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식약처 심사·평가통합으로 시장진입 단축 효과 기대보다 낮다 평가
식약처 허가 이후 심평원 및 NECA 신의료기술평가 규제 개선 필요성 제기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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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지난해 10월부터 도입된 디지털의료기기 및 소프트웨어의료기기에 대한 통합 심사·평가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기대보다 못한 것으로 현장은 인식하고 있어 제도개선 필요해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0월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의료기기를 의료현장에서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간 보건당국과 규제당국은 혁신의료기기 지정, 기존 기술여부 확인, 혁신의료기술평가 등 개별적이고,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이번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제를 통해 순차적 진행 절차를 관련 부처 및 기관이 동시에 진행해 혁신의료기술 평가 절차와 항목을 간소화했다.
 

정부 디지털 의료기기 시장진입 단축 위해 심사·평가 동시 진행

식약처는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요양급여대상 및 비급여대상 여부 확인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혁신의료기술평가를 동시에 진행한다.

기존 순차적 절차로 인해 혁신의료기기들이 시장진입까지 300여일 소요되던 것을 80일까지 단축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허가단계의 안전성과 유효성 결과가 신의료기술평가나 보험등재 단계에서 활용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말 통합심사·평가를 통한 혁신의료기기 지정에 8개 의료기기가 신청했으며, 심사요건을 충족한 7개 제품을 심사한 결과 (주)에임메드 및 웰트(주) 불면증 개선 디지털 치료기기 2개와 (주)제이엘케이의 뇌경색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1개 등 총 3개 제품이 지정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제가 당초 계획과 다르게 오히려 시장 진입의 허들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제이엘케이의 뇌경색 진단보조 소프트웨어는 식약허가 이후 혁신의료기술 고시 공포를 거쳐 지난 1월말부터 비급여로 3년간 의료현장에 비급여로 진입하고 이후에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식 급여를 인정받기로 되어 있다.

혁신의료기술고시 공포 이후 현장 실증검사가 필요하다는 보건당국의 명령에 따라 실증검사가 진행 중이며, 곧 실증 결과 후 비급여가 실행될 예정이다.

(주)제이엘케이 보다 더 힘든 곳은 불면증 개선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하있는 에임메드와 웰트다.
 

식약처 허가 이후 보험등재까지 행정절차로 시장진입 늦춰져

지난 2월과 4월 각각 식약허 허가를 받았지만, 시장에 진입하려면 최대 4년은 더 걸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 이유는 식약처 허가 이후, 혁신의료기술 평가와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에임메드는 현재 혁신의료기술 인증을 위해 보건의료연구원에 연구계획서를 제출한 상태이며, 웰트는 아직 보건복지부 고시가 나오지 않아 연구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업계에서 제출한 연구계획서를 네카가 1~2회 자료 보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으로는 5번 이상 요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월 1회 심의가 이뤄지며, 보완작업과 피드백을 받는 기간 1개월 정도 걸린다"고 전했다.

식약처 허가와 동시에 심평원 및 네카의 평가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디지털 치료의료기기가 일반 의료기기와 특성상 다르지만 행정절차가 동일하게 적용돼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으로 포함돼 시장 진입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정부는 혁신의료기술 인정을 통해 현장에 도입하고, 현장에서 유해 사례나 유효성 및 안전성 검증이 끝나야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 정식으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임메드의 불면증 치료를 위한 디지털 치료기기가 시장에 나오려면 최소한 3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혁신의료기기 사업이 지정된 의료기관에서만 처방할 수 있어 한정적으로 처방돼 관련 업계로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하드웨어 의료기기와 다른 별도 평가 및 심사 체계 필요

그래도 에임메드는 상황이 나은편이다.

라이프 시멘틱스, 뉴냅스 등 많은 관련 업체들도 디지털 의료기기로 혁신성은 인정받고 있지만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식약처 허가 이후 곧바로 의료현장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던 업계는 행정적 절차로 인해 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에임메드 관계자는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되면 조금 더 빠르게 보험등재가 이뤄져 헤택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규제 개선을 위해 복지부 등 관련 기관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디지털 의료기기의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을 것"이라며 "디지털 의료기기 업계 입장에서는 일반 하드웨어 중심의 의료기기와 달라 별도의 심사, 평가 트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에임에드의 불면증 치료 디지털 의료기기가 혁신기술로 인정 받을 경우 빠르면 오는 9월 정도 지정된 의료기관에서 처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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