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지난 2019년 첫 등장해 전 세계를 팬데믹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19(COVID-19) 상황은 2년이 지나는 2021년 연말까지 진행형이다. 2년간의 사투를 통해 겨우 단계적 일상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봤던 코로나19 상황은 다시 일일 확진자 7000명을 넘기고,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가 연일 최다를 기록하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은 잠시 멈춰 섰다. 코로나19로 점철된 2021년 신축년이지만 의료계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했다. 올해를 보내면서 지난 1년간의 의료계 이슈를 정리해 봤다.

①강성 투쟁에서 대화와 협상 기조로 바꾼 의료계
②대리수술이 쏘아올린 CCTV 의무설치법 국회 통과
③간호법 첫 국회 심의, 직역 갈등은 여전
④노정합의와 전문간호사 PA 양성화, 힘 키우는 간호계
⑤유력인사 자녀의 의전원 입학취소 사태
⑥2년의 코로나19 터널 다시 찾은 일상회복, 그러나...

간호계 파워 커지나, 각종 현안에 의료계 '시끌'

코로나19 장기화로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처우개선 논의도 본격 진행됐다.

2020년 여름에는 의대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에 반발한 의사들이 집단휴진과 단체행동에 나섰다. 반면 올해는 간호사와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등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대거 속한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을 주도했다.

보건의료노조는 9월 2일 산별 총파업을 예고하며 지난 5월부터 정부와 총 13차례의 노정교섭을 진행했다. 총파업 전날 마지막으로 진행된 13차 노정교섭은 11시간에 걸쳐 이뤄졌으며, 파업 돌입 5시간을 앞둔 새벽 노정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9월 2일 총파업 돌입 5시간 전 노정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사진은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의 노정합의문
9월 2일 총파업 돌입 5시간 전 노정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사진은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의 노정합의문

이를 토대로 도출된 노정합의문에는 감염병전문병원 설립과 생명안전수당, 공공병원 확충,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신축 등을 포함한 공공의료강화 조항이 담겼다.

다른 합의조항은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골자로 간호인력과 관련한 내용이 다수 담겼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교육전담간호사제 확대 시행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간호등급차등제 개편 및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교대근무제 개편을 포함한 시범사업 시행 등이다.

합의문에는 '공공의사인력 양성, 지역의사제 도입을 포함한 의사인력 확충 방안을 마련한다'는 조항과 의료인 결격사유 확대, 진료지원인력의 면허에 따른 업무범위 규정 등이 포함돼 의사단체가 반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4일 의협과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포함한 쟁점사항을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상충되는 내용을 노정합의와 의정합의에서 약속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유행 속 대규모 파업 직전 노정이 합의점을 도출한 것은 의미있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선 예산 확보가 관건이었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보건의료노조는 여당과 토론회를 연이어 개최했고, 국회에서는 관련 법률안도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공공의료 3법(공공의료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국고분담 비율 확대, 공익적 적자 기원)을, 같은 당 이용빈 의원은 공공보건의료 확충 기금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12월 3일 607조 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기에는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사업 지원 예산(63억원)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구축 예산(17억원) ▲감염관리수당 예산(1200억원) ▲국공립병원 교육전담간호사 인건비 지원 예산(101억원) 등이 포함됐다.

노조는 정부를 향해 예산 확보를 바탕으로 합의 이행에 속도를 내고, 국회는 공공의료 3법을 포함한 법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부 반영되지 않은 예산은 향후 정책협약식 등을 통해 차기 정부에서 추경으로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노정합의가 얼마나 이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노조와 여당은 공공병원 증설을 위한 입법작업 및 논의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도 연일 공공의료 및 지방의료원 확충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력난과 적자경영 등 기존 지방의료원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공의료 확충만이 답이 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력 당사자인 의사를 배제하고 관련 논의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의료계의 불편한 심기도 존재하고 있다.

최근 의정부에 위치한 대학병원에서 신규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계기로 간호사의 업무강도, 직장내 괴롭힘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욱 커지고 있다. 노조는 노정합의 사항에 포함된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 수 제도화, 야간교대근무제 개선, 교육전담간호사제도 전면확대, 간호등급 차등제 상향 개편 등을 정부에 차질없이 이행하라고 요구 중이다.

