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2020년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결국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감염병 위험 속에서 전례없는 마스크 대란, 병상·인력 부족 등 각종 비상사태가 발생하며 정부는 물론 공공기관까지 코로나19 대응에 역량을 집중해야만 했던 한 해였다.

장기화된 신종 감염병 시대에서 공공기관과 공공병원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①전례 없는 전염병 위기 속 공공기관의 지나온 길, 가야할 길
②공공의료체계 확대 '얼마나' 아닌 '어떻게'에 주목해야

ⓒ메디칼업저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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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대응 최일선 공공병원, 이젠 역부족?

지난 2017년 2월 10일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은 수도권 코로나19 환자 대응의 최일선에 있다.

중앙감염병병원은 △감염병 환자의 진료 및 검사 △감염병 대응 전문인력에 대한 교육·훈련 △신종 및 고위험 감염병 임상연구 △환자 의뢰·회송 체계 관리 및 운영 등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역할을 맡아 수행하게 된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유행 당시 메르스 전담 중앙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돼, 메르스 환자를 집중 진료하고 전국 거점기관의 진료 상황을 총괄·관리하기도 했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은 485병상(한방 31병상), 29개 상시운영 음압격리병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음압격리병상에서는 중증환자를 위주로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치료 중이다. 

또한 수도권 의료기관 중 코로나19 중증환자 전원 수용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30병상의 중증환자 음압치료병상을 확충해 인력을 배치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총 377명의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치료하고 1만 1043명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수행해왔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에 따르면 서울에 위치한 국공립병원인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 3개 병원은 서울의 중환자 45%를 치료 중(12월 9일 기준)이다.

공공의료기관이 코로나19 사태 속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며 중환자 병상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반 병상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환자 병상 수와 취약한 공공의료체계의 현실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반장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인구 1000명당 병상 수가 일본 다음으로 가장 많은 국가지만 중환자 병상은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중환자는 음압격리병상으로 입원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용 가능한 음압격리병상은 540병상 정도"라고 말했다.

공공의료체계 강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국회와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공공병원 신설 예산을 포함하지 않았다.

국회가 의결한 2021년도 예산안을 보면 공공병원 확충을 위한 설계 예산은 15억원에 불과했고 신축예산은 없었다. 설계비는 4개 지방의료원에 100병상씩 400병상을 증축하기 위한 것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일산병원노동조합 등 173개 단체가 포함된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현재 공공의료기관 급성기병상이 약 4만 6000개에 불과한 상황에서 400병상을 늘려도 1% 증가에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35개 지방의료원 중 300병상 미만 병원이 28개소에 달하지만, 겨우 4개소 증축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과 광주, 울산 등은 대도시임에도 공공병원이 없는 지자체다.

이들은 "300병상 미만 병원으로는 지역거점의료기관으로서 적절한 진료기능을 담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고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며 "신·증축과 매입, 공공화를 통해 향후 5년간 4만 병상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언제 또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공공병원 확충에만 초점을 두기보다는 어떻게 활용하고 개선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보공단의 '2019 보건의료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9년 12월 말 기준 공공의료 기관은 221개 기관으로 전체 의료기관 4034개소의 5.5%이고, 공공병상은 6만 1779병상으로 전체의 9.6%다.

고려대 보건대학원 윤석준 교수는 "국민이 공공인프라 확충에 동의해도 감염병 위기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감염병을 대비하던 공공병원의 운영 및 활용방법에 대한 다차원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최병호 교수도 "감염병의 유행 시기는 알 수 없고 우리는 발생할 때 마다 대응해야 한다. 공공병원은 팬데믹 발발 시에 선도적으로 개입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라며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공병원의 수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논지보다는 공공병원의 기능을 어떻게 확충할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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