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계, 진료권 재설정 및 의료인력 현황 고려 필요
의료계, 지역 의료기관간 협력 위한 정부 예산 및 조세 지원 제시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정부가 공공의료 활성화 및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지역책임병원 제도를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중소병원계와 의료계가 제도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역책임병원 지정 과정에서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형평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공공의료체계 강화를 위해 전국 70개 진료권과 96개 지역책임병원을 지정해 지역내 필수의료를 제공할 방침을 밝혔다.

지방의료원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등 지방의료원 강화 및 지역 내 진료 의뢰시 수가 가산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지역의 공공의료기관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에, 병원계와 의료계는 권역책임의료기관은 기존에 있는 각종 권역별 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심뇌혈관질환센터 등과 다르지 않다며, 권역별 센터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권역별 센터에 대한 정부의 지원 대비 효과성 정부가 기대했던 만큼의 역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병원계와 의료계의 지적이다.

지역책임병원 제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중소병원계는 지역책임병원 지정과 관련해 공공병원과 형평성 있는 지정과 행정편의적으로 구분된 70개 진료권의 재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병원계는 지역책임병원 지정 과정에서 지방의료원 및 공공병원을 우선 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이 형평성 있게 지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급종합병원 및 수도권 쏠림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책임병원은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공공의료 강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새로운 공공병원을 확충하기 보다 기존에 있는 민간의료기관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중소병원에 대해 공공성을 부여하고, 지역책임병원으로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물적, 인적 지원이 이뤄져야 정부가 희망하는 공공의료 강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법인연합회 이성규 회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책임병원 추진 방향은 새로운 작은 대학병원급 공공병원 확충으로 보인다며, 이미 OECD 평균에 비해 병상수가 많은 국내 실정상 중복투자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공공병원에 대한 지역책임병원 지정으로 인해 공공병원과 민간 중소병원 간 경쟁이 가열될 수 있다"며 "특히, 의료인력의 경우 기존 의료기관 인력들의 연쇄적인 이동으로 중소병원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헸다.

이어, "정부가 지역책임병원을 지정하기 위해서는 의료인력 상황을 적절하게 파악한 뒤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병원계는 지역책임병원 지정 기준에 대해서 완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책임병원 지정을 위해 인력·필수과목 수·시설, 급성기 기능 중 평균재원일 수 및 중증환자 비중, 의료질평가 결과 및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지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소병원계는 지정기준이 대학병원급 이상으로 제시될 경우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지역책임병원 지정기준이 대학병원급으로 제시될 경우 중소도시에 있는 중소병원들은 시설과 인력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된다"며 "이미 응급, 심뇌혈관, 외상, 분만 및 소아에 대한 권역센터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실적인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규 회장은 "중소병원계는 이번 지역책임병원이 공공의료 확대 차원에서 공공병원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민간과 공공병원이 경쟁구도로 가면 안 된다. 지역 특성에 맞는 민간 중소병원과 공공병원의 역할 분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가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의료계도 지역책임병원 제도를 비롯한 정부의 지역의료 정책에 비판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임선미 연구원은 정부가 발표한 지역책임병원 지정 제도에 대해 의료제공 체계를 공공과 민간으로 이분화 하고, 공립의료기관의 지원강화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연구원은 지역필수의료 보상이 지역 내 환자의뢰에 대한 수가 가산, 야간·고위험 분만수가, 고위험 임신부 집중관리료 및 소아 수술 가산을 강화하는 것이지만, 제시된 항목들의 지원만으로 지역의 의료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내 의료체계 현실을 외면한 채 지역 보상강화만으로 지역의료체계를 확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지역책임의료기관은 지역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한다"면서도 "하지만 임상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의료기관의 상황에서 다른 의료기관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임 연구원은 지역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필수의료와 관련한 지역 의료기관간 조직화에 대한 정부의 충분한 예산지원과 조세 등 작동기전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또, 의료 부족지역에 의료기관 인프라를 구축하고, 경영유지에 필요한 지원금을 제공하거나, 지역에서 보조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보조인력 고용을 위한 보조금 지원 및 대진의사 고용비용 지원 방안 필요성도 제시했다.

임 연구원은 "활용 가능한 공중보건의사와 은퇴의사를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의사회 차원에서 의사를 구하는 의료기관과 진료활동을 하려는 은퇴의사를 연결해주는 방안을 정부가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국내 의료체계 현실을 고려하고, 지역 단위의 필요한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시각에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며 "지역 병원의 어려움, 지역 의사의 요구, 지역 주민의 눈높이에 맞는 지원책을 발굴하기 위한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