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식 소장, 간호법 간호사 처우 개선과 무관 직역 이기주의 법안
간호관리료 인상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정비 통한 지원책 마련 제안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좌)과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우)은 19일 OECD 회원국 간호법 현황조사 보고 및 우리나라 독립 간호법 추진에 대한 문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좌)과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우)은 19일 OECD 회원국 간호법 현황조사 보고 및 우리나라 독립 간호법 추진에 대한 문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간협의 간호사단독법 90개국 존재 주장이 진실공방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OECD 38개 회원국 간호법 현황조사 결과를 근거로 간협의 주장을 반박했다.

의협은 보건복지부, 의협,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협회간협,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참여하는 간호법 제정 관련 협의체 1차 회의에서 간협에 간호사단독법이 있다는 90개국 명단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간협이 의협이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는 26일 2차 회의 결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의정연 기자회견에 앞서 간협이 주장하고 있는 간호사단독법 당위성은 과장돼 있다며, 간협을 제외한 대부분 보건의료단체가 반대하는 간호사단독법 제정 시도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상근부회장은 "간호법 제정 관련 협의체 1차 회의에서 간협이 주장하고 있는 간호사단독법이 있는 90개국 명단을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며 "오는 26일 2차 회의에서 간협이 명단을 제출할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의정연 우봉식 소장은 19일 'OECD 회원국 간호법 현황조사 보고 및 우리나라 독립 간호법 추진에 대한 문제'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우 소장에 따르면, OECD 회원 38개국을 대상으로 간호사단독법 유무를 조사한 결과, 간호사 단독법이 있는 국가는 오스트리아, 캐나다, 콜롬비아,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일본, 리투아니아, 폴란드, 포르투칼, 터키 등 11개국으로 30%에 불과했다.

나머지 27개국은 간호사 단독법이 없다는 것이다.

간호사 단독법이 없는 국가 중 벨기에, 칠레, 코스타리카, 에스토니아, 프랑스, 헝가리, 이스라엘, 이탈리아,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멕시코, 영국, 대한민국 등 13개국가는 의료법에서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사항을 함께 규정하고 있었다.

나머지 호주, 체코,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미국 등 14개 국가는 의료법과 분리된 별도의 보건전문직업법(또는 직업법)에서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었다.
 

OECD 간호사단독법 내용과 우리 간호법안 내용 전혀 달라

우봉식 소장은 "해외의 간호사단독법 내용은 현재 논란인 우리의 간호사단독법과 내용이 전혀 다르다"며 "해외 간호사단독법은 공통적으로 면허관리기구의 설치 및 구성, 교육·자격·면허·등록과 징계 등 간호사의 면허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 소장은 "간호사단독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분석과 의료환경에 대한 비교없이 단순히 '해외 여러나라에 간호사단독법이 있어 우리도 필요하다'는 주장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간호법이 담고 있는 대부분 조항은 현행 의료법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서 차용한 것으로, 의료인의 결격사유, 국가시험, 업무거부금지, 전자의무기록, 정부누설금지, 취업신고, 중앙회 설립 등 다수 규정은 의료인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내용이다.

즉 동일한 내용을 각각의 법률에 중복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법률 낭비라는 것이 우 소장의 지적이다.

그는 간호사 업무범위 확대에 따른 직역 간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내다봤다.

간호사 본연의 업무는 '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다.

그러나 간호법안은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간호사가 기존 진료의 보조에서 별도의 의료기관을 개설해 의사의 처방에 따른 독자적 간호 내지 진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간호법안 간호사 처우 개선 보다 단독 개원 근거될 뿐 

우봉식 소장은 "'지도하'는 동일기관내에서 의사의 지도, 감독을 받는 것이지만, '처방하'는 동일기관 밖인 다른기관에서 처방에 따른 간호 내지 진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약사가 약국이라는 다른 장소에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조제행위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소장은 간호법안이 의사와 간호사 간 분절적 의료행위를 발생시켜 국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간호사의 업무 영역이 배타적·독립적으로 이뤄진다면 환자 치료를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할 의사와 간호사의 협력을 저해하고, 의료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간호법안의 내용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단독 의료기관 개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우 소장은 "미국의 너싱홈과 같은 간호 의료기관 개설을 통한 독립적 의료행위 구축 시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독립적 의료행위로 인해 의료체계 붕괴와 의료의 질 저하로 인해 국민의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우봉식 소장은 결국 간호사단독법이 간호사들의 처우개선과 무관하며, OECD 국가들의 간호사단독법 법체계와 내용과도 전혀 맞지 않는 대표적인 직역 이기주의 법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우 소장은 "간호사단독법은 향후 간호사 단독 의료기관 개설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교두보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며 "대선 정국을 이용한 대표적 표퓰리즘법으로 대선후보들의 책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간호관리료 원가보전율 평균 38.4%…적정 간호관리료 인상돼야  

한편, 우봉식 소장은 간호사들의 처우개선과 근무환경을 위한 대안도 제시했다.

우 소장은 간호사 및 보건의료인력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을 위해 간호관리료 인상과 현행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정비를 통한 통합적 지원 대책 마련을 제시했다.

또, (가칭) 보건의료인력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을 제안했다.

그는 "열악한 간호사 처우의 근본 원인은 저수가 때문"이라며 "입원료 중 간호관리료의 원가보전율은 평균 38.4%로 가장 낮아 입원료를 인상하되 그 인상분을 간호관리료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즉 간호사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간호관리료를 보장하고, 간호사에 대한 합당한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제정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은 아직 하위법령이 마련되지 않아 법률의 실효성이 미비한 상태다.

조속히 하위법령이 마련돼야 하며, 지원체계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우 소장의 의견이다.

우봉식 소장은 OECD 국가들에서 제도화돼 있는 (가칭) 보건의료인력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전문성이 담보된 보건의료인력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인력 전문기관을 설치하고, 전문기관이 보건의료인력의 업무범위, 근무환경, 처우개선 등에 관한 논의를 진행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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