이는 정부와 보건의료노조가 구성한 '간호인력 실무협의체'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달 첫 회의를 시작으로 매월 1회 개최를 원칙으로 한다. 실무협의체는 안건에 따라 교대제 개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간호등급제 개편 등 3개 분과로 논의하고 있다.

직역 간 업무범위 조율도 여전한 난제

2021년 연말 간호법으로 인한 논란이 불거졌다면, 여름에는 전문간호사 규칙 개정안 입법예고로 인한 여파가 의료계를 덮쳤다. 의료계는 간호법과 마찬가지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를 규정한 개정안 역시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모호하고 확장됐다고 지적했다.

2018년 3월 의료법 제78조(전문간호사)가 개정된 후,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3월 13개 분야별 전문간호사 업무범위를 규정한 하위법령이 마련됐어야 했지만 직역간 입장차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정부는 단체 및 전문가 논의를 거쳐 지난 8월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13개 분야는 보건, 마취, 정신, 가정, 감염관리, 산업, 응급, 노인, 중환자, 호스피스, 종양, 임상, 아동 등이다. 개정안은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지도에 따른 처방 하에 시행하는 처치, 주사 등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보건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했다.

의사단체는 즉각 개정안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보건, 정신, 산업, 노인 분야에만 지도에 따른 처방 하에 시행하는'을 명시했지만, 다른 9개 분야에서는 이러한 문구가 없어 업무범위의 기준이 상이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전문간호사 자격인증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좌측부터 김현미 총무이사, 이필수 회장, 이정근 상근부회장.
대한의사협회가 전문간호사 자격인증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좌측부터 김현미 총무이사, 이필수 회장, 이정근 상근부회장.

의협도 개정안이 의료법에서 규정하는 '진료의 보조'라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주장하며 복지부 세종청사 입구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도 의협과 자리를 함께 했으며 이와 같은 반대 시위에 간협은 1인 시위 맞불을 놓기도 했다.

전문간호사 개정 고시안은 지난 9월 13일 의견수렴을 마무리한 상태다. 정부는 접수된 의견을 검토하면서 개정안에 대한 변경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A(Physician Assistant)로 불리는 진료보조인력(UA, Unlicensed Assistant) 양성화 여부도 오랜 논쟁거리지만 올해는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정부가 진료보조인력을 공론화하고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진료지원인력은 부족한 의사인력을 채우기 위해 생겨났으며 간호사지만 실질적으로 의사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명확한 업무범위가 부재한 채 존재해왔고, 우리나라에선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불법 의료행위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병원은 지난 7월 UA의 명칭을 임상전담간호사(Clinical Practice Nurse, CPN)로 바꾸고, 이들의 소속을 간호부에서 진료과로 변경한다는 방침을 밝혀 의료계가 한바탕 시끄러웠다. 

정부는 8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제18차 회의에서 공급자단체에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추진 및 공청회 계획을 설명해 의료계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다. 정부가 의료계와 논의도 거치지 않고 UA 양성화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당시 병원의사협의회는 "국민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는 UA 의료행위 관련 논의를 의료계와 아무런 논의없이 노조 및 시민단체들과 상의해 발표하는 복지부의 행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불법을 저지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단 의료계는 시범사업 추진을 원점에서 논의한다는 전제조건으로 10월 말 공청회에 참여했다. 복지부 측도 "시범사업은 공청회 결과와 연구결과를 검토한 후 재논의하는 것으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복지부는 진료지원인력의 관리·운영체계를 마련 중이며, 이에 대한 타당성 검증을 내년에 돌입할 계획이다. 공급자 단체들은 ▲병원의 원활한 활용을 위해 유연한 가이드라인 마련 ▲진료지원인력 직역별 업무범위에 대한 세부적 기준 설정 등을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의협은 UA에 대해 '원칙적 불가' 입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앞선 공청회와 같이 이번 타당성 검증에도 우선 참여한 후 강력한 반대입장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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