량 효과를 증명하며 삭센다의 후발주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 STEP1(N Engl J Med 2월 10일자 온라인판)과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 SCALE(N Engl J Med 2015;373:11~22) 연구 디자인 및 결과 비교.
▲세마글루타이드 STEP1(N Engl J Med 2월 10일자 온라인판)과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 SCALE(N Engl J Med 2015;373:11~22) 연구 디자인 및 결과 비교.

삭센다와 세마글루타이드의 임상3상에서 보고한 체중 감량 효과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결과만 놓고 본다면 SCALE에서 삭센다군의 56주째 체중은 8.6kg 줄었고 STEP1에서 세마글루타이드군은 68주째 15.3kg 감소했다.

유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의 체중 감소 효과가 커 오래전부터 차세대 비만치료제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며 "현재 임상에 다양한 비만치료제가 많이 도입됐지만, 세마글루타이드가 이 약들이 선점한 시장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세마글루타이드는 마치 블랙홀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세마글루타이드가 임상에 도입된다면 체중 감량 효과만 두고 무조건 이 약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 교수는 "임상에서 비만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가 있는데 무조건 체중 감량 효과가 큰 약을 선택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환자의 특징에 맞게 환자에게 맞는 비만치료제를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또 국내 환자에게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고, 갑자기 체중이 크게 감량되는 게 아닐지 우려스럽다. 국내에서도 임상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고도비만 환자 선택, 비만대사수술? 세마글루타이드?

연구팀에 따르면, STEP1에서 연구를 완료한 세마글루타이드군의 3명 중 1명은 초기 체중보다 20% 이상 감량에 성공했다.

이는 비만대사수술인 위소매절제술 후 1~3년 체중이 20~30% 감소하는 것과 견줄 수 있는 결과로 분석된다. 비만대사수술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체중 감량 효과를 약으로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만수술 협진클리닉 수술 장면(서울성모병원 제공).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만수술 협진클리닉 수술 장면(서울성모병원 제공).

유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는 고도비만 환자에게 상당히 기대되는 치료제다. 비만대사수술을 계획하고 있던 환자들이 수술받지 않고 약으로 비만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향후 세마글루타이드가 비만대사수술을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고도비만 환자에게 비만대사수술을 권한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유 교수는 "현재로서는 비만대사수술을 고도비만 환자에게 추천한다"면서 "수술로 체중이 잘 조절되지 않은 환자 또는 수술 후 추가적인 체중 감소가 필요한 환자에게 세마글루타이드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GLP-1 제제 아킬레스건 '위장관계 이상반응'

이와 함께 세마글루타이드가 비만약으로 승인된다면, 환자들의 위장관계 이상반응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Ingelfinger 교수는 "긍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에서 일부 중요한 한계점이 있다"면서 "세마글루타이드 역시 GLP-1 제제의 주요 이상반응인 구역, 설사 등 위장관계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위장관계 이상반응은 GLP-1 제제가 가진 아킬레스건"이라며 "삭센다도 위장관계 이상반응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 세마글루타이드가 어느 정도 이상반응 위험을 갖고 있는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마글루타이드, SELECT 임상3상서 심혈관 안전성 평가 중

한편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에서 세마글루타이드의 심혈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3상이 현재 진행 중이다. SELECT로 명명된 연구는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의 2.5~5년 심혈관 예후를 평가한다. 

약 1만 7500명을 모집해 세마글루타이드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위약과 비교한다. 연구는 2023년에 종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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