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보건당국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허가
허가 당시 임상 3상 시작하지 않아 과학계 비판 잇따라
화이자 "90% 이상 효과" 이틀 후 러시아 "92% 효과" 주장
감염병 전문가 "임상 3상 결과 없이 안전성·효과 평가 어려워"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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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러시아 보건당국은 러시아산 '스푸트니크 V' 코로나19 백신을 5일부터 대량공급하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신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내 접종센터 70개에 공급되면서 의료진·교사·사회복지사 등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을 대상으로 대규모 접종이 시작됐다. 

스푸트니크 V는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센터'로부터 개발됐다.

이번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에 기반한 바이러스 벡터(viral vector) 백신이며 21일 간격으로 2회로 접종된다. 

바이러스 벡터 플랫폼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체내에 유입해 감염으로부터 예방하는 항체를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바이러스 벡터 플랫폼은 약 20년 전에 러시아 연구진으로부터 개발됐으며 에볼라 백신 등을 개발하는 데 사용됐다. 

모스크바부터 대규모 접종되는 스푸트니크 V은 러시아 정부가 지난 8월 11일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했다. 

다만 필수 3상 임상시험을 완료하지 않은 채 승인된 점에서 과학계-의학계는 강한 비판을 했다. 

그런데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스푸트니크 V는) 효과적이며 강한 면역을 키우는 데 돕고 필수 시험을 다 완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효과와 안전성을 주장했다. 

한 달 이후 9월 26일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센터 연구팀은 의학저널 더랜셋(The Lancet)에 스푸트니크 V에 대한 임상 1/2상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임상에 참여한 76명에서 강한 면역반응이 관찰됐다. 대부분의 이상반응은 경증, 가장 흔한 부작용은 접종 부위에 통증(58%), 고열(50%), 두통(42%) 등이 있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피터 오픈샤(Peter Openshaw) 교수는 결과에 대해 "면역반응은 (바이러스로부터) 보호 수준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보호 기능은 결국 대규모 (3상) 임상에서만 알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픈샤 교수는 "승인된 이후 부작용을 일으키는 등 부정적인 사건이 나타나면 백신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면서 "백신의 면역반응이 실제로 보호적인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연구 완료 전에 접종하는 것은 분명히 권고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부터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달 9일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의 효능을 보였다는 보도문이 발표되자, 스푸트니크 V 개발을 지원한 국부펀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이틀 이후 스푸트니크 V 임상 3상에서 92% 효과가 관찰됐다고 11월 11일 밝혔다. 

RDIF 보도문에 따르면 약 4만 명이 스푸트니크 V에 관한 이중 눈가림 무작위 대조군 임상 3상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 2만 명 이상은 1회 접종, 1만 6000명 이상은 2회 접종을 모두 받았다. 이에 연구팀은 참여자를 6개월 이상 추적관찰할 예정이다.  

스푸트니크 V에 대한 결과가 모두 발표되지 않은 점에서 전문가들은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선을 긋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정재훈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효과 평가에는 '임상시험 데이터'라는 동일한 조건이 있다"면서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제약 기술의 효과·안전성이 평가되는데, 러시아 백신을 평가하기 위해 무작위 대조군 3상 연구결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교수는 "임상 3상 결과 없이는 안전성·효과를 평가하기 힘들다. 다만 러시아는 생물학적 기술에 대한 약간의 신뢰감이 가는 요소들이 있다"면서 "러시아는 예전부터 백신 개발 등 연구가 많은 편으로 가능성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3상 또는 검증된 데이터로 효과를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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